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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버지의 이름으로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이지만 가족 위해 헌신하는 ‘조폭’가장 역 맡은 송강호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4. 20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지만 조폭이라는 직업 탓에 가족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 역을 맡은 송강호.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실제 한 가정의 가장인 자신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말한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이지만 가족 위해 헌신하는 ‘조폭’가장 역 맡은 송강호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40대 가장 역할을 맡은 송강호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 ‘괴물’에서 끈끈한 부성애를 보여줬던 배우 송강호(40)가 다시 아버지로 돌아왔다. 4월 초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는 평범한 가장 인구 역을 맡은 것. 하지만 직업은 평범하지 않은 조직폭력배다.
인구는 공기 좋은 전원주택에서 가족과 우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조직 일에 열심이지만 그의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가족의 냉대, 조직의 2인자와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고민한다. 그는 “‘우아한 세계’는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평범한 40대 가장이 겪는 일상을 담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직업을 조직폭력배로 정한 이유는 영화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영화는 (사회라는) 조직에 속한 모든 남성의 이야기예요. 저 역시 집에서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고 싶고, 밖에서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그간 맡았던 배역 중에 자연인 송강호의 모습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영화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그의 가족들은 인구의 가족과 달리 자신의 직업을 이해하고 묵묵히 지켜봐준 점이라고 한다. 91년 처음 연극무대를 밟은 그는 배고픈 무명배우 시절이던 95년 두 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 아들(12) 딸(8) 남매를 두고 있다. 역시 배우 지망생이던 아내는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고 그런 아내의 응원 덕분에 97년 ‘초록 물고기’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굴곡 없이 배우 인생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는 좋은 가장, 밖에서는 인정받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러고 보면 ‘넘버 3’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등 그가 출연한 영화는 어느 정도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덕분에 그는 충무로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 ‘흥행 가능성이 있다’,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다른 가치가 있다’는 등의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는 좋은 눈을 가지지도 못했기에 늘 순수한 의도로 작품을 선택하죠. 그간 흥행성적이 좋았던 건 한결같이 뛰어난 감독들을 만났기 때문이고 그래서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의 경우는 한재림 감독의 전작 ‘연애의 목적’을 인상적으로 봤고 그로 인해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겨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조폭’과 ‘우아한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단어들이다. ‘넘버 3’ 이후 10년 만에 다시 조폭 캐릭터를 연기한 그에게 ‘우아한 세계’란 어떤 것인지, 과연 조폭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누군가 제게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도를 닦는 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돈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현재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면 그러한 삶 자체가 바로‘우아한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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