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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늦깎이 스타

불운 딛고 뒤늦게 주목받는 탤런트 최지나

“연기자의 길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저 자신이 대견해요”

글·민선화‘자유기고가’ / 사진·최문갑‘프리랜서’ || ■ 의상협찬·아이잗바바컬렉션

2005. 11. 02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맹영이의 내연남 이정도의 아내 홍장미로 출연해 통쾌한 복수극을 펼쳐 화제를 모은 탤런트 최지나. 95년 데뷔 직후부터 주목을 받다 매니저의 법적인 문제에 얽히면서 연기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가 다시 재기하기까지의 아픔과 뒤늦게 찾은 연기자로서의 행복에 대해 털어놓았다.

불운 딛고 뒤늦게 주목받는 탤런트 최지나

“‘장밋빛인생’에서 홍장미 역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뭔가 보여줄 게 많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청순하고 참한 역할만 하다가 영화 ‘혈의 누’의 만신 역할에 이어 두 번째 강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홍장미는 친구 맹영이(이태란)의 애인 이정도(장동직)를 빼앗아 결혼한 재벌집 딸로 맹영이와 남편이 불륜관계인 것을 알고 복수하는 악역. 최지나(30)는 하지만 욕만 먹는 보통의 악역과 달리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고 한다. 드라마상에서 불륜을 저지른 이정도와 맹영이에게 커다란 두 눈을 부릅뜨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또박또박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묘한 긴장감과 통쾌함을 전해준 것.
“주부들은 다 제 편이에요. 제가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복수하는 걸 보고 너무 통쾌했다는 아줌마 팬이 많아요.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나봐요. 요즘은 식당에 가도 저를 알아보시고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해요(웃음).”
“결혼해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는 “극중 장미처럼 치밀하게 복수하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결국 바람을 피운 남편을 용서하는 장미처럼 그 역시 한번은 용서할 것 같다고.
그는 홍장미 역을 맡은 후 몸무게를 2kg 뺐다. 악역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날카롭게 보이고 싶었던 것. 그런데 이런 그의 노력은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극중에 맹영이가 맹순이에게 ‘홍장미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계기로 네티즌들이 그가 실제로 성형수술을 했다, 안 했다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 것.
“악역이니까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특별한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에요. 밤샘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2kg 정도 빠졌죠. 원래도 마른데다가 살이 조금 빠지니까 화면으로 볼 때는 얼굴 윤곽이 크게 달라보였나 봐요. ‘친척들도 혹시 성형수술을 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예상치 못한 상황에 화가 났을 법도 한데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눈, 코, 입의 크기를 조금씩 줄이는 성형수술이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4년간 방송활동 접고 쉬는 동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겪어
불운 딛고 뒤늦게 주목받는 탤런트 최지나

또 그는 이번 드라마 촬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피아노 치는 장면’을 꼽았다. 남편 이정도가 맹영이를 만나느라 귀가가 늦자 화가 난 감정을 실어 클래식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이었는데 제작진이 ‘피아노 치는 대역’을 구해놓지 않아 무척 당황했었다고.
“제가 데뷔 초에 찍은 한 CF에서 피아노를 치던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모두들 제가 피아노를 전공한 줄 알았대요. 저는 당연히 대역이 있을 줄 알고 촬영장에 갔는데 멋진 그랜드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있는 거예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제가 나름대로 연기로 열정적인 척~ 피아노 건반을 눌러댔죠(웃음).”
그는 “요즘처럼 연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참고 견뎌온 자신이 대견하다고 털어놓는다.
“제가 데뷔한 지는 오래됐는데 중간에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야 네 색깔을 찾은 것 같다’는 주위의 칭찬과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의 말대로 올해 데뷔 10년째인 탤런트 최지나는 인생의 역경과 굴곡이 많은 연기자다. 지난 95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여 편의 CF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지만 98년 매니저의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면서 4년간 연기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것.

3년 전 에베레스트 등반하며 사람들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 다시 열어
불운 딛고 뒤늦게 주목받는 탤런트 최지나

한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한 그는 당시엔 모든 게 짐처럼 느껴져 ‘연기자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고. 그럼에도 방송과 CF 섭외요청이 줄을 잇자 마음이 흔들렸고 2001년 KBS 아침드라마 ‘송화’와 MBC ‘내 마음의 보석상자’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겨 2년 정도 일을 못했죠. 무엇보다 제가 안좋은 일을 겪고 나서 사람을 못 믿는 게 문제였어요. 그러던 중 선배 연기자들의 권유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면서 인생에 큰 깨달음을 얻었죠.”
지난 2002년 5월 산악인 엄홍길, 탤런트 정흥채, 이종원, 김형일 등과 월드컵 성공기원 에베레스트 등정에 유일한 여성으로 참가, 한 달간의 힘겨운 등반과정을 이겨내고 베이스캠프에 도달한 그는 “당시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은 별로 못 느꼈다”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는 그는 처음 에베레스트 등반을 권유받고 ‘이것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며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진 그는 작은 변화를 겪었는데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사람들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다시 열렸다고.
“제가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만나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어요. 자기관리 차원에서 몸도 만들고 연기자로 다시 설 준비를 한 거죠. 시간을 갖고 기회를 기다리던 제게 영화 ‘혈의 누’에서 무당인 ‘만신’ 역할은 큰 전환점이 됐어요.”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혈의 누’는 1800년대를 배경으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작품. 이 영화에서 사건해결의 결정적인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만신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강한 캐릭터를 맡아 부담감이 컸는데 그 후로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도 개성 강한 홍장미 역으로 출연해 연기자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 탤런트 최지나. 뒤늦게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 결혼 생각도 잠시 뒤로 미뤘다는 그는 요즘 들어 “연기 욕심이 자꾸 생긴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앞으로 그는 영화에서는 사이코, 드라마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변신을 거듭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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