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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뜻밖의 고백

자전적 에세이 ‘전인권-걱정말아요’그대’ 펴내고 이은주와 서로 사랑했다 고 밝힌 가수 전인권

글·송화선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5. 07. 05

‘한국 록의 대부’ 전인권이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이은주와 서로 사랑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자전적 에세이 ‘전인권-걱정말아요, 그대’를 펴낸 전인권이 말하는 이은주에 대한 추억.

자전적 에세이 ‘전인권-걱정말아요’그대’ 펴내고  이은주와 서로 사랑했다  고 밝힌 가수 전인권

지난6월14일 비가 내리는 삼청동에서 가수 전인권(51)을 만났다. 7월 초 발간 예정인 그의 자전적 에세이 ‘전인권-걱정말아요, 그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전인권은 에세이 서문에 ‘내 글이 책방에 그 서적들 사이에 있게 된단 말이지’라고 쓸 만큼 자신의 ‘책’이 나온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고, 그가 책을 쓴 계기에 대해 답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인권이 “이은주가 죽은 뒤 무너져내릴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책을 썼다”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뿐, 다른 뜻은 없다”
“실은 올 봄에 은주랑 같이 영화를 찍기로 했었어요.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은주는 주연 배우를 하기로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죠. 마침 1월에 대본을 다 써서, 감독과 남자 주연배우를 물색 중이었는데…. 갑자기 은주가 세상을 떠나버리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문득 전인권의 책 서문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책을 낸 지금, 은주가 있었다면 ‘애쓰셨어요. 전인권 만세!’ 문자 메시지 하나 왔을 텐데.”책 전체를 통틀어 이은주가 언급된 것은 이 문장 하나뿐인데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구절이다.
이은주와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죠. ‘잘자’ ‘어디야?’ 같은 것부터 ‘보고 싶다’ ‘사랑해’ 하는 것까지. 처음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운 것도 은주 때문이었고, 제가 문자를 보낸 사람도 거의 은주밖에 없었어요.”
전인권은 휴대전화를 열어 이은주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보낸 메시지들은 ‘정말로 사랑했다’ ‘잘자라, 아름다운 은주’ 등 하나같이 연인 사이에나 주고 받을 법한 느낌을 풍기는 것들이었다.
잠시 말이 끊어졌고, 전인권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맞아요. 은주랑 서로 사랑했어요. 2001년부터 쭉, 좋은 사이로 지냈죠.”
그는 둘의 사이가 ‘좋은 친구’와는 분명히 다른 ‘남녀관계’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은주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라며 ‘오해가 있었어요. 죄송해요. 그러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내용도 공개했다.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아 자신이 다소 화를 냈더니 이은주가 보낸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는 “이 문자를 보낸 후 아무 연락도 없이 은주가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 작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떻게 직접 목을 묶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 아프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선글라스 밖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인권은 “지금까지는 (나와 은주의 관계를 반대했던) 은주 유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말을 아꼈어요. 하지만 은주와 내가 서로 사랑했던 건 사실입니다”라며 그와 이은주의 첫 만남, 함께 나누던 이야기, 데이트 장소 등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들려주기도 했다.

전인권은 지금도 이은주와 함께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해두고 수시로 열어본다고 했다. 그의 전화기에는 그와 이은주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다시 촬영해 만든 파일도 들어 있었다.
전인권은 “은주가 죽기 얼마 전부터 많이 우울해하고, 밥도 잘 먹지 않기에 “왜 그러느냐”고만 했다. 그렇게 심하게 마음고생하고 있는 줄을 몰랐으니 미안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전인권은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직후인 지난 3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레옹과 마틸다처럼 서로 챙겨주고 마음을 써주는 사이였지만,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 둘만의 자리는 피했다”고 하는 등 서로가 ‘친구’였음을 강조했었다. 이은주 생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큰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는 친구”라고 밝히곤 했다.
이에 대해 전인권은 “공개적으로 ‘연인 선언’을 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와 새삼스레 이은주를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랑했던 기억은 사랑했던 대로 밝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올 봄 영화가 잘되면 결혼할 생각도 갖고 있었는데, 끝까지 ‘친구’였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유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갖고 있어요. 그분들이 날 보는 걸 꺼려하는 걸 알기 때문에 은주의 납골묘에도 자주 가지 않고 1백일 추모 예배 때도 참석하지 않았죠. 하지만 은주와 내가 사랑한 건 내 딸, 은주 가족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굳이 얘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은주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은 그의 마지막 순간만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져나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전인권은 “은주가 생전에 준 선물, 문자 메시지 등을 보며 혼자 마음을 정리했고, 요즘엔 은주를 위해 곡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은주를 좋은 추억으로 묻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은주가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착한 아이였으니 저의 새로운 시작도 분명히 축복해줄 겁니다.”
하지만 전인권의 이러한 고백은 6월15일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현재 네티즌들로부터 ‘경솔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 전인권은 “은주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대신했다.
지난해 4집 앨범 ‘걱정말아요, 그대’를 낸 뒤 CF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던 전인권은 요즘 경기도 미사리 카페촌에 있는 ‘아테네’라는 록 클럽에서 일주일에 6일씩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클럽 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이승환, god 등 실력 있는 후배들과 함께 라이브 콘서트를 열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그는 ‘전인권-걱정말아요, 그대’의 서문에서 ‘민기 형님(가수 김민기), 형님. 제가 노래에 미치길 바라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이 좋아하시는 그런 가수, 언제 꺼지더라도 안 꺼지더라도 타오르는 불처럼 목에 핏줄 세우며 노래하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우리나라 록 음악을 대표하는 가수로서 여전히 건재한 전인권이 어떤 활동을 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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