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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s Cafe

결혼 14년 차, 유호정 주부&연기자로 사는 법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기욱 기자

2009. 04. 21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는 유호정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남편이 잘못 행동하면 각서를 쓰게 하지만 잘할 땐 기를 확실히 살려준다는 것. 이재룡은 이런 그를 두고 ‘사슴인 줄 알고 결혼했더니 호랑이였다’고 말한다.

결혼  14년 차, 유호정 주부&연기자로 사는 법

‘머리 좀 식히게 2박3일 여행 다녀오면 안 될까’
‘식힐 머리가 뭐 있어~ 더 이상 식히면 큰일나’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이재룡(45)·유호정(40) 부부의 문자메시지 일부다. 유호정은 남편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하지만 ‘안 돼’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다. 고단수다.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사슴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호랑이더라. 아무래도 장가 잘못 간 것 같다’고 말해요. 겉으로는 순해 보이지만 아내이자 엄마인 집에서는 깐깐한 면이 없지 않거든요. 잘하려는 욕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SBS 새 주말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 속 모습도 그의 실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네 자매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둘째 설란은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의사. 학창시절 꼼짝도 하지 않고 공부한 탓에 엉덩이 부분만 해져 청바지 아홉 벌을 갈아치운 악바리며 부부관계조차 시간표대로 해야 하고, 아이가 정해진 분량의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면 저녁밥을 주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깐깐하고 지독한 반면 책임감이 강해요. 설란이 매력적인 건 그 때문이죠. 2006년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해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 안에 숨어 있는 깐깐함이 나오는 것 같아 반가웠죠. 저요? 어유~ 설란이처럼 시간표대로 살지는 않아요. 잘 잊고 어딘가 허술하고 제가 지나간 자리는 꼭 티가 난대서 ‘여자 이재룡’이라고 불리는 걸요(웃음).”
하지만 그는 “설란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 워킹맘이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아내에게 부담을 느끼는 남편 수남(윤다훈)은 수시로 사고를 친다. 급기야 아내 몰래 동남아시아 여성을 첩으로 데려온다.
결혼  14년 차, 유호정 주부&연기자로 사는 법

“첩으로 표현되지만,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위기에 처한 남편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에요. 수남이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아 일이 커진 거죠. 실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글쎄요, 반가울 순 없겠지만 남편을 이해해줄 것 같아요.”
유호정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우리 남편은요~” 하면서 금실을 자랑했다. 신혼 때는 종종 다퉜는데 결혼한 지 14년이 된 지금은 남편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그는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하면 싫어하겠구나’ 싶으면 그만둔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곧바로 따지지 않고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감정이 사그라진다”고 덧붙였다. 이재룡이 어떤 도움을 주냐는 질문에는 “남편이 진행하는 토크쇼와 드라마 녹화날이 같아 종종 촬영장에 온다. 조만간 카메오 출연을 부탁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서로의 직업을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저는 혼기가 찬 후배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요.”
이재룡·유호정 부부는 6년째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해비타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유호정은 “남들이 하는 만큼 할 뿐, 많이 하는 건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집 잃은 가족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한다는 취지가 좋아 하게 됐어요. 완공되면 입주식을 여는데, 집 열쇠 전달할 때 다들 우세요.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잖아요.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다 건강이 나빠진 아이들이 많다는 말에 눈물이 나요.”

가슴 뭉클했던 첫아이 입학식, 좋아하는 일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아들 태연이(8)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딸 예빈이(5)는 유치원에 다닌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편과 연기활동을 번갈아하며 두 아이를 챙기는데 먹을거리, 입을 거리를 직접 준비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 모임’도 적극적으로 주도한다고 한다.
“촬영 중이라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할 뻔했는데 감독님의 배려로 잠시 짬을 내 갔다왔어요. 아이가 선생님 지시에 따라 줄 맞춰 서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컸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어요.”
아이들에게 학업 스트레스는 주지 않는다고. 아이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지켜본다는 그는 “평소 가족끼리 대화를 많이 한다. 요새는 촬영 없는 날 몰아서 숙제 봐주고 놀아주는데 그 점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태연이는 운동에 소질이 있고, 예빈이는 또래보다 이해하는 게 빨라요.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오빠 하는 거 보고 배우더라고요. 공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다움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드라마 ‘종합병원2’에 나오는 아빠를 보더니 태연이가 묻더라고요. ‘엄마, 의사는 정말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수술실에 도대체 몇 시간이나 있는 거예요?’ 하고…(웃음). 어떤 일이든 아이가 자부심을 갖고 한다면 지지해줄 거예요.”
유호정은 “자기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설란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7~8개월 전부터 발레를 배우고 있어요. 나이 들면서 몸이 약해지는 것 같아 시작했는데, 허리 아픈 증상이 낫고 근육이 강화돼 체력이 좋아지더라고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세 번씩 꾸준히 해요. 저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극중에서 완벽할 것 같았던 부부에게 갈등이 생기지만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행복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건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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