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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생 사용설명서 세 번째 | 내 나이가 어때서...

85세에 빌보드차트 1위 기록 경신한 토니 베넷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노래하고 싶어 안달”

글 | 한상철(불싸조 밴드) 사진제공 | 소니뮤직

2012. 01. 17

재즈 가수 토니 베넷이 2006년 80세 생일을 맞아 발표한 ‘듀엣’ 앨범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이었다. 85세를 맞은 2011년 그는 ‘듀엣II’를 발표했고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다.

85세에 빌보드차트 1위 기록 경신한 토니 베넷


미국 내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남성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유일하게 허락되는 현역은 아마도 토니 베넷(Tony Bennett)뿐일 것이다. 1백 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했고, 통산 5천만 장을 넘는 판매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15번의 그래미를 수상한 이 거장은 미국 음악·연예계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보물 중 하나다. 뉴욕 퀸즈에서 1926년 8월3일에 출생했으니 어느덧 85세의 고령에 접어든 이 희대의 엔터테이너는 앞서 세상을 등진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 프랭크 시내트라와 함께 20세기 뉴욕 연예계의 상징과도 같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출생한 토니 베넷은 예술학교에서 그림과 음악을 공부하다가 중퇴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군 복무를 마치고 1950년 무렵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한 이후 아직까지도 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는 풍부한 성량과 발성의 소유자인 동시에 섬세한 표현력까지도 갖추고 있다. 스탠더드 재즈 싱어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일단은 ‘팝’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각인됐다. 여러 CF에 사용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와 같은 스탠더드 팝 넘버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각종 영화에서도 그의 노래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창력과 특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로큰롤 전성시대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으며, 심지어는 TV 세대를 정면 돌파한다는 의미에서 1994년 무렵 ‘MTV 언플러그드(Unplugged)’ 라이브에 직접 출연하면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당시 실황 앨범은 그래미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MTV를 통해 받았던 위기를 반격의 기회로 삼은 놀라운 사례였다. 현명한 노인이었으며, 또한 소통할 줄 아는 노인이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마지막 노래 함께 불러
2006년 9월, 토니 베넷의 80세 생일을 맞이해 발매된 ‘듀엣’ 프로젝트 이후 2011년, 그의 85세 생일에 두 번째 듀엣 앨범 ‘Duets II’가 공개됐다. 또 다른 거장, 혹은 중진, 그리고 풋풋한 젊은 가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내는 광경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위 앨범이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비로소 그는 빌보드 1위를 거머쥔 최고령 가수로 등극하는 진기록을 남긴다.
토니 베넷은 듀엣 앨범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게임과도 같다고 언급했다. 각기 다른 시대에 완성된 서로의 재능이 트랙마다 보기 좋게 융합하고 있는 광경을 스스로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방식과 태도를 유지하되 젊은 아티스트들과 관계를 맺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85세 노인의 행보치고는 꽤나 진취적인 사례였다.
레이디 가가, 존 메이어, 그리고 노라 존스 등과의 듀엣을 이뤄냈지만 무엇보다 앨범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1년 7월 스물여덟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에이미 와인하우스와의 듀엣 ‘Body and Soul’이었다. 애수가 감도는 멜로디와 무드가 펼쳐지는 이 곡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목소리는 유독 짙었는데, 몇몇 부분들은 빌리 홀리데이의 그것처럼 끝없는 고독을 머금고 있는 듯 들렸다. 몸(Body)을 떠난 영혼(Soul)이 들려주는, 그녀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시대를 초월한 토니 베넷의 음성과 함께 전달됐다.
젊은 시절 미성이었던 가수들 중에는 목을 혹사하거나 흡연 혹은 음주로 성대가 손상돼 중년 이후부터는 목소리가 바뀌거나 쇠약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토니 베넷은 자신의 목을 최대한 보호하는 생활습관을 지키면서 고령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최적의 컨디션으로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후대에도 귀감이 될 만한 이례적인 사례다. 여전히 능숙하며 음정 또한 확실한 편이다. 이런 엄격한 생활습관은 오히려 그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로써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노래 부르는 것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듯 여전히 왕성한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그의 건강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5년 후 90세 생일에 ‘듀엣’의 세 번째 시리즈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부디 건강하시길.

85세에 빌보드차트 1위 기록 경신한 토니 베넷

1 레이디 가가와 ‘The Lady is a Tramp’를 녹음 중인 토니 베넷. 2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베넷. 듀엣으로 부른 ‘Body and Soul’은 에이미의 마지막 녹음으로, 2주 뒤 에이미는 이 앨범의 발매를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3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오른쪽)와의 녹음을 위해 베넷은 이탈리아 피사로 직접 날아갔다. 4 2011년 발표한 앨범 ‘Duets II’의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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