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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여자의 야망

자신의 이름 내건 연기스쿨 강사로 나선 톱스타 이승연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2003. 04. 08

탤런트 이승연이 강단에 선다. 지난 3월17일부터 모교인 인하대 사회교육원 연극영화 아카데미의 ‘이승연 연기스쿨’ 강좌를 맡은 것. 특히 공개로 열린 첫 수업에는 수많은 취재진까지 몰려 대만원을 이뤘다. '호텔' '첫사랑' '신데렐라' '내 사랑 누굴까'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연기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가 연기 강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이름 내건 연기스쿨 강사로 나선 톱스타 이승연

톱스타 이승연(35)이 ‘교수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3월17일부터 모교인 인하대 사회교육원 연극영화과 아카데미의 연기스쿨 강좌를 맡은 것. 그는 지난 2월초 학교측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체계적으로 연기 공부를 해서 강단에 서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급작스레 제의를 받고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저 역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같이 공부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의 말 한마디라도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고요.”
첫 수업이 있던 지난 3월17일 이승연은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학교에 나타났다. 전날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고민하다 아무래도 편안하고 단정한 느낌이 나는 옷이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한다. 먼저 학교 총장과 미팅을 가진 그가 강의실로 들어선 시각은 예정보다 늦은 7시16분. 벽에 있는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한 그는 수강생들에게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학교 다닐 때 지각하던 사람이 이럴 때도 늦는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고 한달 동안 많이 설레었어요. 그러다 보름 전부터는 첫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죠. 도서관에서 책도 뒤적여봤고요. 사실 저도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해 10년 세월이 흘러 연기자가 된 거죠. 일단 오늘은 서로 소개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갈 지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의 말에 큰소리로 호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상외로 많이 모여든 취재진 때문인지 학생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특급 MC로 인정 받던 그의 순발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이때였다.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는가 싶더니 “꼭 연기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도 좋다. 평소 이승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은 뭐든지 물어도 좋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도 상관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첫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그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밝힌 뒤 선하게 살면 마음이 편하고 누구를 만나도 웃음이 나와 젊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저녁식사를 한 후에는 가급적 군것질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곁들였다.
연기자를 지망한다는 한 학생은 그가 어떻게 해서 연예인이 되었는지 물었다. 그에 따르면 인하대 항공운항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서 3년 동안 스튜어디스로 일하다 다니던 미용실 원장의 권유로 92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그는 대회 출전을 위해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표를 냈고, 미스코리아 미로 당선된 후 MBC ‘특종 TV연예‘의 리포터를 맡으면서 방송일을 시작했다.
드라마 데뷔작은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당시 이 드라마에는 김찬우, 장동건 등의 청춘스타들이 출연하고 있었는데 그는 장동건이 사모하는 미대생 역할을 맡아 신고식을 치렀다.
“그때는 연기의 ‘연’자도 모를 때였어요. 대사가 안되니까 감독님이 최대한 예쁜 모습으로 돌을 열심히 쪼라고 주문했어요. 드라마에서 20초 남짓 방영되는 장면이었는데 1시간 넘게 찍었죠. 어쩌다 대사를 해도 연기에 자신이 없을 때라 모기 소리를 냈고…. 그런 현상이 꽤 오래 갔던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장 힘들게 촬영한 작품은 ‘모래시계‘였다고 한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등 쟁쟁한 연기자들의 연기에 압도되어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다리가 부러져 촬영을 못했으면 좋겠다는 헛된 꿈을 꾸었다고. 가끔은 비가 내려 촬영이 취소되기를 빌기도 했는데 비가 오면 그 장면을 실내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웃었다.

자신의 이름 내건 연기스쿨 강사로 나선 톱스타 이승연

그는 앞으로 말 못하는 장애인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 ‘호텔‘ ‘첫사랑‘ ‘신데렐라‘ ‘내 사랑 누굴까‘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지만 작품 선정이 훌륭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하고 싶은 역할보다는 쉽게 해도 빛이 나는 역할을 주로 하다보니 연기자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그때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말 못하는 장애인이나 어떤 일에 미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를 잘 하려면 많이 느끼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창녀 역할을 맡았을 때 직접 창녀 경험을 해볼 수는 없지만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죠.”
연기자로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기뻐할 때.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감사하다고 한다. 한때 고현정이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최고의 순간에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연기를 계속하면서 은퇴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울러 지금까지 함께 연기했던 남자 배우들에 대한 평가도 했다. 최수종은 편하게 느껴지는 배우, 최민수는 카리스마에 압도되는 배우, 한석규는 성실하고 노력하는 배우, 두편의 작품을 같이 한 김민종은 개인적인 기억이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황신혜 김승우와 함께 출연한 ‘신데렐라‘. 처음에는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 연기하기 좋았고, 나중에는 언니의 애인에게 사랑을 느끼는 극중 인물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어 많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 후유증으로 그는 드라마를 끝내고 나서 한달 동안 심하게 아팠다고 한다.
또한 운전면허 불법취득 혐의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2년 동안을 최악의 슬럼프 시기로 꼽았다. 그는 그후 활동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내 사랑 누굴까‘에 출연하던 최근까지도 지인들의 도움으로 견뎌야 할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내 사랑 누굴까‘에 출연하는 동안에도 너무 괴로웠어요. 대사가 너무 많아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암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죠. 많은 분들이 김수현 선생님 드라마를 하고 나면 훌륭한 연기자가 된다고 말하던데 전 다음 작품을 해봐야 그 말씀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는 학생들이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비켜가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셨냐”는 질문에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다 썼다. 어린 나이에 돈을 벌다보니 재테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금전운은 순식간에 지나더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또 “연예인을 둘러싼 소문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인터넷을 보면 인신공격이 난무하는데 다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승화시킨다”고 답했다.
올해로 연기 생활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만족할 때보다는, 아직도 멀었다며 괴로워할 때가 훨씬 많다는 이승연. 그는 일단 6개월 예정으로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이 원한다면 계속 강단에 서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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