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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착한 남자

봉사활동 앞장서는 차인표가 털어놓은 인간적인 고백

“암 투병중인 장모 생각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자원봉사합니다”

■ 글· 최숙영 기자 ■ 사진·김황중

2003. 08. 29

올해로 데뷔 10년째.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톱스타가 됐지만 인기와 명성보다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남자, 차인표가 강릉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 수재민과 무주택 가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인생 철학, 아내 신애라와의 결혼생활 & 소망.

봉사활동 앞장서는 차인표가 털어놓은 인간적인 고백

지난 8월6일 강릉에서 있었던 한국 해비타트 건축 현장,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부터 5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멀리서도 건축중인 건물의 지붕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 망치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뚝딱뚝딱 못을 박는 둔탁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고 건축 현장의 분위기는 열기를 더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차인표(36)가 모습을 나타냈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를 촬영 중인 그는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전모를 쓰고, 곧이어 자원봉사자들과 합류해 일을 거들었다.
“지난해 여름 태풍 ‘루사’가 영동지역을 휩쓸고 갔을 때 헬기를 타고 수해지역을 돌아본 적이 있어요. 폐허가 된 마을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재도구를 건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지난 일년을 돌아보면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수재민들의 아픔은 뒤로한채 저만의 삶을 살았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차인표는 지난해 5천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내놓았다. 그럼에도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갖고 있는 겸손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차인표는 자신이 CF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화장품 회사 ‘알로에마임’의 임직원 90명이 휴가를 반납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이 행사에 동참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일년 중에 가장 기다리는 것이 휴가잖아요. 그 휴가를 반납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참 대단한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한편으로 제 자신이 좀 창피하기도 했고요. 남들은 이 뙤약볕에서 땀 흘리며 자원봉사를 하는데 난 뭔가, 너무 편하게 인생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마저 들었어요.”
‘좋은 생각들’은 전염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을 배려해주고 아끼는 마음을 갖다 보면 그것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염되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도 좋은 세상으로 바뀌지 않겠냐는 거다.

암 투병중인 장모에 대한 애절한 심경
반면에 ‘악한 생각들’을 갖게 되면 악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세상도 각박해지고 악한 세상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어떤 신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좋은 생각들’을 갖게 되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의 인생 철학이다.
“집사람도 이 건축현장에 와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했는데 장모님이 위암으로 투병중이세요. 저희 집에 모시고 있는데 장모님을 간호하느라고 못 왔습니다. 그렇찮아도 아침에 저를 배웅해주면서 이러더군요. 자기 몫까지 열심히 일하고 오라고요. 내년에는 집사람하고 아이하고 같이 오려고 합니다.”
요즘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99년 신애라의 친정어머니는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최근 병세가 악화돼 투병중이기 때문이다.
차인표는 영화 때문에 목포에서 장기체류를 하며 영화를 촬영해야 하지만, 투병중인 장모의 건강이 걱정돼 매일 서울과 목포를 오가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모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담은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봉사활동 앞장서는 차인표가 털어놓은 인간적인 고백

그 글에서 그는 ‘하루하루 입원실에 갈 때마다 점점 기력을 잃어가시는 장모님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내가 이리 아픈데, 나의 집사람이나 장인, 처남의 심정은, 장모님 본인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겉으로 티를 안 내려 노력하지만 역시 마음은 아프다’고 했다.
“저는 집의 의미를 ‘삶의 터전’이면서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겁니다. 수재민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이러한 일도 희망을 나누는 작업인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자원봉사를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집에서 살게 될 입주자들의 행복을 기도하며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이날 차인표에게 주어진 일은 건물의 외벽에다 방습제를 붙이는 일이었다. 그는 4시간 동안 묵묵히 일을 했다. 그의 뒤를 취재진들이 ‘떼거리’로 따라다니며 촬영을 해도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저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많은데 요란을 떠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일이 힘들진 않아요. 결혼하기 전 미국에서 살았을 때 어머니랑 같이 살던 집을 수리한 적이 있었어요. 오늘 한 작업이 미국에서 집을 짓는 방식하고 똑같은 방식이라서 제겐 익숙했어요. 해본 일이니까요.”

“부부라도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면서 살아야죠”
봉사활동 앞장서는 차인표가 털어놓은 인간적인 고백

작업을 하다가 잠시 쉬는 틈을 타서 자원봉사자들과 수박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차인표.


그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 데도 앞장설 뿐 아니라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인데 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일이기 때문에 그저 따르는 것 뿐이에요. 저는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저보다 더 좋은 일을 하는 훌륭한 분들도 많고, 제가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언론에 공개되는 것뿐이지, 미약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바른생활 배우’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또 ‘괜찮은 남자’라고 치켜세워도 정색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인데 그럴 때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했다가 실망할까봐 걱정”이라며 우려의 빛을 나타낸다.
삶의 궁극적인 소망도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라고 한다.
“제가 집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이에요. 나이 들어서도 오래도록 함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서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익숙해져서 뭘 해줘도 ‘고맙다’는 말을 별로 안하게 되고, 뭘 잘못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서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사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최근 이재룡 유호정 부부에 이어서 한국해비타트 홍보가정 2호로 위촉됐다. 올해로 결혼생활 8년째, 그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 톱스타로서의 인기와 명성보다는 한 개인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차인표. 그는 자신에게 의외로 짠 점수를 주었지만, 그러나 괜찮은 남자임에는 틀림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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