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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페이스

MBC 새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맡은 탤런트 수애

“신데렐라란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MBC 홍보실 제공 ■ 의상협찬·지센 ■ 액세서리·라모베 ■ 장소협찬·마우로(02-541-6037)

2003. 03. 03

올해 방송계 최고의 신데렐라로 꼽히는 탤런트 수애. 단막극 두 편과 MBC 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에 조연으로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인 그가 MBC 새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조은하 역을 맡아 화제다. “아직도 인터뷰와 사인 공세가 낯설기만 하다”는 새내기 탤런트 수애와의 풋풋한 데이트.

MBC 새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맡은 탤런트 수애

신인 탤런트 수애(23·본명 박수애)와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질문을 해도 단편적인 대답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긴 질문을 해도 “네, 좋았어요”라고 짧게 대답해 기자를 맥 빠지게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매니저가 “지금까지 인터뷰를 딱 여섯 번 밖에 안 해봤어요. 특히 잡지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 말을 잘 못해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몸둘 바 몰라 했을 정도. 그런데 알고보니 문제는 인터뷰를 위해 탁자 위에 틀어놓은 녹음기에 있었다. 신인인 그에게는 자신의 이야기가 녹음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것. “녹음기 치울까요”라고 묻자 그는 치아 전체가 드러나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가수의 꿈 키우며 음반 준비한 경험 있어
“저는 아직도 제 자신이 연예인 같지가 않아요. 사람들이 저를 궁금해할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또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인터뷰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게 참 힘들어요. 게다가 녹음기까지 있으면 너무 당황스럽죠. 드라마 카메라 앞에 있을 때는 참 편안한데, 녹음기 앞에서는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어요(웃음).”
탤런트 수애. 지난해 6월 MBC ‘베스트극장-짝사랑’으로 데뷔한 이후 또 다른 단막극 한편과 MBC 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에 출연한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인 그야말로 초보다. 그런 그가 지난 2월10일 방송을 시작한 MBC 새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조은하 역으로 전격 발탁되어 화제다. ‘러브레터’의 조은하는 부잣집 소녀에서 한순간에 고아가 돼 악바리 같은 인생을 살아가지만 남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여의사로 자신이 사랑하는 신부 안드레아와 자신을 짝사랑하는 정우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감독님(오경훈 PD)은 제게서 느껴지는 당참 때문에 뽑았다고 하시지만 저는 극중 은하와 제 성격이 비슷해서 아닐까 싶어요. 원래는 여린 성격인데 그것을 숨기려고 오히려 더 강한 척하는 모습이 저와 많이 닮았거든요. 실제 사람들은 제 외모만 보고 활달하고 털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성적이고 상처를 많이 받아요. 안 그런 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어릴 적에는 순해 보인다는 말이 싫어 처진 눈썹을 밀어버렸을 정도니까요(웃음).”
하지만 수애가 주연을 맡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러브레터’ 제작진과의 두번째 미팅이 있는 날 대본을 모두 외워갔다. 자신의 대사뿐 아니라 상대방의 대사까지 줄줄 외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제작진은 깜짝 놀랐고 이 정도 열의라면 신인이지만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도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3분의 1 정도 촬영을 마쳤는데, 상대역인 조현재와 호흡도 잘 맞고 선배 탤런트들의 연기 지도를 받을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다. 조현재와는 동갑내기인데다가 같은 기획사(스타제이)에 소속돼 친구처럼 지낸다고.
“항상 ‘현재야’라고 했지, ‘현재씨’라고 한 적이 없어요(웃음). 데뷔 전부터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죠. 또 신인이라 감독님도 특별히 신경 써주세요. 한번은 눈물을 흘리는 부분에서 탁 막힌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제 감정이 살아날 수 있도록 옆에서 같이 울어주셨죠. 촬영할 때마다 운 좋게 캐스팅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는 데뷔한 지 9개월밖에 안됐지만 사실 꽤 오랫동안 연기 공부를 해왔다. 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곧바로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어릴 적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데다가 주변에 연예인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자신도 막연히 ‘연예인이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테니스도 배우며 시간을 보내던 그는 2000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잡지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

MBC 새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맡은 탤런트 수애

그는 드라마 ‘러브레터’에서 같은 기획사 소속인 탤런트 조현재와 호흡을 맞춘다. 둘 다 신인인데다 동갑내기라 편안하게 연기한다고.


“그때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요. 연기를 공부했지만 정말 연기자가 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함께 모델을 하던 친구 두명과 의기투합해 3인조 여성 댄스그룹으로 데뷔하려고도 했어요. 1년 정도 준비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수로서 전혀 가능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몸치에 음치였거든요. 그때 지금 제가 소속돼 있는 기획사의 대표님이 저희를 보자마자 ‘얘네, 안돼’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예요.”
누군가 아버지가 구두닦이라고 인터넷에 올린 글 보고 인기 실감
스타제이의 정영범 대표는 그를 보자마자 노래보다 연기에 더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MBC 베스트극장 ‘짝사랑’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저는 덧니를 없애고 치열교정을 하고 있었어요. 교정하는 데 1천만원이나 들었는데, 드라마에 출연하려면 교정기를 빼야만 했죠.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겨우 출연을 결정했는데 문제가 또 있었어요. 오랫동안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발음이 또박또박 나오지 않았거든요. 첫 장면을 찍을 때는 무려 30번이나 NG를 냈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하지만 첫 출연작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전형적 미인은 아니지만 중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신선한 외모에 허스키한 목소리, 편안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연기 등이 신세대 취향에 맞았던 것.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신인 탤런트 수애가 누구인지 묻는 문의가 빗발쳤고 ‘맹가네 전성시대’ ‘러브레터’의 제작진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데뷔 전에는 평범한 얼굴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개성적인 얼굴이라고 하대요. 다들 똑같이 예쁘니까 평범한 제가 오히려 개성적이라는 것 같아요. 저는 별로 예뻐지고 싶지 않아요. 주변에서는 자꾸 코를 높이라고 하는데 뭐, 제 코가 낮은가요(웃음).”
요즘 그는 ‘러브레터’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을 읽지 않는다. 처음에는 많이 읽었지만 올바른 비판이 아닌 일방적인 비난이 가득한 글을 읽고 상처를 받은 것. 또 연기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악의적인 의견을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화뇌동할 것 같아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만 매진할 생각이라고.
“인터넷이 참 무섭기는 하더군요. 며칠 전 저희 아버지가 구두닦이를 한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보고 제가 ‘연예인이기는 하구나’ 하고 새삼 느꼈어요. 아버지가 구두닦이를 하시는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아무리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어도 계속 구두를 닦으실 거래요. 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잘 살았어요. 아버지가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매우 자랑스럽죠.”
현재 그는 남자친구가 없다. 고1 때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해온 첫사랑이었고 그 후로 세명의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전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아마 남자친구가 있었어도 너무 바빠 헤어졌을 것”이라는 그는 한때 탤런트 양동근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동근 오빠는 멋진 사람이에요. 특히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매력적이죠. 같은 기획사 소속 친하기는 하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에요. 이상하게 여러 명이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해도 오빠랑 둘이서 그랬다고 하더군요(웃음). 이상형은 음… 저를 많이 좋아해주기만 하면 돼요. 외모는 거의 안 보고요.”
인터뷰를 마친 후 그는 기자에게 “제가 말한 그대로만 써주세요”라고 또렷이 말했다. ‘러브레터’ 제작진이 발견했다는 그의 당참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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