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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SBS 제공

2012. 11. 22

몇 년 전만 해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스타 탄생의 산실이었다. 공인된 미모에 연기력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였던 것. 20여 년 전 비슷한 시기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데뷔한 염정아·오현경·이승연이 약속이라도 한 듯 올가을 동시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화려한 톱스타와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을 넘나들었던 이들. 20대의 발랄함을 벗고 원숙미를 더해가고 있는 세 여배우 이야기.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밖에서는 도도한 여배우, 안에서는 평범한 주부
염정아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는 염정아.



1991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선으로 뽑힌 염정아(40)는 그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우리들의 천국’은 1990년대 대학생들의 꿈과 낭만,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로 장동건, 홍학표, 박철, 한석규, 최진실, 전도연 등이 출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시작이 좋았던 염정아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톱스타들이 다작을 꺼리는 것과 달리 염정아는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만 해도 서른 작품이 넘고, 영화는 20여 편에 달한다.
그러다 2006년 정형외과 의사와 결혼하고 2008년 첫 딸을 출산하기까지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염정아는 첫아이가 돌도 채 되기 전 SBS 드라마 ‘워킹맘’으로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또 이듬해에는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영화 ‘전우치’를 촬영했고 2010년 아들 출산 후 다시 전업주부의 삶을 살다 지난해 재벌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 ‘로열패밀리’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에서 염정아는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고, 그 결과 ‘제4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서 여자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올가을, 다시 그가 돌아왔다. 현재 S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 비호감 톱스타 남나비를 열연 중인 염정아는 기존의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호평을 얻고 있다. 극 중 남나비는 미모는 빼어나지만 연기력은 형편없는 ‘발연기 전문’ 배우. “된장은 냄새 나서 못 먹는다”는 발언으로 10만 안티를 양성해냈으며, 연기력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유명 감독에게 출연을 제안했다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 제안을 받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얻는다. 그 일로 속이 상한 남나비는 홧김에 음주 후 운전대를 잡았다가 한순간에 많은 것을 잃는다. 결국 도망치듯 이 땅을 떠나지만 비행기 안에서 완벽한 남자, 김정욱(김성수)을 만나 영화처럼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린 시절 새아버지의 선산 문서를 들고 가출한 뒤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재미교포 행세를 하며 살아온 김정욱은 남나비의 몰락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는 윤설아(윤세아)의 계략에 말려들어 하루아침에 사업이 망하고 남나비 역시 희대 사기꾼의 아내로 또 한 번 대중의 뭇매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남나비는 여태껏 존재조차 몰랐던 ‘시월드’에 입성, 이기적이고 불편한 건 못 참는 철부지에서 시집 식구들과 부딪치고 갈등을 겪으며 조금씩 변해간다. 하지만 남편이 윤설아와 모종의 계약을 맺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톱스타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한 남나비의 일상, 그리고 이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염정아의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 염정아 역시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요즘 제가 할 수 있는 개인기는 다 하고 있어요(웃음). 그렇다고 시청자들에게 억지웃음을 안겨드리고 싶진 않고, 대본 자체가 재미있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어떤 역이든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나비 발연기 10종 세트’를 촬영하려고 열 벌이 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포스터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하루 종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발연기를 하려니 재미있더라고요(웃음). 또 나비가 시집에 들어간 뒤 얼마나 성숙한 여자로 거듭날지 저 역시 기대가 되고요.”
코믹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 ‘전우치’ 등에서 지금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 바 있는 그는 자신의 내면에 우울함과 코믹함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장르든 시작이 어려울 뿐 연기를 해나가면서 점점 캐릭터에 동화되고 익숙해지기 마련이어서 캐릭터 변화에 큰 부담을 갖진 않는다고. 실제로 이제 어느 정도 남나비에 ‘빙의’된 염정아는 아침마다 촬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하다고 말한다.

“딸 친구 엄마들에게 일찌감치 드라마 홍보”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톱스타라는 점에서 남나비와 염정아의 공통점이 과연 존재할까. 염정아의 대답은 단연코 “No”.
“남나비와 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에요. 저는 촬영장 밖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일상생활에서는 연예인 내지 스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살아요. 그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죠.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도 자주 어울리는데, 엄마들과 모일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예고편을 보여주면서 홍보도 열심히 했어요(웃음). 그러다 요즘처럼 촬영에 들어가면 그때만큼은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신경 써서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평범한 주부의 모습으로 변해요. 나비는 실생활에서도 스타처럼 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저와는 전혀 다르죠.”
물론 남나비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연예인 생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염정아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거나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접을 받는 일은 실제로도 겪는 상황이라 그런 부분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며 웃었다.
톱스타 여배우의 화려한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염정아는 그 어느 때보다 의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최상을 표현하려 애쓴다”는 그는 최근 김남주를 비롯해 미시 배우들이 주부들 사이에 ‘패션 워너비’로 떠오르는 현상을 의식하듯 “많은 분들이 따라 하고 싶어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얼마 전 드라마 3회 방송에서는 남편의 사기 혐의로 경찰서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는 장면에서 블랙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 망사가 달린 베레모, 롱 장갑 등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한 모습을 선보여 웃음을 안겨준 바 있다.
‘내 사랑 나비부인’은 50부작 주말드라마로, 염정아의 망가지는 모습은 한동안 더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나비의 새로운 사랑으로 등장한 박용우와의 설전도 기대된다. 두 사람의 악연 아닌 악연은 남나비가 박용우를 자신을 쫓는 파파라치로 오해하면서 시작된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쉬지 않고 6개월 이상 한 작품에 출연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캐릭터가 안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는데, 요즘은 날마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저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요(웃음).”

한 드라마에서 연적으로 만난 절친
오현경·이승연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대풍수’에서 파격적인 정사신을 선보인 오현경.



1989년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한 오현경(42), 1992년 미스코리아 미를 차지한 이승연(44)은 평소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낼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자랑한다. 연예계 데뷔는 오현경이 빠르지만 나이는 이승연이 두 살 위. 실제로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 당시 이승연의 나이는 25세로 참가자 중 최고 연장자였고, 대회에 참가하기 전 2년 동안 스튜어디스로 일한 이색 경력도 화제가 됐다.
반면 19세 어린 나이에 대회에 출전한 오현경은 고현정과 치열한 대결을 펼친 끝에 당대 대한민국 최고의 미모를 인정받았다. 이승연과의 인연은 연예계 데뷔 초부터 시작된 걸로 알려졌다. 얼마 전 오현경은 채널A 토크쇼에 출연해 이승연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승연 언니는 패션 감각이 워낙 뛰어나 예전에 한 드라마에 출연할 때 언니가 의상 코디를 전담해준 적이 있다. 요즘도 언니한테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물어본다. 언니가 입는 옷을 나도 협찬해달라고 할 정도”라며 이승연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평소 ‘언니 동생’ 할 만큼 막역한 두 사람이 이번에는 한 드라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다. 더욱이 극 중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 로맨스를 펼칠 예정. 바로 SBS 사극 ‘대풍수’에서 오현경은 고려 최고의 무당이자 당대 최고 권력자인 이인임(조민기)의 내연녀 수련개로 등장하고, 이승연은 이인임의 정식 부인으로 망해가는 고려 왕실을 끝까지 지켜내려 애쓰는 철의 여인, 영지 역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사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풍수’는 국운이 쇠한 고려 말 권력의 주변에 있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인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

만만치 않은 카리스마 대결

미스코리아 출신 3인 염정아 오현경 이승연 20년 후 달라진 인생

‘대풍수’에서 수련개 오현경에 맞서 강력한 연기를 선보이는 이승연.



드라마 첫 회부터 화제가 된 것은 수련개와 이인임의 파격적인 베드신이었다. 드라마치고 수위가 다소 높았던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선정적인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지적을 예상이라도 한 듯 오현경은 드라마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수련개라는 팜파탈 캐릭터를 맡은 소감을 피력하며 정사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혔다.
“매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제가 아닌 새로운 성향의 인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용석 PD가 ‘한번 도전해보지 않을래요?’ 하기에 마침 저도 변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흔쾌히 수련개 역을 맡았어요. 19금(禁) 정사 신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 얼마나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었는지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얼핏 보면 수련개가 악한 인물로 비칠 수 있지만, 당대 최고 권력자를 조력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대본을 받으면 ‘수련개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곰곰이 고민하게 되고, 그런 과정이 제게는 연기자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날 가슴 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인 이승연은 “어떤 분들은 제가 수련개를 하고 오현경 씨가 영지 역을 하는 게 더 맞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수련개의 계략을 미리 파악하고 더욱 지능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영지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현경과 마찬가지로 변신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차 ‘대풍수’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스팅 단계에서 감독님이 ‘그동안 속에서 뭔가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막 끓어오르지 않았어요? 이거 하면서 속풀이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그 어느 때보다 연기 욕심을 드러내는 오현경과 이승연. 하지만 이들 역시 집으로 돌아가면 ‘딸바보’로 변신한다. 열 살배기 딸을 둔 싱글맘 오현경은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아이 학교에서 책 도우미로 일하고, 체육대회에서 학부모 대표 계주 선수로 나설 정도로 극성 엄마 축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는 SBS ‘좋은 아침’에 딸과 함께 ‘대풍수’ 촬영장을 찾은 오현경의 모습이 방영됐다. 특히 방송에서 화제가 된 건 오현경 딸의 남다른 외모. 엄마를 닮아 초등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키와 날씬한 체형을 지닌 그의 딸에게 배우 지진희는 “엄마 닮아 체형이 다르다. 앞으로 더 잘 커야한다. 우리 아들도 잘 크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방송에서 오현경은 가끔 시간이 나면 아이를 촬영장에 데려온다고 밝혔다. 사극 현장은 일부러 오기 쉽지 않은데, 역사 공부도 될 것 같아 종종 아이와 함께 온다고.
2007년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한 이승연은 2009년 늦은 나이에 첫 딸을 낳아 늦깎이 엄마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노산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평소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그는 순조롭게 건강한 아이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느 젊은 엄마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육아에 전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갓난아기와 공원 산책을 나왔던 이승연이 아이에게 젖 먹일 시간이 되자 함께 산책 나온 지인에게 대형 수건으로 가림막을 만들게 한 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흔히 여배우들은 결혼과 출산을 통해 연기자로서도 한 단계 성숙해진다고 말한다. 그동안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아름다운 40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 이들의 앞으로 20년을 더욱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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