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지를 정할 때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유명한 미술관이 있느냐’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휴양시설 좋은 동남아보다 파리 루브르와 오르세, 로마 바티칸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있는 유럽을 즐겨 찾았지요. 여행 초창기에는 방문 도시 여행정보 책보다 미술관에 관한 책을 먼저 구입해 공부할 정도였는데, 횟수가 더해질수록 공부는커녕 의무적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런 여행에 회의감이 들 무렵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가게 됐어요. ‘방콕에 뭐 유명한 미술관이 있겠어’ 하는 생각에 당연히 미술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열심히 놀고 먹으면서 여행을 즐겼답니다. 그러던 중 카오산에서 길을 잃어 잘못 들어간 좁은 골목길에서 색다른 광경을 보게 됐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이었는데, 그들의 작품에는 으리으리한 액자 속에 갇힌 루브르나 오르세의 미술 작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득했거든요. 그 후부터 비싼 돈 주고 미술관에 가기보다는 길거리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파리나 로마, 피렌체에도 거리마다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작은 전시관이 많았는데, 제가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것 같아 아쉬운 참에 국내에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와 상상마당은 제가 최근 다녀온 곳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어 카메라에 곳곳을 담았습니다.

미디어아트 감상하기 좋은~ 서울스퀘어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옛 대우빌딩 건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태어난 서울스퀘어는 건물 벽 전면에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비주얼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중절모 쓴 사람이 비처럼 내리는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를 재현한 양만기의 ‘미메시스’,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상상을 누드로 표현한 류호열의 ‘zero’, 남대문을 소재로 생성과 변화를 표현한 문경원의 ‘숭례문’ 등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요. 서울역을 지날 때마다 시간을 내어 감상하고 있는데, 주기적으로 바뀌는 작품을 챙겨보니 웬만한 비주얼 전시관 하나 감상한 것 같더라고요. 내부 곳곳에도 미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들러보시길. 건물 왼편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자전거를 탄 가족 조형물이 있고, 2층에는 미디어아트가 전시 중이랍니다.



젊은 작가 작품이 가득~ 상상마당
홍대 앞 거리를 10년 넘도록 제집처럼 드나들면서도 홍대 대표 건물인 상상마당이 무료 전시관이란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KT·G에서 사회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관·공연장·디자인용품숍·카페와 함께 2~3층에 무료 전시관이 있더라고요. 5월25일까지 무료 전시관에서는 60명의 신예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이 전시되는 ‘서교육십전’이 열리니 한 번 들러보세요. 1층 한켠에 마련돼 있는 미니 전시 공간에는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팝아트 작가 계정권의 작품이 전시 중이고요. 전시장 이외에 지하 4층 영화관 앞, 5층 스튜디오 복도, 계단 등 곳곳에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으니 건물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아야해요. 여기서 팁 하나! 상상마당 오픈티켓은 티켓 한 장으로 영화와 공연, 카페를 한 달에 1번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인데, 무료 전시관을 방문하기 전 구입하면 전시도 보고 1만5천원으로 차도 마시고 영화와 공연까지 관람할 수 있어 실용적이에요. 한 달에 2번 열리는 공연 날짜에 맞춰 방문하면 하루 풀코스로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겠죠. 3월26일에는 가수 정인 콘서트, 4월9일에는 타악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인 장재효의 소나기 프로젝트 공연, 4월30일에는 지하드 2집 발매 기념 공연이 열릴 예정이에요. 4월 공연은 변동될 수 있으니 전화 문의(02-330-6200) 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