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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마을금고 18억 횡령女 사건의 재구성

사치, 상사와 내연 관계, 임신 6개월…베일에 싸인 사생활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2. 12. 17

11월 중순, 서울 한 새마을금고의 20대 여직원 최모 씨가 18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알려졌다. 최씨는 횡령한 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와 명품을 구입하고 해외여행을 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세 살, 두 살배기 아이를 두고 현재 임신 6개월인 주부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동안 내부 감사에 걸리지 않은 까닭은?

# 바늘 도둑에서 소도둑으로

새마을금고 18억 횡령女 사건의 재구성


서울 양천구 한 새마을금고에 근무하는 최모(28) 씨는 2008년 같은 지점에서 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직원 A씨와 결혼했다. 그가 고객이 맡긴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밀린 카드 빚과 사채 이자 때문이었다. 최씨는 1억여 원을 카드 돌려막기로 버텨오다 결국 결혼 1년 만인 2009년 3월부터 횡령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큰돈에 손을 댄 건 아니다. 11월 14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횡령 사실을 자수한 최씨는 당시 경찰 진술에서 “호기심에 타 은행에 예치된 금고 자금 중 1백만원을 내 계좌로 이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빼돌리거나 유용할 목적이 아니라 통장에 돈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계좌이체를 했고 점점 횡령 횟수와 액수가 늘어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가 지난해 12월까지 빼돌린 금액은 타 은행에 예치한 금고 자금 12억7천5백만원으로, 총 1백8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해 20차례에 걸쳐 총 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중 2명의 고객은 다름 아닌 최씨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라고 한다. 또 최씨는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이 금고에서 2천8백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지하기도 했다. 근저당권을 해지하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도 담보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최씨는 새마을금고 전무와 상무, 정산 담당 대리가 자리를 비우면 출납 담당인 자신이 별도의 결재 없이 인터넷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출과 관련된 증빙서류 없이 상사에게 “다음에 첨부하겠다”는 말로 결재를 받아냈다고 한다. 또 그는 금고 여유 자금이 줄어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컴퓨터 그림판을 이용해 숫자를 바꾸는 수법으로 예금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내부 감사를 통해 드디어 3년간의 행적이 밝혀졌고, 파면 위기에 처한 최씨는 급히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경찰서 수사과 경제2팀 이범주 팀장은 “최씨는 현재 임신 6개월로 세 살, 두 살 된 자녀들도 있다. 최씨 말에 따르면 변호사가 이러한 최씨의 상황에 비춰 구속까지 되지 않으려면 먼저 자수하는 게 낫다고 조언해 직접 경찰서에 찾아왔다고 하더라. 실제로 최씨는 영장실질심사 중 판사에게 아이들과 있게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횡령 금액이 워낙 크고 죄질도 나쁘다고 판단돼 구속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 외에도 최씨 후임자, 정산 담당자, 상급 결재권자인 전(前) 전무 조씨, 조씨의 후임 전무, 이사장까지 총 5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상사와 내연 관계, 알고도 무마해준 동료

새마을금고 18억 횡령女 사건의 재구성

18억원 횡령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서울 양천구의 한 새마을금고 .





그렇다면 최씨는 어떻게 3년 동안이나 어느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금고의 자금을 주무를 수 있었던 걸까. 경찰 조사에 따르면 1년 전 최씨에게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후임자 B(34)씨는 당시 최씨의 범죄 행위를 알게 됐지만 최씨가 “빠른 시일 내에 다 원상복구해놓을 테니 한 번만 봐달라”라고 부탁해 인정상 사건을 무마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취재 결과 최씨와 B씨는 과거 사내에서 결혼 이야기까지 오간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건 최씨가 이 금고 전 전무인 조모(52)씨와 내연의 관계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새마을금고 내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최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던 올 초부터 3월까지 조씨와 서울 시내 모텔 등에서 10여 차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조씨에게 ‘휴가를 내고 같이 일본에 가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적도 있고, 조씨는 최씨에게 ‘나한테 잘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 노골적으로 자신이 방패막이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올 3월 최씨가 조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사내에 신고하면서 틀어졌다. 당시 최씨의 주장을 회사 측이 인정하지 않으려 하자 이 금고 여직원들은 단체로 탄원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조씨는 3월 권고사직 처리됐다.
그럼에도 조씨는 최근까지 최씨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조씨가 최씨한테 한번 만나서 정리하자는 내용의 문자를 수차례 보냈지만 최씨가 두려워서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씨가 최씨를 협박하려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씨의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 18억원 어디에 썼나
최씨는 자신이 빼돌린 돈 가운데 10억여 원은 범행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시로 입출금을 하며 계좌 돌려막기를 하고 나머지 8억여 원은 고급 외제 차와 명품 등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두 곳의 VIP 고객이었던 최씨는 매주 백화점 명품관을 돌면서 수백만원대 가방과 시계, 옷 등을 사들였다. 또 시가 9천5백만원 상당 자동차(BMW 뉴5시리즈 530i)를 구입했는데, 이는 최씨가 남편과 별거 중 화해의 의미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의 행방을 놓고 경찰은 “최씨는 남편에게 할부로 자동차를 사줬으나 추후 할부금을 갚지 못해 자동차를 되팔았다고 말하는데 반해 남편은 처음부터 자동차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최씨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괌·말레이시아·일본 등으로 7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흥청망청 돈을 쓴 결과 오히려 빚은 다시 늘었고, 현재 최씨는 6억원대 빚까지 떠안고 있다. 최씨의 자택 주소지인 양천구 소재 빌라도 자기 소유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집으로 직접 찾아가봤지만 최씨의 가족을 만날 수는 없었다.
한편 최씨의 횡령액은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새마을금고는 보증보험 형태로 보험을 들기 때문에 최씨의 횡령에도 고객 예금보호나 대출 업무 등 금고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의 한 관계자는 “최씨의 개인 재산에 대한 압류 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번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내부 인사위원회 등을 열어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등의 조치는 이미 취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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