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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얼굴

뮤직비디오에서 동성애자로 변신, 파격적인 모습 선보인 가수 김지현

“상대 여배우와 키스할 때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몰입했어요”

■ 기획·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글·조희숙 ■ 사진·최문갑 기자 ■ 의상협찬·모르간 오브제 구호 ■ 액세서리 협찬·모렐라또 타테모시안 ■ 신발·비아스피가 ■ 헤어·SOHO 헤어 ■ 장소협찬·카페 르네 (02-517-9500)

2003. 04. 15

일본 여자 모델 아미코 이지미와 파격적인 러브신을 펼친 전 룰라 멤버 김지현. 그의 컴백을 앞두고 벌써부터 시끄럽다. 5년 만에 2집 앨범을 내면서 동성애를 다룬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는 그를 만나 뮤직비디오 촬영 뒷이야기와 30대 댄스가수의 야심찬 각오를 들어보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동성애자로 변신, 파격적인 모습 선보인 가수 김지현


재작년, 전라의 노출에 파격적인 러브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써머타임‘ 이후 1년 만에 얼굴을 비친 전 룰라 멤버 김지현(31). 2집 솔로앨범 ‘더 블루스(The Blues)‘로 팬들 앞에 다시 선 그는 또 다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의 2집 앨범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한 그가 연기한 것은 다름 아닌 동성애자의 사랑. 그로 인해 그의 노래보다는 뮤직비디오가 먼저 화제로 떠올랐던 것.
“뮤직비디오를 보고 제 주변에서 ‘김지현씨 정말 동성애자 맞지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대요. 그 얘기를 듣고 차라리 스캔들 기사가 나는 게 낫겠다고 하면서 웃었어요. 이번 뮤직비디오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지 제 성적 기호와는 전혀 달라요.”
화제가 된 그의 2집 앨범의 타이틀 곡은 ‘더 블루스’. 타이틀 곡의 뮤직비디오는 여자 모델과 사랑에 빠진 레즈비언 사진작가의 이야기로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미 러시아 출신 레즈비언 듀오 타투가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성간의 키스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미국 팝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남성간의 동성애를 담은 장면을 삽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동성애를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는 김지현의 앨범이 처음이다.
극중 사진작가로 분한 김지현과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는 일본 유명 맥주 브랜드인 아사히 맥주 광고모델 출신이자 일본 최고의 패션모델인 20대 초반의 아미코 이지미. 올해초 호주에서 1주일간의 촬영 끝에 제작된 뮤직비디오에는 김지현과 아미코 이지미와의 키스신은 물론 서로의 가슴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옹신 등 파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다. 여기에서 김지현은 ‘혹시 진짜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번 뮤직비디오의 시나리오를 받고 적지않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이미 5년전 첫 솔로 앨범에 세미 누드 사진을 실어 화제의 주인공이 됐었고, 재작년에는 영화 ‘써머타임‘에서 농도 짙은 러브신을 선보이기도 해 또 다시 ‘벗는’다는 것은 가수가 본업인 그에게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다시 ‘누드’로 나선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서 처음엔 소속사에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동성애라는 민감한 내용이라 더 그랬고요. 평소 동성애자에 대해서 적대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막상 제가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선뜻 결정하기 어렵더라고요.”
비록 연기이긴 하지만 같은 동성끼리 키스나 포옹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키스신은 카메라의 트릭이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서로의 가슴을 더듬는 등의 ‘터치’는 유명 패션지의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동성애적인 느낌을 주는 영상 위주로 촬영을 했다고 덧붙인다.
“상대 배우는 저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정말 프로였어요. 노출신을 찍을 때도 스태프들 앞에서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벗더라고요. 저도 키스신을 찍을 때 상대가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니까 조금 편안해지더라고요. 서로 ‘터치’하는 부분은 솔직히 자신없었지만 여자 친구들끼리는 같이 목욕탕도 가잖아요. 그렇게 쉽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김지현은 누구보다 부모님이 가장 신경 쓰였다. 노출 수위가 높았던 영화 ‘써머타임‘ 때문에 그의 부모님 모두 딸의 ‘누드’에 대해 이미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제는 믿고 인정해주시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좋은 기회라고 열심히 부모님을 설득했죠. 1집 앨범의 누드 사진은 젊을 때의 제 모습을 찍어보고 싶어서 기념 삼아 한 작업이었고, 영화 출연 또한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그냥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직비디오에서 동성애자로 변신, 파격적인 모습 선보인 가수 김지현

호감가는 남자가 있으면 일단 술을 같이 먹어보는 것이 김지현의 애인 식별법이라고 한다.


5년전 1집 ‘캣츠아이‘로 화려하게 솔로 데뷔식을 치렀던 그녀는 1집 활동 이후 한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1집 이후 그는 그룹 룰라의 프로젝트 앨범에도 참여하고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나름대로 의욕적인 활동을 해왔지만 결과는 번번이 부진했다.
영화 ‘써머타임‘ 이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인 그는 실제로 영화 출연 이후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받아보기도 했다. 전작과 유사한 ‘에로물’도 있었고 액션, 코미디까지 제법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왔지만 마땅히 할만한 작품을 고르지 못했다.
“2집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마음이 가는 영화도 못 만나고, 2집 작업도 불투명한 상태라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좌절감도 생기고 조바심도 났지만 결국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연기도 욕심나지만 한번 영화를 했기 때문에 저에게 영화배우로서의 길은 열린 셈이라고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공백기간에도 그는 오랜 친구들인 룰라 멤버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90년대 초반부터 ‘100일째 만남’ ‘날개 잃은 천사’ 등의 히트곡을 내며 6백만장의 앨범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인기그룹 룰라는 김지현이 솔로로 데뷔한 이후 다시 결합해 프로젝트 형식으로 그룹활동을 이어오다 지난 2001년 멤버인 고영욱이 군입대하면서 전격 해체되었다.
각 멤버들은 해체 후에도 프로듀서로 변신한 이상민을 위시해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김지현의 이번 2집 앨범작업에도 룰라 멤버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밑받침되었다. 이상민은 그의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아주었고,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중인 고영욱도 틈 나는 대로 촬영장에 동행하는 등 각별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같은 소속사 식구인 가수 백지영도 휴대전화 동영상용으로 제공되는 그의 뮤직비디오에 엑스트라로 출연을 자청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동안 결정적인 조언자 역할을 해준 사람은 이상민의 연인인 탤런트 이혜영이다.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인기 그룹 샤크라의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해온 이혜영은 이번에도 김지현의 스타일리스트를 자청했다. 평소 김지현과 친자매처럼 지내는 이혜영은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호주에도 동행해 촬영 내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특히 강도 높은 노출신을 찍기 위해 감독과 최소한의 스태프만 남아있던 촬영장에 이혜영만큼은 함께 있기도 했다고.
“상대 여배우가 파란색 컬러렌즈를 끼고 빨간색 립스틱을 칠한 채 저한테 다가오는데 갑자기 몸이 딱 굳어지는 거예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혜영 언니가 도와줬어요. 당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연기지도도 해주고, 장면이 끝날 때마다 감독님 옆에서 모니터해주면서 제가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의 2집 앨범에는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스타가 참여했다. 평소 축구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그는 축구스타 고종수와 오누이처럼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고종수의 애창곡도 ‘날개잃은 천사’ ‘3!4!’ 등 룰라의 히트곡 일색일 정도다. 고종수는 이번 앨범에서 그와 함께 ‘지난해 이별’이란 듀엣곡을 불러 가수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평소 노래실력이 뛰어나 ‘카수’로 불리던 고종수는 앨범 속의 목소리만으로는 고종수라고 판단하기 힘들 만큼 부드럽고 세련된 음색을 선보인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축구장으로 달려갈 만큼 (고)종수랑 평소 친하게 지내요. 종수는 축구도 잘하지만 정말 노래를 잘해요. 몇년 전부터 제가 솔로앨범 내면 듀엣곡을 하자고 그랬는데 고맙게도 이번에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근데 워낙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녹음하기 전에 폭탄주 서너 잔 마시고 부르더라고요(웃음).”

72년생 쥐띠인 김지현은 어느덧 서른을 넘겼지만 여전히 168cm 키에 48kg의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데뷔 이후 큰 체중 변화 없이 늘씬한 몸매를 유지해온 데는 그만의 비법이 있다. 정기적으로 단골 지압 전문가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이라고.
“평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너무 잘 먹는 편이에요. 신장이 좋지 않아서 잘 붓는 체질인데 지압 마사지를 받고 나서 붓는 게 싹 없어졌어요.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하지 않는 대신 잘 먹고 춤 연습을 많이 하니까 저절로 몸매가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물이나 음료수는 정말 많이 먹어요.”
두달 전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늦은 나이에 독립을 한 탓인지 요즘은 혼자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대부분 끼니를 바깥에서 해결했지만 혼자 살면서부터는 오히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해 되도록 밥은 집에서 해먹는다. 군것질을 일절 하지 않는 대신 밥은 꼭 챙겨 먹는다는 그는 알아주는 국수 마니아다. 하루 한끼는 반드시 면 종류를 먹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 국수를 좋아한다고 한다.
1년전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 후로 아직까지 솔로를 면치 못했다는 김지현.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없지만 남자친구는 빨리 사귀고 싶다고 한다. 그가 바라는 이상형의 남자는 따로 없다. 대신 호감 가는 남자가 있으면 일단 술을 같이 먹어보는 것이 그만의 애인 식별법이다.
“술버릇을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술버릇이 고약하다면 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빨리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생기면 정말 잘 해줄 텐데….”
잘 웃는 성격에 애교가 뚝뚝 묻어나는 김지현은 스스로에 대해 여자친구로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고. 예전에도 사귀던 남자친구를 위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줄 만큼 시시콜콜 자상하게 챙겨주는 성격이라고 한다. 게다가 집안에서 맏이로 자란 탓에 어지간한 찌개류나 국 종류는 물론 잡채까지도 거뜬히 만들어낸다며 은근히 요리솜씨도 자랑한다. 일도 사랑도 화통한 성격처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김지현. 사랑에는 적당한 표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사랑관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의 표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요즘 젊은 친구들처럼 길거리에서 껴안고 뽀뽀할 용기는 없어요. 오히려 프로러즈는 반드시 남자친구한테 먼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보수적인 면도 있어요.”
그가 가장 부러워하는 커플은 전 솔리드 멤버 정재윤씨 부부다. 아직도 서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는 그들 부부를 보면 자신도 하루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친구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은 후 당분간 결혼은 먼 얘기가 될 것 같다는 그. “흔히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6년 동안 결혼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근데 전 소속사와 3년 계약을 하는 바람에 6개월 안에 결혼하긴 틀렸고…” 라며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김지현은 오는 4월 본격적인 컴백 무대에 설 생각이다. 10대 댄스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선배가수 엄정화와 박미경이 흔들림 없이 무대를 지키고 있으니 낙관적이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저의 팬들은 주로 20∼30대층이 많아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어 솔직히 10대를 제외한 연령층이 들을 만한 노래가 없는 것이 사실이죠. 그들을 위한 성인가요가 필요하다고 봐요. 저와 같은 세대의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올여름엔 섹시함과 가창력을 두루 갖춘 가수 김지현의 시원스러운 노래를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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