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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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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7주년 맞은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애환&방송 뒷얘기”

기획·김명희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11. 23

지난해 초 MBC에서 성신여대로 자리를 옮긴 손석희 교수. 최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방송 7주년을 맞아 청취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그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애환과 방송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방송 7주년 맞은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대중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저이지만 뒤에 든든하게 서 계신 PD들과 작가들 덕분에 7년을 버티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누구 말처럼, 저는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은 것뿐입니다. 여러분이 물러나라고 한다면 언제든 물러나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더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방송을 하고 싶어요.”
지난 2000년 10월23일부터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며 많은 이들과 함께 아침을 열어온 손석희 교수(51·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그는 지난해 2월 MBC를 떠나 성신여대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시선집중’과 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의 진행을 계속하고 있다.그 사이 ‘…시선집중’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날카로운 비판을 제시하며 시사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0월19일 손 교수는 ‘…시선집중’ 7주년을 기념해 청취자 50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 6시15분이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는 그에게 한 청취자가 7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제가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아침잠이 없어져 수월해졌다고.
“방송하면서 지각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7년 동안 서너 번 정도 지각했는데, 그땐 후배 아나운서들이 7시까지 대신 진행해주곤 했어요. 여러분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MBC에 있을 때 ‘…시선집중’에 지각해서 징계를 받은 적도 있어요(웃음).”
이날 행사에서는 ‘다그치는 듯한’ 그의 인터뷰 방식이 첫 번째 화제로 떠올랐다. 한 여대생이 “고3 자율학습 시간 때 ‘…시선집중’을 듣고 있는데, 손 교수님이 상대방을 너무 다그치자 상대방이 화가 나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더라”며 “공격적이고 정곡을 찌르는 인터뷰로 인터뷰 대상자들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몇 번은 아니고 딱 한 번”이라고 강조했다.
“가끔 인터뷰 분위기라던가 방식에 대해 ‘듣기 좀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터뷰를 하러 나온 분들의 의도에만 맞출 수는 없어요. 진행자는 현안에 대해 여러 각도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적정한 수준을 지키기가 어렵기도 해요. 그리고 제 기억으로 전화를 도중에 끊은 사람은 브리지트 바르도 한 사람뿐이었어요(웃음).”
지난 2001년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난해온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그의 전화 인터뷰는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바르도는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 식습관은 세계 각국의 언론이 희화화해도 마땅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손 교수는 “당신은 인종주의자”라고 맞받았다. 이어서 그가 “프랑스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바르도는 “거짓말을 일삼는 한국인과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가끔 언론이 권력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권력이 아닌 ‘권한’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권한은 바로 청취자 여러분이 주시는 거고요. 인터뷰의 강도가 세게 나갈 때도 있는데, 그것은 청취자들이 주신 권한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물러나면 저도 아무런 권한이 없는 거고요.”

7년 동안 방송하면서 서너 번 지각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방송 7주년 맞은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

영향력있는 언론인이기에 앞서 신뢰받는 언론인이고 싶다는 손석희 교수.


앞으로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시사 프로그램에 잘 안 나오는 대기업 CEO나 회장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시선집중’은 시사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정감 있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더 좋다”고 고백한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 또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대해 정감 있게 말해준 사람들과의 인터뷰라고 했다.
“프로그램 초창기에 눈꽃열차가 운행되는 경북 봉화군 승부역의 젊은 역장님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 분이 눈 내리는 승부역의 모습을 실감나게 말해주었는데, 그것이 잊히지 않아요. 한 번 오라는 말을 듣고도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네요. 그리고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노래도 불러주었던 ‘음반을 낸’ 수녀님들도 기억에 남고요.”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느라 긴장되고 초조할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푸느냐고 물었다. 그로부터 “제작진에게 ‘버럭’ 푼다”는 대답이 이어지자 작가들은 “만약에 ‘버럭’이 오면 저희끼리도 푸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고, 그는 “제 욕을 하면서 푸는 모양”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마지막으로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는 한 남학생이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다 잘 해내고 싶어요. 사실, 학교에서 강의를 소홀히 하면 ‘저 사람은 방송 일을 열심히 하느라 학교 일은 소홀히 하는가 보다’ 하고, 또 방송에서 지각이라도 하면 ‘저 사람이 학교 가더니 방송 일을 예전처럼 열심히 안 하나 보다’ 할테니까 신경이 쓰여요. 어느 하나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다 잘 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지난해 9월 ‘100분 토론’이 3백회를 돌파한 데 이어 ‘…시선집중’이 7주년을 맞은 것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목요일 밤 자정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100분 토론’을 끝내고 나면 집에 가지 않고 방송국 야전침대에서 눈을 부친다. 새벽부터 다시 ‘…시선집중’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새우잠을 자는 쪽을 택하는 것. 그는 이 같은 노력과 열성 덕분에 지난 9월 한국방송대상에서 저널리즘 분야 보도라디오 대상을 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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