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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잔잔한 사랑에 빠지다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장승윤 기자

2009. 10. 21

정우성 잔잔한 사랑에 빠지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곁을 지키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속 지순한 사랑의 주인공, 남성미의 극한을 보여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의 현상금 사냥꾼…. 정우성(36)은 언제나 현실을 살짝 비켜 서 있었다. 큰 키와 깊은 눈매 덕분에 장르를 불문하고 동경심을 자극하는 아이콘이던 그가 현실에 한 발짝 다가섰다. 영화 ‘호우시절’에서 예전의 꿈을 가슴에 묻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남자를 연기하는 것. 그는 영화를 촬영하며 배우로서는 누리기 힘든, 일상의 찬란함을 맛봤다고 말했다.
“직업 때문에 사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아요. 영화 속 인물처럼 동창과 사랑을 나눠본 경험도 없어서 그런 감정에 대한 그리움이나 질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어요(웃음).”
영화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과는 영화 ‘봄날은 간다’를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가 정우성이 ‘무사’ 촬영 때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영화 제목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반가운 비)처럼 다시 좋은 때를 만난 것이다.
“인연이 어긋났지만 서로 조바심을 갖지 않고, 시간을 두고 서로를 관찰했어요. 허 감독님도 인내심을 갖고 제게 계속 손을 내밀어줬는데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을 때마다 과연 내가 이런 잔잔한 물결처럼 파고들어오는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일상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느낌이어서 ‘재밌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이런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이도 되지 않았나 싶고요.”
그의 상대역은 중국 여배우 고원원. 허진호 감독과 정우성의 열렬한 팬이라는 고원원은 정우성에 대해 “차가운 이미지라 말 붙이기조차 힘들 것 같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유머러스하고 매너도 좋았다”며 “한국 남자배우 중 최고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아저씨라는 호칭만은 피하고 싶어
제작발표회 내내 두 사람은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정우성이 오래전부터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허 감독은 “우성씨가 좋은 의견을 내면 감독으로서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다. 덕분에 영화가 더 잘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웃었다.
제 나이에 맞는 배역으로 돌아오니 슬슬 ‘아저씨’ 소리가 나온다. 정우성은 “그래도 아저씨라는 호칭만은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나한테 아저씨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아저씨의 정의도 ‘변함없이 멋진 사람’이란 뜻으로 바뀔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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