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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클로즈업

섹시코미디 <색즉시공> 주연 맡은 임창정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2002. 11. 15

“섹시함과는 거리가 먼 제가 주인공 맡은 비결 궁금하시죠?” 아예 내놓고 풍기문란 섹시코미디를 표방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색즉시공>. 하지만 뜻밖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우 겸 가수 임창정이다. 당초 그도 자신이 섹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했을 정도. 첫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순진남’으로 등장하는 그의 영화 촬영 뒷얘기 & 영화 밖 인생.

섹시코미디  주연 맡은  임창정
영화배우 임창정(30)이 데뷔 후 처음으로 섹시 코미디에 도전한다. 문제의 작품은 지난해 <두사부일체>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윤제균 감독의 두번째 영화 <색즉시공>. 제목 ‘색즉시공(色卽是空)’은 ‘세속적 욕망을 밝히는 것은 덧없다’는 의미지만 극중의 인물들은 시도때도 없이 불끈불끈 치솟는 세속적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섹스 어드벤처에 나선다.
“우리 영화 진짜 웃겨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재밌더라고요. 하지만 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섹시’라는 코드가 저랑은 영 안 어울리잖아요. 그래서 매니저를 통해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그게 감독님한테 전달이 잘 안된 거예요. 한달쯤 지나서 제 뜻을 안 감독님은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은 얼굴로 ‘창정씨가 안 하면 이 영화를 엎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순간 감독님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어요.”
그렇다고 즉석에서 결심을 바꾼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읽고 심사숙고하겠다고 약속한 것. 아울러 윤제균 감독을 한달 동안 매일 만나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내놓으며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함께 했다.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최종 시나리오가 나온 직후. 마침내 그가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 감동한 윤제균 감독은 그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와 윤제균 감독은 사실 그가 지난해 영화 <두사부일체>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이. 하지만 이번 영화 출연에 그때의 친분이 작용하지는 않았다.
“사실 저는 그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감독님 얼굴도 몰랐어요. 감독님 얼굴이 그 정도로 평범하게 생기셨거든요(웃음). <두사부일체>를 촬영하러 갔을 때 마침 비슷비슷하게 생긴 분들이 나란히 서 계셔서 더 그랬죠. 어디선가 ‘컷’ 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유심히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함께 작업해보니 카리스마가 대단한 분이에요. 지금은 오히려 이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도마 위에 놓인 마늘 빻기 위해 머리로 50번이나 내리쳤어요”
‘색’에 죽고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색즉시공>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군 제대 후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고시 합격에 목숨을 건 늦깎이 대학생 은식. 하지만 그 거창한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시련을 만났으니 교내 퀸카 은효(하지원)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그는 은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좌충우돌하지만 하는 행동마다 점점 더 그를 한심한 남자로 보이게 할 뿐이다.
그가 은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벌인 행동 가운데 하나는 이마로 도마 위에 놓인 마늘 빻기. 극중에서 차력부원으로 등장하는 그는 이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하늘로 붕 떠올랐다가 이마로 도마를 내리치는 장면을 50번 가량 촬영했다.
“머리는 별로 안 아팠는데 살이 까진 곳에 마늘즙이 스며들어 쓰라려서 혼났어요. 머리가 안 아픈 이유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머리 강하기로 유명했거든요. 한번은 저보다 더 세다고 우기는 애한테 도전해서 이긴 적도 있어요. 싸우는 방법은 뒤에서부터 달려와서 머리끼리 쾅 부딪치는 거예요. 좀 무식하죠? 영화에서 나오는 차력 장면들은 대역 없이 제가 다 했어요. 제가 운동을 좀 하거든요. 태권도도 3단이고요. 대신 지금 온몸이 상처투성이예요.”

섹시코미디  주연 맡은  임창정

임창정은 영화에서 은효(하지원)에게 마음을 빼앗긴 차력부원으로 등장한다.

이번 영화 <색즉시공>에서는 주연을 맡고 있지만 특별히 주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영화만 좋으면 조연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 전작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도 주인공 이정진을 받쳐주는 주연급 조연으로 열연했다. 그는 영화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도 없다고 한다. 일단은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때로는 ‘정’에 흔들려 영화 출연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자카르타>나 <행복한 장의사>가 그런 경우였어요.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했는데 6개월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저 아니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나를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데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돼요. 결과요? 역시 처음 생각이 맞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욕심을 부린 결과니까 누굴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관리’. 인간미가 없어서다. 89년 처음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딜 때 유명 연예인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밥 한번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미 그 목표를 1,000% 이상 달성한 만큼 보다 더 성공하기 위해 인간미까지 잃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영화 한편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해서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없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요. 줄줄이 망해서 주연급 출연 제의가 없으면 단역이라도 하죠, 뭐. 저한테 영화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게 98년부터예요. 연기 생활을 시작하고 9년이 지나서였죠. 제 생각은 그래요. 실력만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한편이 잘 됐다고 혹은 잘못됐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만년 소년 같던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 그도 이제 서서히 결혼을 생각할 나이임을 인정한다. 무엇보다 나이 든 부모님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장가가고 싶다고. 그렇다고 지금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 하루 쉬는 날이 생겨도 특별히 만날 사람이 없어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빈둥대기 일쑤라는 것.
대신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후배는 있다. MBC 24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김양희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2000년 임창정의 히트곡 <기쁜 우리>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가까워졌는데 그뒤로 가끔씩 만나 차를 마시며 연기에 관해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임창정의 추천으로 홍콩 프루트 챈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장실 어디예요>에 김양희가 출연하기도 했다.
“양희는 제가 아끼는 후배예요. 그러니까 <화장실…>의 여주인공 후보로 추천도 했죠. 하지만 여자친구는 아닙니다. 솔직히 전 여자친구가 있어도 결혼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거예요. 결혼을 우리끼리 하는 것도 아닌데 부모님 허락도 안 받은 채 사귄다고 세상에 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사귀다가 잘못돼도 문제고요. 저보다도 여자친구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서 끝까지 비밀에 부치려고요(웃음).”
대신 정식으로 결혼날짜를 잡으면 팬들에게 당당히 미래의 신부감을 공개할 생각이라고 한다. 팬들의 사랑으로 이 자리까지 온 만큼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 “최근 결혼한 로커 신해철처럼 가족들만 모인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릴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유난스러운 것은 싫다”고 대답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가 싫어 6개월 전 휴대폰도 없앴다는 임창정. 그의 소박함과 우직함이 듬뿍 배어 있는 영화 <색즉시공>은 12월1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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