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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 보며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소중함 느꼈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2005. 03. 02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탤런트 변정수가 남편 류용운씨와 함께 결혼 10주년을 맞아 뜻 깊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최근 방글라데시로 부부 동반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온 것. 현지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는 두 사람이 공개한 방글라데시에서의 특별한 체험과 남다른 부부사랑법.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얼마전 드라마 ‘아내의 반란’과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가 모두 종영하면서 모처럼 달콤한 휴식을 취하던 탤런트 변정수(31)가 결혼 10주년을 맞아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11일부터 4박5일간 남편 류용운씨(38)와 함께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당한 방글라데시의 빈민촌 다카와 가타일 지역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펼친 것.
“결혼 10주년 기념일인 지난 1월21일 원래 리뷰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어요. 저희가 결혼할 때는 둘 다 학생이라 축의금을 받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축의금을 받아 하객들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그 전날까지 며칠 동안 밤샘 촬영을 한데다 그날도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때마침 제가 홍보대사로 몸담고 있는 자원봉사단체 ‘굿네이버스’에서 제의가 들어와 남편과 함께 가게 된 거예요.”
처음에 그는 남편이 과연 같이 가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어 고마웠다고 한다. 이에 남편 류용운씨는 결정을 해놓고 내심 걱정했다고 털어놓는다.
“방글라데시는 오지로 알려져 있는데다 정보가 별로 없어 혹여 아내가 병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됐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계획했던 이벤트도 무산됐는데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되겠다 싶었어요. 물론 가자마자 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지만요(웃음).”
방글라데시는 가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려 웬만한 각오 없이는 가기 힘든 곳이다. 이들 부부가 결혼 10주년을 맞아 고생을 자처하며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배경에는 평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싶어 한 변정수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변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좋은 일로 보답하고 싶어 뜻 맞는 자원봉사단체를 찾다 2년 전 우연히 ‘굿네이버스’와 인연이 닿아 홍보대사를 맡았는데 연기생활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간 북한에 다녀올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번번이 놓쳤어요. 해외봉사는 대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대신 짬이 날 때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했어요.”
그가 자주 가는 곳은 신부님과 수녀님이 운영하는 ‘SOS 어린이 마을’. 전국에 세 군데가 있는데 6~10명씩 아이들이 모여 사는 집 6, 7채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일종의 고아원이라고 한다. 이곳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보살핌을 받는다고.
“아이들이 사람의 온정을 그리워하는데 자원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후유증이 크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기대심리를 갖게 해놓고 더는 오지 않으니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죠.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자비를 들여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는 사람도 많거든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해요.”
그는 “현장 경험을 해봐야 봉사활동의 참맛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이번에 다녀온 방글라데시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방글라데시에서는 주로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어요. 배식도 하고, 목욕도 시켜주고, 핸드프린팅, 패션쇼,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같은 이벤트도 열었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었어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딸아이도 데려올 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같은 나이인데도 채원이는 걸핏하면 투정을 부리는 응석받이인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아이들을 봤으면 산교육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 역시도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새삼 느꼈으니까요.”
남편 류용운씨도 “방글라데시에 다녀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면서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기쁨과 보람을 더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방글라데시에서 방문한 빈민 가정에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루비나·하빕 남매와 자녀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들 남매는 너무 굶주린 탓에 흙과 돌까지 파먹어 손은 손대로 다 까지고 위장병까지 얻었는데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고.
변정수는 “두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곳에 학교를 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류씨도 그와 뜻을 같이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우리 돈으로 3백50만원이면 학교 한 채를 지을 수 있대요. 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야말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내년 이맘때쯤에는 케냐로 봉사활동을 다녀올 계획이에요.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봉사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생김새는 많이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이들 부부는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눠서인지 생각도 비슷하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부부간에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고 묻자 동시에 “상대에 대한 믿음과 배려”라고 말한 것. 변정수는 “연기생활로 아내나 엄마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때가 많은데 남편이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나에 대한 강한 믿음과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남편이 고마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저는 매사 깊이, 멀리 생각하지 않아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생각이 많아지면 그만큼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크면 실망하게 마련이거든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예요. 남편에게 많은 걸 기대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늘 감사하면서 살아요. 남편은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서 제가 자문을 구하면 언제든 명쾌한 조언을 해줘요. 그럼 저도 기꺼이 받아들이고요. 서로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의견 차이가 있어도 그런 식으로 좁혀 나가기 때문에 싸울 일이 거의 없죠.”
그의 은근한 남편 자랑에 흐뭇하게 웃던 류용운씨는 아내 변정수에 대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인데다 집중력이 뛰어나서 뭐든 열심히 즐겁게 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밤샘 촬영을 할 때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말 하면 팔불출이란 소리를 듣겠지만 아내는 정말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만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에요.”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하지만 아내의 성공이 그에게 불편함으로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평범한 보통사람임에도 누구의 남편으로 얼굴이 알려져 어디를 가든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기 때문이다.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아주 오래전 아내가 한창 모델 일을 할 때 부부가 함께 방송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져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채원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일부러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많이 편해졌어요. 연예인 아내를 두었으니 그 정도는 제가 감당해야죠(웃음).”
그는 “일하느라 바쁜 아내에게 섭섭한 적은 없었냐”고 묻자 “섭섭함보다는 건강을 해칠까 걱정될 때가 많았다”면서 “모델생활을 할 때보다는 연기생활을 하는 지금이 한결 여유로워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속내를 밝혔다.
“모델로 활동할 때는 패션쇼는 물론이거니와 잡지촬영이 1년 내내 잡혀 있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그래도 연기생활을 하면서는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서너 달 정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마다 아내는 한번씩 채원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저도 기꺼이 보내줘요. 아내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고 채원이에게도 좋은 시간이 될 테니까요.”
지난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를 방글라데시에서 맞이한 두 사람은 초콜릿을 주고받는 기쁨을 나누진 못했지만 이날 현지 어린이들이 두 사람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한 파티를 열어주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과 목걸이를 두 사람에게 선사하고, 축하 케이크까지 준비한 것.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사실 저나 남편 모두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아요.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저도 잊어버릴 때가 많고, 남편이 챙겨주지 못할 때도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나마 잊지 않고 매년 챙기는 게 생일인데 신기하게도 저와 남편, 채원이, 그리고 부모님까지 생일이 모두 4월에 있어 생일파티도 하루에 몰아서 할 때가 많아요.”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아빠와 친구 같은 엄마
맞벌이부부인 두 사람은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하고 있다. 각자 할 일을 정해놓고 분담하는 게 아니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맡는 것.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평소 육아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채원이를 돌보며 자연스럽게 육아에 관심이 많아진 남편 류씨는 변정수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보일 때마다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니 개의치 말라”며 그를 위로해 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변정수는 “어느덧 여덟 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채원이가 앞으로 엄마의 손길을 더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류용운씨는 “아이가 손을 내밀 때마다 매번 챙겨주면 엄마아빠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면서 “당장은 가슴이 아프더라도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10주년 맞아 방글라데시로 자원봉사활동 다녀온 변정수·류용운 부부

“남편은 아이를 자상하게 챙기면서도 엄하게 대해요. 저는 항상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아이 뜻에 많이 맞추고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저는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아빠는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하더라고요. 외동딸이라 버릇없어지기 쉬운데도 아빠가 엄하게 키워서인지 지킬 건 지켜요.”
변정수는 최근 채원이를 키우며 터득한 육아 정보와 자신의 잘못된 육아법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책 ‘덜렁이 엄마 변정수의 야무진 육아’를 펴냈다.
그는 “책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 조기교육에 집착하거나 제 나이에 소화할 수 없는 장난감을 사주어 놀게 하는 것은 엄마의 욕심일 뿐, 아이에게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스스로 즐기게 해주는 것인데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교육을 시키면 스트레스를 받아 금방 싫증을 내게 된다는 것.
“아이를 예쁘게 보이고 싶어 어디를 가든 명품 옷을 고집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그건 좋은 육아법이 아니라고 해요. 저도 한때는 명품 옷을 선호했는데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거예요. 명품 옷을 입고 놀이공원에 갔으니 흙 묻히고 노는 게 당연했는데도 저도 모르게 화가 나 난리를 쳤거든요. 아이를 자유롭고 예의 바르게 키우려면 옷도 때와 장소를 잘 가려서 입혀야 하더라고요.”
반면 그가 실천하고 있는 바람직한 육아법 가운데 하나는 “혼자 크는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익히고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 아이가 서툴고 잘하지 못한다고 무턱대고 혼을 내거나 대신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니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채원이는 예체능 계통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많아 감각을 키워주려고 전시회도 많이 보여주고, 요가나 무용도 함께 하고 있어요. 무조건 잘해라, 착해져라 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이거든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당분간 쉬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벌여놓은 것이 많다 보니 쉴 틈이 없다”면서 “연기 활동은 하반기부터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네이버스는요…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우리 주변과 지구촌의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누구나 회원으로 참여케 하고 있다. 문의 02-338-1124, www.goodneighbo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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