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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눈에 띄는 얼굴

엽기, 파격, 솔직한 매력으로 주목받는 신인가수 춘자

■ 글·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3. 31

깜찍함이나 섹시함을 내세우는 많은 여자 가수들과 달리 지난해 10월 데뷔한 신인가수 춘자는 거친 음성과 문신, 삭발 머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여자 싸이’라고 불리며 ‘엽기’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알고 보면 옆집 언니 같은 춘자를 만났다.

엽기, 파격, 솔직한 매력으로 주목받는 신인가수 춘자

춘자(26·본명 홍수연)는 지난해 10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예뻐야 진짜 여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댄스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로 데뷔해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가수. 사실 그는 2001년 ‘뉴리안’이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냈던 ‘중고’ 신인이다.
“2001년 데뷔하기 전에도 ‘춘자’라는 이름으로 대학로나 미사리, 지방 행사 무대 등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클럽 DJ로 활동했어요. 춘자라는 예명은 그냥 평범한 여자, 우리 주변에 있는 여자를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막상 솔로 가수 ‘뉴리안’이 되어 음반을 내고 방송 활동을 시작해보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갑자기 스케줄에 쫓기게 되니까 내 생활을 빼앗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부담감이 많았어요. 그리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월드컵이 열리는 바람에 빛도 못 본 채 금방 활동을 접어야 했어요.”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춘자’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한 그는 데뷔 보름 만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 음악방송인 MTV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믹한 요리 프로그램 ‘춘자의 전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국이나 찌개, 반찬 등 가리지 않고 다 잘해요. 외모만 보고 남자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제가 의외로 여성적인 면이 많거든요. 손도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주변에서 초등학생 손 같다고들 한다니까요(웃음). 마음도 여려서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 꺽꺽 소리내서 울기도 하고요. 최근에 영화 ‘말아톤’을 봤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어요.”
무명 시절부터 ‘춘자’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무대 경험 쌓아
어머니의 ‘화끈하고 야무진 성격’을 물려받았다는 춘자는 평소 한강에서 웨이크보드 타는 것을 즐기는 등 운동을 좋아한다. 비교적 건강한 편인 그이지만 매일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쉼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견디다 못해 지난 1월 과로로 입원하기도 했다.
“여러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몸도 피곤했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스케줄에 쫓기면서 심적으로도 힘들었나봐요. 보통 하루 이틀 푹 쉬면 낫는다고들 하는데 일주일 동안이나 입원을 해야 했어요.”
그는 방송 활동이 힘들긴 하지만 요즘 들어 부모님이 대접받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하고 몰려다니면서 말썽을 많이 피웠어요. 중학교 때 자퇴서를 두 번이나 썼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많이 맞고 자랐어요.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된다’ 하는 식의 사고를 지닌 전형적인 한국 남자이신데다 교육학을 전공하셨으니 오죽했겠어요. 반면 엄마는 현실적인 분이시라 ‘억지 춘향으로 학교 다니느라 등록금 버리지 말고 이참에 그만두고 너 하고 싶은 거나 해라’ 하고 말씀하셨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썽을 일찍 피워 철도 일찍 든 것 같아요(웃음).”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모토”라고 밝힌 그는 등과 어깨, 팔에 새겨진 문신으로도 유명하다. “문신은 자기 표현의 수단이자 예술이다. ‘문신을 하면 험악한 사람’이라는 식의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그는 2003년에는 가수 신해철,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를 비롯한 문화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문신 법제화 후원 공연에도 참여했다.

엽기, 파격, 솔직한 매력으로 주목받는 신인가수 춘자

현재 후속곡 ‘페이스’와 ‘사랑은 늘 어렵다’로 활동 중인 그는 올해 들어 가장 기분 좋았던 일로 연초 같은 소속사 식구인 타악기 연주가 최소리와 함께 작가 이외수의 집을 찾아가 자리 한번 뜨지 않고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을 꼽았다.
“제가 TV에 나오면 ‘쟤는 꼭 뜰거다’ 하셨대요. 앞으로 발표할 2집 음반에 노랫말도 만들어주기로 약속하셨어요. 지금 준비 중인 2집 앨범에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솔이나 힙합 음악을 담고 싶어요. 시트콤이나 드라마, 영화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출연하려고요. 그동안 시트콤에도 감초 역할로 몇 번 출연했어요. 처음엔 어려웠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춘자. 올해 안에 자신의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는 그는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어른들 보시기에는 제가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괜찮은 면도 많거든요(웃음). 제 노래에서도 밝힌 것처럼, 외모만 보고 사람 판단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여자들의 마음이나 사회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열심히 듣고 공감하는 부분을 음악이나 매체를 통해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옆집 언니 같은 가수 춘자가 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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