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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Culture

조구자 할머니의부엉이 이야기 전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 담아 화제 모은

글·구가인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2006. 12. 13

조구자 할머니의부엉이 이야기 전

할머니가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가족부엉이’(왼쪽),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아들 딸네 집에 나눠준 부엉이 액자 ‘가족 풍경이야기’(오른쪽).


조구자 할머니의부엉이 이야기 전

지난 10월 말부터 한달간 서울 합정동 아침편지 아트센터에서는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한 할머니가 집에서 바느질을 해 만든 1백여 점의 부엉이 인형과 부엉이 수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 것. 전시된 부엉이의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은 ‘부엉이 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시인 조구자씨(67). 그는 수년 전 망막분리증에 걸려 실명위기에 처한 아들이 투병하는 동안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엉이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큰아들이 2003년 갑자기 눈에 문제가 생겼어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는데 제가 딱히 도와줄 게 없더라고요. 그때 기도하는 심정으로 집에 있는 천을 모아 부엉이를 만들었어요. 부엉이의 눈은 유독 크고 동그랗잖아요. 어두운 밤에도 멀리 볼 수 있다 하고요. 1년 동안 매일같이 부엉이를 만들며 보냈는데, 평온한 마음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죠.”
조구자 할머니의부엉이 이야기 전

촛불부엉이(왼쪽). 축복부엉이(오른쪽).


부엉이의 종류에 따라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차이가 있었지만 거의 2, 3일에 한 개씩 부엉이가 탄생했다. 자신이 만든 부엉이를 손자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좋아해줄 때는 기뻤지만, 한 개의 부엉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60대인 그에게 버거운 작업이었다고.
“고운 천으로 부엉이를 만들 때는 2.5cm짜리 바늘을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그 바늘귀에 실을 꿰는 일이 너무 어려웠죠. 돋보기를 쓰고 할 수도 있었지만 눈 때문에 고통받는 아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돋보기를 쓰지 않았어요. 제 나름으로는 그렇게 해서라도 더 정성을 들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1년간 1백여 점의 부엉이를 만들었는데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들의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구자씨는 부엉이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그는 “부엉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엉이 인형 캐릭터나 수공예품을 통해 수익금을 얻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모두 기부하고 싶다는 바람도 들려줬다.
“아들은 다행히 실명을 피했어요. 감사할 일이죠. 아들이 회복한 후에 한동안 부엉이 만들기를 멈췄다가 최근 다시 부엉이 바느질을 시작했어요. 제가 만든 부엉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면 그처럼 감사할 일도 없겠죠.”

전시는 끝났지만 조구자씨의 부엉이 인형 캐릭터 상품과 일부 수공예품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운영하는 ‘꽃피는 아침마을’ 사이트(www.cconma.com)에서 볼 수 있다. 문의 02-322-6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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