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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다시 시작이다

18개월간의 방황 끝에 방송 활동 재개한 개그맨 홍기훈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9. 04

개그맨 홍기훈이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해 6월 교제중이던 동료 연예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1년반 만의 일. 사건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송을 등졌던 그는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 촬영으로 바쁜 그를 만났다.

18개월간의 방황 끝에 방송 활동 재개한 개그맨 홍기훈

오랜만에 조명을 받은 탓일까? 그는 촬영 내내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유의 익살과 재치를 감춘 채 자신의 연기에 대한 PD와 스태프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카메라 불빛이 꺼져 있을 때도 상대 배우와 연습을 하는 등 개그맨 홍기훈(35)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원래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건 어떤 반응을 얻을까 고민하고 연기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냥 주어지는 대로 일단 부딪치고 보는 편이죠.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어떤 긴장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 그런지 오늘은 꽤 떨리네요.”
지난 8월22일 방송된 SBS 오픈드라마 ‘남과여-스트롱’ 촬영장. 이날 촬영분은 ‘강한 남성’을 표방하며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남편 역으로 출연한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쩔쩔매는 장면이었다. 촬영 장소가 한강 둔치라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러 나온 시민들이 조명 불빛을 보곤 촬영장을 에워쌌다. 젊은층과 어린 아이들은 얼른 그를 알아봤지만 나이 든 층에선 “저 사람 개그맨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하는 반응.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잠시만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금방 잊히게 마련이죠. 저 또한 예외일 수 없어요. 우선 다시 방송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드라마 PD와 ‘코미디 하우스’ PD에게 고맙고, 그나마 저를 알아봐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은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겸손하게 말하는 그의 표정엔 일종의 비장감마저 비쳤다. 그가 방송을 떠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다. 당시 연예계에 몇 안되는 공개 커플이었던 그는 탤런트 이모씨와의 불화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다.
“당시 제가 심하게 구타를 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권투를 했던 제가 어떻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겠어요. 그것도 여자에게…. 이젠 다 지난 일이니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당시 그 사건은 매스컴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소 과장된 것이 사실이다. 처음 사건이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경찰 조사도 ‘교제중인 남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툼’으로 결론 났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제가 잘못한 부분이 많아요. 더 이해하고 참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늦었지만 안 좋은 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18개월간의 방황 끝에 방송 활동 재개한 개그맨 홍기훈

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코믹 연기를 펼치는 그는 “개그맨은 개그를 할 때 가장 신나고 아름답다”며 밝게 웃었다.


이후 그는 한동안 방황을 했다. SBS 시트콤 ‘대박가족’에 중간 투입돼 5회 가량의 방송분을 녹화했지만 사건 이후 방송을 떠났던 것.
“그동안 제대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1년 정도 외국에 나가 여행을 하며 생각할 시간을 가졌죠. 격앙됐던 감정도, 과분한 욕심도 모두 사라지더군요. 제겐 참 소중했던 시간이에요.”
이후 국내로 들어와서는 운동을 하며 방송 재개를 준비했다.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골프를 통해 불우이웃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5월에도 탤런트 김성환, 개그맨 이홍렬, 황기순, 표영호, 김용만, 고명환 등과 자선 골프대회를 열어 모금한 기금을 불우 청소년 돕기 행사에 내놓기도 했다. 그의 골프실력은 미국골프지도자협회의 티칭프로 실기시험에 통과했을 정도로 수준급.
“바쁘게 살 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한가해지니 주위를 둘러보게 되더군요. 작은 일이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죠.”
1년반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그의 주무대는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MBC ‘코미디 하우스’의 무협 액션코미디 ‘음풍농월’ 코너. 지난 8월말부터 새롭게 선보인 이 코너에서 그는 영화 ‘청풍명월’에서 영화배우 최민수가 보여준 카리스마에 도전하고 있다. 고정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는 KBS 시트콤 ‘멋진 친구들 2’ 이후 약 1년6개월 만으로, ‘웃는 날 좋은 날’ 등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바 있는 그에게는 친정 복귀인 셈. 또 이번 추석 무렵 방송될 특집극 출연도 확정된 상태다.
사건의 한 당사자였던 그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당시 두 사람은 결혼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그냥 친구 사이예요. 가끔 안부전화라도 한 통 하는…. 쉬는 동안 그 친구가 나오는 방송을 봤는데,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이젠 저도 그 친구처럼 연기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야죠.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1년반의 공백기를 뒤로하고 다시 방송으로 돌아온 홍기훈. 힘겨운 시간을 보낸 만큼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나는 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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