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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녀의 도전

SBS 미니시리즈 ’세잎클로버‘ 주연 맡은 가수 이효리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 벗고 털털하고 솔직한 저의 매력 보여주고 싶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2005. 01. 31

가수 이효리가 SBS 드라마 ’세잎클로버‘로 연기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캔디 같은 여자로 변신한 그가 일과 사랑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SBS 미니시리즈 ’세잎클로버‘ 주연 맡은 가수 이효리

인기그룹 ‘핑클’의 멤버 이효리(26)가 최근 연기자로 변신했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후속으로 지난 1월 중순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세잎클로버‘에서 여주인공 강진아 역을 맡은 것. 강진아는 오빠 대신 감옥살이를 하고 공장근로자로 일하면서도 밝고 당차게 살아가는 캔디 같은 아가씨다.
“강진아는 나중에 사업가로 성공해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는 씩씩한 여자예요. 낙천적이고 열심히 산다는 점에서 저와 닮기도 했지만 저보다 더 악착같은 여자예요. 강진아를 통해 가수로서의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껏 보여주었던 모습은 화장발이다, 조명발이다 하는 얘기를 들을지라도 가수로 활동할 때와 똑같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고요.”
그의 연기 변신은 어쩌면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인지 모른다. 그는 “원래 꿈이 배우였다”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3 때 연기 과외까지 받아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가수 데뷔 제의를 받았는데 어차피 비슷한 길이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그렇게 핑클의 멤버가 됐는데 처음부터 가수보단 연기에 목적을 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배우에 대한 열망도 차츰 시들어갔죠. 가수활동을 접고 1년 동안 쉬면서 가수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어 우왕좌왕할 때 장용우 PD를 만났어요. 그때가 지난해 8월경이었는데 장 PD님과 세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다시 차올랐어요. 비록 연기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쌓은 방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출연 결정을 했죠.”
원래 연기자로의 변신 염두에 두고 가수 데뷔
막상 출연 결정을 하고 가장 큰 걱정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극중 인물 강진아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느냐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연기지도 선생님과 함께 공장 주변을 배회했다고. 또 근처 술집에 가서 근로자들이 나누는 얘기도 들어보고, 부모가 계시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같은 소재의 영화는 물론 ’봉순이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은 책도 봤다고 한다.
그는 “극중에서 울 일이 많을 것 같아 다른 연기자들의 눈물 연기도 찬찬히 살펴봤다”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씨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씨, 하지원씨의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SBS 미니시리즈 ’세잎클로버‘ 주연 맡은 가수 이효리

“사실 저는 공장근로자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서 찌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보다 더 활기차 보였어요. 아침 6시 반에 출근 길에 그분들의 표정, 말투, 대화 내용, 저를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유심히 관찰하면서 저의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알게 됐죠. 공장근로자에서 여성사업가로 성공하는 극중 인물 강진아를 멋지게 연기해 그분들에게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5개월 동안 꾸준히 연기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초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많은 고충이 따랐다고 한다. 대학시절 배운 연기에 관한 기초지식과 화술, 방송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시트콤 연기 덕분에 대사 외우고 발음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낯선 촬영장 분위기에 겁이 덜컥 난 것. 그는 “무엇보다 감정에 몰입하면서도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과 카메라 시선 처리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SBS 미니시리즈 ’세잎클로버‘ 주연 맡은 가수 이효리

지난해 여름, 가수 생활에 회의가 들어 쉬고있던 차에 ’세잎클로버‘의 장용우 PD를 만나 연기자로 변신하게 됐다는 이효리.


“오히려 눈물 쏟는 것은 쉬운데 감정에 몰입하다보면 대사나 표정, 카메라까지 신경 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의 할머니로 나오는 김영옥 선생님은 대단하세요. 가만있다가도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감정 몰입도 빠른데다 촬영 들어가기 전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다 설정해놓으시거든요. 팔꿈치에 붙은 밥풀을 떼어드리려고 하면 ‘이런 상황에는 붙어 있었을 거야’ 하는 식이죠. 저한테도 연기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요.”
그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첫 촬영 전날 가진 전체 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이 주는 대로 술을 마셨더니 앞으로 있을 촬영이 고생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자꾸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 바람에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 촬영을 제대로 못해 “촬영 끝날 때까지 절대로 술 마시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다고.
“저는 A형의 완벽주의 성격이어서 일할 때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굉장히 속상해하고 차 안에서 막 울고 그래요. 요즘은 매일 우는 것 같아요. 제가 혼날 때마다 이훈 오빠나 류진 오빠가 잘 한다고 얘기해줘도 저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극중 인물의 캐릭터에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라 한결 편하고 좋아요.”
그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신인 연기자로서 열심히 노력한다는 소리만 들어도 좋을 것 같다”면서 “가수로 데뷔할 때처럼 촬영 한 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효리에 대해 류진은 “처음에는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라 걱정했는데 감정 처리가 웬만한 신인 연기자 못지않다”고 칭찬했다.
처음엔 촬영장 낯설었지만 연기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
이효리는 자신이 힘들 때마다 핑클 멤버들이 힘과 용기를 북돋워줬다면서 “다들 바쁜 와중에도 촬영장에 놀러와 모니터링을 해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그보다 먼저 연기 경험을 쌓은 성유리는 무엇보다 인내심이 중요하다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잠도 잘 못 자고 가수 활동할 때보다 많이 힘들 테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조언해줬다고 한다. 또한 “여러 모로 많이 낯설겠지만 지내다보면 가족처럼 편해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고. 그는 “처음에 가수 출신이라 괜한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유리 말대로 동고동락하다보니 지금은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예고편이 나갔을 때도 ‘잘 봤다, 잘 한다’고 격려해줬어요. 또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만 하는데 멤버들은 객관적이고도 냉철하게 지적해주고요.”
극중 상대역 류진과 김강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젊은 CEO 역의 류진에 대해 “첫인상은 냉정하고 싸늘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옆집 언니처럼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의 오래된 연인 유성우 역을 맡은 김강우에 대해서는 “진중한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진이 오빠는 진짜 웃겨요. 수다쟁이기도 하고요. 심각한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도 오빠와 연기하다보면 자꾸 웃음이 나와요. 오빠는 제가 긴장할 때마다 풀어주곤 하죠. 반면 김강우씨와 연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진지해지고요(웃음).”

SBS 미니시리즈 ’세잎클로버‘ 주연 맡은 가수 이효리

그에게 극중 상황이 실제라면 두 남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물었더니 “원래 정에 약하고 의리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든든한 백이 되어준 성우를 선택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한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적어도 1∼2년 정도는 만난다”면서 “결별 후 상처를 많이 받고 오랫동안 아픔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저를 바람둥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 사람을 만나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겨를이 없을 정도로 한 사람에게 집중해요. 대신 그 사람과 헤어지면 절대 미련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죠.”
그는 “남자를 사로잡는 비결이 뭐냐”는 짓궂은 질문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받아주었다.
“저는 남자 앞이라고 조금 먹거나 잘 보이려고 일부러 화장하고 미니스커트 입고 그러지 않아요. 평소처럼 많이 먹고 노메이크업에 편한 차림으로 만나죠. 동성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고 술도 같이 마시고 그러는데, 요즘 남자들은 내숭 떨지 않고 털털한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쉽게도 사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웃음).”
그는 지난 1월 초 핑클 멤버들과 함께 SBS ’야심만만‘에 출연했을 때도 솔직한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그동안 사귄 남자들 중에 일반인은 없다. 열아홉 살에 연예인이 된 뒤 일반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연예인이었다”고 고백한 것. 또한 그는 ‘나 이럴 때 그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토크 주제에 대해 “종종 먼저 전화하고 남자친구의 행동반경을 자주 체크하는 나를 볼 때 그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남자친구가 혹시라도 너무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받는 느낌이 들면 ‘옆에 여자 있는 것 아니냐? 주위에서 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느냐’고 추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자친구가 자신의 생일에 전화를 받지 않아 울다가 개그맨 김제동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로 하소연을 했으며, 이후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했던 아픈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또한 남자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를 꺼냈다 남자친구가 홧김에 집어던진 꽃게의 다리가 공교롭게 자신의 다리에 박혀 고생했던 수난사까지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이날 녹화 중에 그가 했던 말들은 바로 세상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뿌렸는데, 그는 이에 대해 “남자친구랑 싸웠을 때의 얘기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고 사실 그대로라 돌출발언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낙 먹기를 좋아하는데다 지난 1년 동안 가수활동을 쉬면서 체력을 잘 비축해둔 덕분에 현재 그의 건강은 아주 좋은 상태. 그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체중이 불어나 요즘 살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쉴 때는 늦잠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 요즘은 항상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밤 12시나 1시면 자거든요.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살이 오르고 몸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강진아 역할은 마르고 왜소해야 하는데 자꾸 살이 오르고 건강이 너무 좋아서 걱정이에요(웃음).”
연기하면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가지니 정신도 맑아지고, 건강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는 이효리.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처음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며 “연기자로서도 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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