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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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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정보와 통통 튀는 개성으로 승부하는 디지털 감각파 ‘디카월드’

사이버 커뮤니티

■ 글·박윤희

2002. 10. 23

“디카족은 거울 보고 자기 얼굴 찍는 걸 무척 좋아해요!” 목욕탕 거울 앞에서도, 편의점 볼록 거울 앞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는 돌아간다. 왜? 디카월드 회원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이미지에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찍고 싶은 욕망’ 하나로 똘똘 뭉친 2천여명의 디카월드 회원들. 디지털 카메라로 새로운 자기표현과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도전하는 그들만의 통통 튀는 ‘디카 라이프’가 여기 있다

‘거울 앞에서 셀프 찍으면 자꾸 플래시가 터져서인지 그 부분이 광채로만 나와여. 내 얼굴 걍 다 가려버릴 만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제가 아직 왕초보라 원초적인 질문해도 예쁘게 봐주세여. 내공 많이 쌓겠슴다.’ -박미화
‘거울에 대고 플래시를 터뜨리면 당연히 하얗게 나오겠죠. 빛이 모두 거울에 반사되니깐. 거울 앞에서 찍으실 땐 플래시를 끄고 찍으세요. 찍기 전에 거울 잘 닦으시고요.^^ 참 저도 초보랍니다.’ -김은미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디카월드(dcworld. cyworld.com)’ 회원들은 모든 대화를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셀프소개’ 코너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을 때도 목욕탕 세면거울, 편의점 볼록거울,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를 함께 올린다. 모두 ‘왕족’의 후예들인지 ‘셀프소개’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폼생폼사’ 수준을 넘어 한결같이 ‘자뻑’(스스로 ‘뻑’ 가는 것)의 경지에 다다른 표정이다.
“원래 디카족들은 거울보고 자기 얼굴 찍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목욕탕 거울 앞에서 온갖 엽기적인 포즈를 다 취하죠. 집에서 혼자 뒹굴다가도 셀프 카메라 많이 찍어요. 디지털 카메라는 순간적으로 어떤 느낌이 찾아올 때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 수단이죠.”
회원 서준현씨(27)는 디지털 카메라를 ‘자기표현 수단’이라고 단 한마디로 정의 내리는데, 그도 셀프 카메라는 자주 찍지만 다른 인물 사진은 절대 찍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지난 4월에 ‘쿨픽스990’을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했는데 주로 주말에 들고 다니면서 예쁜 것이 보이면 무조건 찍어요. 창경궁, 인사동 등의 거리 풍경도 찍고 팬시 상점에 진열된 인형도 찍죠. 그런데 사람들을 찍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사진을 LCD액정화면으로 보면서 ‘눈을 감았네’ ‘표정이 이상하네’ 하며 지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에 비해서 ‘뒷말’이 많다는 것이 서씨의 귀띔.
“사진을 PC로 전송해서 포토샵 편집을 거치니까 자기 인물 생각은 안하고 편집 탓만 하는 거죠. ‘얼굴의 여드름 좀 지워주지, 너무 적나라하다’ ‘효과 확실하게 넣어서 피부 뽀얗게 만들어 줄 것이지’ 등등 아무튼 말이 많아요.”

서씨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촬영기술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디카월드에 회원으로 가입한 케이스. 디카월드는 지난 5월 온라인 모임을 처음 시작, 현재 2천명 남짓한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디카월드에 가입한 회원들은 대부분 서씨처럼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구입했거나 새로 장만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디지털 카메라의 구입과 사용방법, 촬영기술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저는 ‘캐논 ixus330’을 쓰는데용~ 밤 사진은 그냥 까맣기만 해요. 얼마 전 하늘에 달이 넘 예뻐서 찍고 싶었는데. 넘 어렵네여~ 특별히 뭘 조정해주고 찍어야 하는 건가요?’ -서가원
‘야경 찍을 땐 삼각대를 꼭 쓰셔야 할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이미지를 얻을 수가 없죠. 삼각대는 굳이 좋은 걸 쓰실 필요는 없고요. 2만∼3만원 선에서 컴팩트 카메라용(미니삼각대)으로 구입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군요. 아, 그리고 야간 인물 촬영은 디카가 원래 약한 부분으로 알고 있는데 플래시를 오토로 터뜨리면, 달걀귀신이 된답니다.(--) ‘슬로 싱크로 모드’로 하시면 배경도 잘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문규
대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수가 백 단위, 천 단위를 넘어가면 ‘유령회원’들로 모임 운영이 부실해지기 마련. 그런데도 디카월드는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하게 운영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진지하다. 클럽장 박기원군(18)은 ‘정’이라는 말로 모임운영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사진이 하나하나 올라올 때마다 회원들이 칭찬과 격려, 애정이 담긴 말을 한마디씩 하면서 사진 올린 분을 흐뭇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더 신나서 사진을 올리게 되고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저희 동호회는 서로를 이어주는 어떤 ‘정’ 같은 게 있어요.”
박군은 현재 고3 수험생. 부클럽장 역시 고등학생이다. 그렇다고 디카월드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이미 10대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강자로 군림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지 오래다. 디카월드의 ‘디카 용어사전’ ‘카메라 안내’ ‘디카 강좌’ 등 동호회 사이트 각 카테고리에 올라 있는 정보를 보면 10대 운영진의 위력을 단번에 실감할 수 있다.
“클럽장이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10대 회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이 있어요. 한번은 40대 아저씨가 제가 수험생인 걸 알고 깜짝 놀라시면서 ‘아들뻘이니까 수능시험 끝나면 정기모임 때 술 한잔 사줄게’ 하셨어요. 디카는 이렇게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거창한가요?(웃음)”
디지털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채 1년도 안된다. 당연히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의 역사도 짧을 수밖에 없는데 ‘찍고 싶은 욕망’으로 디지털 시대의 한 축을 형성해 가는 이런 동호회의 장점은 바로 정보의 공유다. 디카월드 회원들만 해도 ‘디카 사용기’ ‘비법전수’를 통해 단순한 친목활동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의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어 이런 커뮤니티 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디카월드 회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팁(Tip)인데요. 이제 막 디카족이 되려는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공개할게요. 디지털 카메라를 살 때 ‘CCD’와 ‘LCD액정화면’을 꼭 확인하세요. 구입하려는 디카의 렌즈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셔터를 누르세요. 그럼 LCD화면이 까맣게 나오잖아요. 이렇게 촬영한 정보를 PC로 전송해 PC모니터로 확대해 보세요. 만일 불량 화소가 있다면 모니터 화면에 빨강, 초록, 파랑의 작은 점이 나타나는데 이런 디카는 절대 구입하지 마세요.”
디지털 카메라 전문시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리품, 손품 팔아서 건져 올린 정보를 기꺼이 남들과 공유할 줄 하는 디카월드 회원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찍고 싶은 욕망’까지 채워줄 줄 아는 그들만의 또 다른 ‘자기표현’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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