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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10개월 만에 복귀,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 맡은 김주하 앵커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여성동아 사진파트

2007. 04. 23

지난해 5월 아들을 출산한 김주하 MBC 앵커가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을 맡아 10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임신 막바지 몸무게가 78kg까지 불었다는 그가 산후 다이어트 노하우와 남다른 육아법, 앵커로서의 포부를 들려주었다.

출산 10개월 만에 복귀,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 맡은 김주하 앵커

육아 휴직을 마치자마자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이라는 중책을 맡고 방송에 복귀한 김주하 앵커(34). 흰색 면 티셔츠에 검정색 조끼 차림의 그는 10개월 전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날씬해 보였다. 방송이 나간 후 네티즌들은 ‘출산 전보다 예뻐졌다’ ‘얼굴 보느라 뉴스를 못 들었다’는 등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며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아줌마 같지 않다”는 인사에 그는 “하체는 예전 같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요즘 주부들이 얼마나 예쁜데요. 저는 명함도 못 내밀죠. 저도 아이를 갖고 몸무게가 78kg까지 늘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직도 곳곳에 숨겨진 살들이 남아 있는걸요.”
지난해 5월 출산 이후 22kg을 감량한 그의 다이어트 비결은 모유 수유와 음식 조절이라고 한다.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닥치는 대로 육아책을 사들여 정독한 남편이 “그 좋은 화이트 골드(모유)를 왜 안 먹이느냐”고 권하는 바람에 어렵게 모유 수유를 시작했던 그는 방송국에 출근하는 요즘도 회사 수유실에서 유축기로 젖을 짜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집에 가져가 아이에게 먹인다고 한다.
“처음엔 모유 수유 문제로 남편과 옥신각신 다퉜어요. 젖이 잘 돌지 않는데도 분유의 ‘분’자도 못 꺼내게 하고 무조건 모유를 먹이라는 거예요. 한창 실랑이를 하던 중 마침 분유에서 아기에게 치명적인 세균이 검출됐다는 뉴스 보도가 나왔어요. 남편이 ‘거 봐, 내 말이 맞지’라며 어깨를 으쓱하더군요. 평소 남편과 논쟁하다가 코너에 몰리면 제가 먼저 뉴스를 들먹였던 터라 모유 문제는 할 수 없이 남편 의견에 따르게 됐죠.”

“모유 수유, 헬스, 음식 조절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어요”
출산 10개월 만에 복귀,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 맡은 김주하 앵커

“운동 안 하고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살 뺐다고 하면 좋은 소리 못 듣더라고요(웃음). 출산 후 3~6개월 사이에 다이어트를 못하면 그게 다 살로 남는다는 말이 있어 조바심이 났지만 그 기간에 살을 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군요.”
출산 일주일이 지나 산후조리원에서 만났을 때 그는 “딱 아이 몸무게(4kg)만큼 살이 빠지고 그 이후론 몸무게가 꿈쩍을 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은 바 있다. 아이 백일이 지난 후 다시 만났을 때는 “4~5kg 정도 남은 살이 있어 헬스를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3개월 때까지는 산후조리를 해야 하니 격한 운동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저는 3개월 지난 후부터 헬스와 음식 조절을 시작했어요. 저녁 6시 이후에는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남편이 아이를 위해서 꼭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고 고집해서 모유 수유를 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모든 일에 빈틈이 없을 것 같은 그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만큼은 ‘대충대충’이라고 한다. 적당히 방임하면서 키우는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나름의 확신 때문이라고.
“요즘 엄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스럽게 키운다는데 저는 막 키워요(웃음).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입으로 가져가도 ‘그래 한번 먹어봐라’ 하고 내버려두거든요. 입에 넣었다가 먹지 못하는 건 줄 알고 뱉으면 그제야 ‘거봐 못 먹는 거지!’ 하고 가르쳐주죠. 한 달 지난 후부터는 젖병도 소독을 안 하고 그냥 수돗물에 씻어서 줬어요. 제가 그런 걸 알면 남편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하루는 남편이 ‘젖병 소독했어? 그런데 왜 물기가 있어?’라고 묻기에 ‘그냥 그런가보지 뭐’라며 어물쩍 넘어간 적도 있어요. 한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요즘 아이들이 과거 아이들보다 예방 접종을 두 배나 많이 하는 이유가 지나치게 깨끗하게 키워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래요. 남편이 지나치게 깔끔 떤다 싶으면 그 말을 인용하며 핑계를 대죠(웃음).”
그와는 달리 남편 강필구씨(37)는 젖병 소독부터 기저귀 갈기까지 아이에 관한 모든 걸 자신이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벌써부터 아이가 크면 어디를 여행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곳으로 이사할지 계획을 다 세워놓았을 정도. 때문에 육아문제로 남편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고 한다. 이제 서서히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이 행여 다칠세라 집안 가구 모서리에 쿠션을 붙여놓은 이도 그가 아닌, 남편이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하고 아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길 원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아빠의 존재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크고요. 아이를 따로 재우면서 아이가 깨서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안방과 연결해 스피커를 달아놓았는데 저는 울음소리가 들려도 모른 척하는 반면 남편은 달려가서 어르고 같이 자기도 해요. 제가 아이를 방임하다시피 키우는 것도 남편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죠.”

“아이가 말 배우기 시작하면 존댓말 가르쳐 공경심 갖게 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의연한 그도 육아 휴직을 마치고 지난 3월6일 처음 출근하는 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떼놓으며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평소엔 외할머니와 아빠만 찾으며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가 생후 처음으로 “엄마”를 부르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그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출근을 시작한 다음엔 줄곧 아이 자는 얼굴밖엔 못 봤고요. 교사 생활을 하는 동생에게 다른 맞벌이 주부는 어떤지 물어봤더니 ‘양보다 질’이라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이라도 엄마가 깊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괜찮다는 말에 위안을 삼고 있어요.”

출산 10개월 만에 복귀,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 맡은 김주하 앵커

남편과 자신을 꼭 반반씩 닮은 아들 준서와 함께한 김주하 앵커 부부.(위)


일하는 엄마로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그는, 앞으로 조기교육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아이를 키울 생각이라고 한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아이에게 책을 몇 권 사줬냐’고 묻기에 ‘아니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무슨 책을 벌써 사주느냐’고 물었더니 ‘생후 3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집에 책을 쭉 깔아놓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또 맞벌이 엄마의 아이는 따돌림당하기 쉽다고 해서 일하는 걸 숨기는 주부도 많대요. 그런 소리를 들으며 ‘우리 준서는 이 다음에 친구도 없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펐어요. 물론 똑똑하면 좋겠지만 우선은 그런 걸 떠나 건강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무조건 ‘요’자를 붙이도록 가르치려고 해요. 말이 곧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좋은 말을 익히면 됨됨이도 거기에 따라가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몇 년 후에는 아들 준서에게 동생을 만들어줄 생각이라고 한다.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남편이 “적어도 아이가 셋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남편이 처음엔 ‘넷은 낳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제가 반대해서 그나마 하나가 줄었어요. 아이를 낳고 1년 가까이 되니까 출산 때 고통도 잊히는 것 같아요. 다만 지금도 저희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보느라 고생을 하시는데 그때가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뉴스’ 하면 ‘김주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겁니다”
평일엔 보도국 기자로, 주말엔 뉴스 앵커로 그의 생활은 출산 전보다 더 바빠졌다. 처음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를 뺏겼다”며 서운해하던 남편은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그를 응원해준다고 한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은 가족을 위해 비워놓았는데 이제는 주 7일 근무를 해야 할 처지예요. 제가 단독으로 주말 뉴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더니 ‘주말엔 나도 단독’이라며 서운해하던 남편은 곧 ‘가족들이 희생하는 대신 더 잘하라’고 격려해주었어요.”
아이를 낳고 키운 경험은 앞으로 그가 뉴스를 진행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아이를 기른 지난 몇 개월 동안 뉴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특히 전에는 어린이 유괴나 납치 사건을 접하면 제 3자 입장에서 ‘이런 나쁜…’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피가 거꾸로 솟고 용서가 안 돼요. 뉴스를 듣는 시청자의 입장에 좀 더 가까이 설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죠.”
출산 전보다 한결 성숙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다른 사람이 울면 함께 울고, 기뻐하면 따라서 같이 기뻐하는 이웃집 아줌마처럼 평범하고 인간적인 앵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복귀하자마자 국장님께서 저를 불러 단독 진행을 맡기며 ‘제발 부드럽게, 다정하게 진행해달라’고 주문하시더라고요. ‘저, 다정하지 않나요?’ 하고 여쭤봤더니 ‘자네, 전혀 다정하지 않거든’ 하고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충격 받았어요(웃음).”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는데 그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전달자의 입장이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한 걸 콕콕 짚어 알려주는 앵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뉴스를 진행하고 어떤 지위까지 올라가고 싶다, 그런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제 뒤에 오는 여성 후배들의 길을 좁히지 않으려면 제가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뉴스’ 하면 ‘김주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충실한 진행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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