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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에 이르는 길

‘부부관계의 오해와 진실’

가족 심리 치료 전문가 존 & 줄리 가트맨

글 김명희 기자 사진 홍중식 기자

2010. 05. 04

감정 코칭으로 유명한 존 가트맨 박사는 행복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스트레스가 적고 지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존 가트맨 박사 부부를 만나 부부와 아이 모두 행복에 이르는 사랑의 기술을 들었다.

‘부부관계의 오해와 진실’


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단 한 명.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확률의 인연으로 배우자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건 결혼만큼이나 어렵다. 지난 36년간 3천여 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 ‘결혼을 과학의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존 가트맨 박사(67)와 그의 아내이자 동료인 줄리 가트맨씨(59)는 “갈등은 당신 부부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부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HD마음뇌과학연수센터의 초청으로 방한한 가트맨 교수 부부는 부부관계 악화의 원인을 비난, 방어, 경멸, 그리고 담쌓기로 이어지는 대화법에서 찾았다. 서로 비난하다 보면 변명을 일삼게 되고, 그것이 경멸로 이어져 결국 이혼에까지 이른다는 것. 가트맨 교수는 “갈등의 요소는 미리 차단하는 게 좋다”며 “평소 부부 사이 대화의 길을 열어놓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부관계에서 시작된 가트맨 박사의 연구는 육아 분야로도 확장됐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아이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가트맨 박사의 설명.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최근 자신이 실시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을수록 부모의 관계가 나빴다는 것.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는 학업 성취도도 낮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트맨 박사의 감정 코칭을 한국에 적용하고 있는 최성애 박사(HD가족클리닉 원장)의 통역으로 열린 존 가트맨 박사 부부의 기자 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관계가 좋아진다? Ⅹ
첫아이를 얻은 부부가 가장 많이 받는 인사는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다. 하지만 출산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사랑·감동·기쁨 등과 더불어 부부간 불화도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트맨 박사는 시애틀 거주 부부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첫아이 출산 이후 3년 사이 관계가 나빠진 부부가 67%나 됐다고 한다. 게다가 부부 사이의 적대감이 아이에게까지 옮아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의 신경회로에 영향을 줘 정서와 지능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부부관계 악화의 원인은 육아로 인한 수면부족· 가사분담· 비용지출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갈등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아내들이 결혼생활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남편을 공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전에 남편이 아내에게 무관심했거나 짜증을 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악순환이니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질 수 없죠.” (존)
가트맨 박사 부부는 해결책으로 6가지 지침을 제시했다. 출산 후 받는 스트레스가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부부가 공통적으로 겪는 일임을 깨달을 것, 아이의 요구에 응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을 것, 부부 사이의 갈등을 지혜롭게 식힐 것, 진한 우정과 성생활을 통해 서로를 음미할 것, 아이에게 다정한 아빠가 될 것, 가치관과 믿음을 공유하며 가족간의 풍부한 정신적 유산을 만들 것 등이 그것이다.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낫다? Ⅹ
“처음 만난 부부를 15분만 관찰하면 이혼할지 안할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다른 부부들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우스개소리처럼 들리지만 줄리 가트맨은 자신들의 예측 정확성이 95%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대화법이다. 가트맨 박사 부부는 즉석에서 사이가 좋은 부부와 그렇지 못한 부부의 대화법을 연기로 보여주었다.

이혼 확률이 높은 부부의 대화법
아내 : “여보, 창밖이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저 밖에 보트가 있네요.”
남편 : (신문을 보며) “….” (못 들은 척 혹은 묵묵부답)

행복한 부부의 대화법
아내 : “여보, 창밖이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저 밖에 보트가 있네요.”
남편 : (신문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밖을 보며)“어디? 아, 그렇군요.
보트를 보니 당신과 함께 저걸 타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구려.”



가트맨 박사는 싸우지 않더라도 감정이나 갈등을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부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모르고 인생의 꿈을 나누지 않게 돼 이혼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런 위기를 예방하려면 서로 배우자가 어떠한 사람 인지를 묻고, 각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 이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고 존중·이해·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이벤트를 자주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돈을 얼마나 들였느냐, 얼마나 새롭고 거창한 것을 하느냐보다 작은 표현이라도 얼마나 자주 하느냐에 결혼의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도 갈등을 겪습니다. 차이라면 불행한 부부는 상대에게 불만이 있을 때 ‘저 성격을 뜯어고쳐 나처럼 훌륭한 성격으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며 갈 때까지는 가는 거죠. 하지만 행복한 부부는 상대방의 약점을 배려하며 갈등을 부드럽게 풉니다.” (존)

아이를 위해서는 불행한 결혼보다 이혼이 낫다? Ⅹ

‘부부관계의 오해와 진실’


꾹 참고 살 것인가, 갈라설 것인가.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는 많은 부부가 오늘도 갈등한다. 가트맨 박사 부부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되도록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가정폭력 등 극단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엔 이혼을 권하지만, 저희 상담 경험으로 보면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이혼이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됩니다. 아이 앞에서 싸우지만 않는다면 헤어지지 말라고 권합니다.”(존)
가트맨 박사 부부는 슬하에 딸 모리아를 두고 있다. 이 가족은 매일 아침딸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한다. 모리아가 네 살 되던 해 집의 TV를 끈 뒤로 지금까지 다시 켜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부부간 사랑입니다. 그것이 아이의 발달에 자양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에 유대감이 강할수록 아이는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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