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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여섯살배기 딸 둔 결혼 7년차 주부로 저도 호탕한 연기하며 짜릿한 희열 느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8. 29

톱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후 인기를 더하고 있는 변정수. 요즘 그가 MBC 수목드라마 ‘앞집 여자’에서 ‘건강한 외도’를 부르짖는 아줌마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 드라마 ‘첫사랑’과 밀린 CF 촬영까지 병행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면서도 틈틈이 여섯살난 딸 채원이와 집안일을 챙기는 억척 주부 변정수의 일과 사랑.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지난해 MBC 드라마 ‘위기의 남자’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한 미시 탤런트 변정수(29)가 연기자로 변신한 지 1년 만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모델로서는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이지만 연기자로서는 초보에 불과한 그를 ‘방송가의 캐스팅 1순위’로 끌어올린 작품은 MBC 수목드라마 ‘앞집 여자’. 극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유호정이 사는 아파트의 ‘앞집 여자’ 애경으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며 집안일까지 똑 소리나게 하는 만점짜리 현모양처이면서 밖에서는 ‘인생의 비타민’으로 외도를 즐기는 두 얼굴의 소유자다.

애경처럼 그 역시 가정을 똑소리나게 챙기는 주부
윤리적 잣대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캐릭터임에도 시청자들이 그에게 홀딱 반한 데는 ‘안전한 외도법’에 관한 촌철살인 같은 대사들이 한몫하고 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란 성적 긴장감이 하나도 없을 때만 가능한 거야” “바보처럼 속정까지 홀랑 빼주지 말고 딱 20%만 주면 돼” “아직 진도 덜 뗐나 보네. 잡은 고기엔 떡밥 안주는 법이거든” 등은 명대사로 꼽힌다.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시는 것 같아요. 보통 아줌마들은 결혼한 후 남편과 아이를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가는데, 애경은 정말 저렇게 사는 여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캐릭터잖아요. 학창시절에는 뚱뚱하고 우락부락한 깡패였지만 성형수술과 개명으로 다른 인생을 사는 여자, 바람을 피우면서도 항상 당당하고 바깥일, 육아와 살림,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슈퍼 주부죠. 남편은 성불구예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자리를 못하는 거죠. 그래서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걸 다른 데서 채우는 거예요. 한 남자와는 스무 번 이상 만나지 않고 몸을 주되 마음은 빼앗기지 않는 걸 철칙으로 여기죠.”
애경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는 그도 마찬가지. 그는 전날 촬영한 한 장면을 떠올렸다. 조폭 출신인 남편이 애경에게 잘 보이려고 사업을 확장하다 10억원을 날린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화를 내는 대신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고 있는 건데 왜 혼자 바보 같은 짓을 했냐. 서울대 나온 엘리트에 잘생기고 돈 많은 사장이면 사랑할 줄 아냐. 나는 그런 남자 열 트럭을 갖다줘도 당신하고 안 바꿔” 하며 위로한 것.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남편 대신 복수하기 위해 가게로 애들을 불러요. ‘옷 좀 순하게 입고 와라. 사채업자와 담판을 지으러 가야 하니 도와달라’고요. 바람은 피우면서도 그렇게 남편을 무척 사랑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호탕한 여자예요.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보면 바로 달려가서 죽도록 패놓을 정도로요. 일종의 대리만족이겠지만, 연기하면서 저도 짜릿한 희열을 느꼈어요. 남편에게 더 잘해야지 싶더라고요.”
변정수의 남편은 현재 사보 ‘제이제이 매거진’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여덟살 연상의 류용운씨로, 경원대 응용미술학과 선배다. 지난 95년 1월 결혼한 두 사람은 지금도 서로 “오빠” “정수야”라 부르며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빡빡한 촬영 스케줄로 하루 두세 시간씩밖에 자지 못한다는 변정수.


변정수는 이해심 많은 남편 류씨의 외조가 아니었다면 모델생활이나 지금의 연기생활도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특히 엄마 아빠를 반씩 닮은 예쁘고 귀여운 딸 ‘호야’(6·본명 류채원)가 태어난 뒤로는 더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가 됐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지금껏 큰 트러블 없이 잘 사는 데는 변정수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95년 3월 모델로 정식 데뷔한 후 줄곧 일하는 주부로 살아왔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살림꾼. 오히려 지난해 4월에는 ‘변정수의 생활감각 배우기’라는 인테리어 책을 출간했을 정도로 뛰어난 인테리어 솜씨를 자랑하는 살림꾼이다.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에 일이든, 가정이든 똑 소리나게 챙기는 억척 주부라는 점에서 변정수는 요즘 극중인물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작가가 애초부터 애경 역으로 변정수를 염두에 두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악성루머로 심한 마음고생
“사실 제 역할은 자칫 뻔뻔한 역할로 비칠 수 있어요. 그런데 ‘싸가지 없는 아줌마’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대요. 저 역시도 그 점을 우려해 대사를 할 때 일부러 드라이하고 담백하게 갔어요. 평소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앞집 여자처럼 보이되 깨끗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로, 바람을 피우러 갈 때는 과감하게 꾸미되 귀엽고 애교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했죠. 그러니까 천박해 보이지 않고 고급스럽게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는 점은 ‘앞집 여자’가 당초 그의 출연 계획에 없던 ‘땜방용’ 작품이라는 것. 그가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 제작이 취소되면서 SBS 특별기획드라마 ‘첫사랑’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달 정도 자투리 시간이 생겨 출연 제의에 응했다고 한다.
“처음엔 놀면 뭐하나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해보니 장난이 아니었어요. 탄탄한 구성에 완벽한 연출, 극중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자들, 어느 하나 빈틈이 없더라고요. 우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칙칙하지 않게 가벼운 코믹 터치로 그려내 신선한 충격을 던졌지만 마냥 웃기는 드라마는 아니에요. 불륜을 합리화하거나 조장하는 드라마도 아니고요.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부부들에게 가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 이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걸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그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집여자’와 ‘첫사랑’ 촬영장을 오가야 하는데다 밀려 있는 CF 촬영 일정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것. 더욱이 드라마 대본이 촬영 전날 나오고, 밤샘 촬영도 많아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두세 시간이다. 그러다 간혹 열 페이지 분량의 대사를 소화해야 할 때는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사람은 그의 대본 연습을 도와주고 있는 뮤지컬 배우 이태원. 변정수는 대본을 받으면 한밤중에라도 이태원을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한줄이라도 배워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잠을 못 자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촬영 중에는 메이크업을 지우지 못하니까 피부도 많이 상했고요. 하지만 피곤하고 힘들어도 연기하는 건 재미있어요. 이왕 시작한 일이니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잘해야죠. 그래서 일할 때는 가급적 집안일을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잘 안돼요.”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매니저 조민철씨에 따르면 변정수는 하루에도 몇번씩 집으로 전화해 딸아이의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밥은 잘 먹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실내 온도는 잘 조절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 그런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고.
“호야한테 많이 미안해요.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얼마전 이가 빠졌는데 그것도 못봤어요. 흔들리는 건 봤는데…. 유치원에서 장기 자랑할 때도 드라마와 CF 촬영이 겹쳐서 제 시간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대신 가달라고 부탁하고 30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끝나 아무것도 보지 못했죠. 엄마한테 잘했다고 칭찬받는 아이들을 보며 호야가 부러워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 찢어지더라고요.”
그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겉으로는 마냥 씩씩해 보이는 그도 아이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엄마인가 보다. 그는 “호야가 엄마를 닮아 씩씩하고, 의젓해 그나마 안심”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기 때부터 엄마가 일한다는 걸 주지시켜서 그런지, 호야는 또래 아이들처럼 떼를 쓰거나 투정부리는 일이 없어요. 하지만 가끔 호야도 외로울 것 아니에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호야가 구김살 없이 잘 자라주어서 고마울 뿐이에요.”
현재 호야의 육아는 집안일을 해주는 할머니가 도맡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살 때는 가까이에 살던 시어머니가, 지난해초 금호동으로 이사한 뒤 한동안은 그가 육아를 맡았는데 지금은 스케줄이 빡빡해서 남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남편도 아이를 봐줄만한 시간이 없어요. ‘제이제이 매거진’을 만들면서 다른 사보 일도 하고, 론칭해야 하는 브랜드도 몇개 있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아주 좋은 할머니를 만났어요. 아이를 대하는 게 남 같지 않아요.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보다도 더 잘해주세요. 그런데 정작 엄마는 그렇게 못해주니까 더 미안해지는 것 같아요.”
당초 8부작으로 기획됐던 ‘앞집 여자’가 12부까지 연장 방영하기로 결정돼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그가 염려하는 부분은 피부와 건강. 그나마 피부는 건강하게 타고난 데다 쉴 때 미리미리 관리해두어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고 땀구멍이 커진 정도라고 한다.
“보통 연기자들이 한 작품을 끝내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 말의 의미를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쉬면서 열심히 관리한 만큼 타격을 덜 받더라고요. 저는 쉬는 동안 시간 활용을 잘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관리했어요. 피부관리실에 다니며 스킨케어도 받고, 운동으로 몸매 관리도 하고, 헤어스타일도 역할에 맞게 변화를 주고, 염색으로 머릿결이 상할까봐 트리트먼트도 꾸준히 했어요. 그래서 지금 그나마 유지하는 거예요. 피부 손상은 심하지 않아서 쉬면 금방 회복될 것 같아요.”
건강은 단시일에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면 부족에 피로가 누적된 데다 스트레스로 입맛까지 잃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 현재 그의 체중은 49kg. 촬영으로 강행군한 지 한달 만에 4~5kg이 줄어들었다.
“속이 쓰릴 정도로 허기가 져도 일에 신경 쓰다 보면 밥이 안 넘어가요.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 정도까지 살이 빠진 적은 없어요. 보통 53~54kg 정도일 때가 가장 편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등이 휘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쓰러져 병원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얼마전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에 충격이 컸거든요. 그 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건강이 더욱 악화됐어요.”
그가 거론하기조차 거북해하는 ‘사건’은 한 여성이 인터넷 게시판에 ‘변정수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허무맹랑한 글을 올려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을 말한다. 변정수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자수한 범인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한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3분여 만에 삭제했지만 문제의 글은 이미 인터넷의 다른 사이트로 옮겨져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범인의 우발적인 실수로 변정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불륜에 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앞집 여자’ 변정수

“아무리 남 얘기하는 것을 쉽게 생각해도 그렇지, 너무 잔인해요. 점괘에도 제가 올해 구설수가 좀 있다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이버 테러가 얼마나 나쁜 짓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거예요. 물론 본인은 뭔가 억눌린 게 있으니까 자기글을 통해 관심을 끌려고 했을 거예요. 범인으로 잡힌 여성도 결손가정에서 자랐더라고요. 전 그 여성보다 부모한테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무관심이 결국 그런 사건을 만든 거예요. 무관심은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예요. 더욱 화가 치민 건 그 여성이 올린 글을 재미있다며 퍼뜨린 사람들 때문이에요. 그 사람은 제가 죽었다는 얘기가 재미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남편, 딸, 가족들은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겠어요. 사람 하나 바보 만든 거예요. 사람들한테 내가 그동안 어떤 인상을 심어줬길래, 뭘 어떻게 잘못했길래 이런 일을 당하나 싶더라고요. 사실 저 사람들한테 못되게 한 거 없어요. 나쁜 짓도 안했어요. 드라마도 열심히 하면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그 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그가 드라마가 끝난 뒤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행. 그는 오는 10월 ‘첫사랑’이 종영하는 대로 가족과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 자기 일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멋진 휴양지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아울러 다음 작품을 위해 건강관리도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한다.
“요즘에 섭외가 들어오는 작품이 참 많아요. ‘별을 쏘다’의 이장수 감독님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서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아직 확답을 드리진 못했어요.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려고요. 다음 작품이 영화가 될지, 드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처럼 체력이 달려 병원신세를 지는 일은 없어야죠. 사실 연기도 힘들지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드라마 세편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어요. 드라마면 드라마, 쇼면 쇼에서 한껏 놀아주는 거예요. 노래방에 비유하자면, 처음에는 빼다가도 일단 무대에 나가면 사람들의 기가 팍 꺾일 정도로 신나게 놀고나서 어머머 하고 고개를 숙이는 거죠. 그렇게 자기가 몸담고 있는 무대에서 신나게 놀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융화되더라고요. 사실 전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데뷔 초반에는 융화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들과 친해지고 마음도 편하게 가지니까 일도 쉽게 풀리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인지를 따지기보다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할 생각이라는 연기자 변정수. 어느 자리에 있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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