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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물 & 화제 │ 아름다움을 아는 남자

신개념 브랜드 ‘리토’ 내놓은 국내 보석박사 1호 김화수

“끈질긴 집념과 보석에 대한 관심이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 글·이선미 ■ 사진·김성남 기자

2002. 10. 09

백화점에 가면 카르티에, 티파니, 불가리 등 고가의 수입 주얼리 브랜드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는 제대로 된 명품 주얼리 브랜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25년 세월을 꼬박 보석에만 투자해온 보석박사가 있다. 한국을 대표할 명품 주얼리 브랜드 ‘리토’를 설립한 김화수씨의 야심찬 계획을 들어봤다.

신개념 브랜드 ‘리토’ 내놓은 국내 보석박사 1호 김화수
거리에 나가면 셀 수 없이 많은 패션 주얼리 전문점들이 눈에 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몰리는 거리는 한집 건너 하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IMF로 인해 고가의 예물소비가 줄자 자구책으로 생겨난 것이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저가의 패션 주얼리 숍이기 때문. 하지만 “시장은 넓어도 보석이 갖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한 상품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는 한양대 재료공학과 김화수 겸임교수(46).
“보석가공업은 선진국에서는 ‘귀족산업’이라 불릴 만큼 고부가가치산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석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에 비해 아직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인재육성도 너무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보석감정업계에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 보석감정소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고요. 감정료가 겨우 1만∼2만원밖에 되지 않으니 10억∼20억원이나 하는 비싼 장비를 들여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지요. 참 안타까워요. 시장성은 무한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돌덩이를 섬세하게 깎아 보석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김교수는 보석이나 금속에 색을 넣거나 브로치에 자석을 붙여 장식품의 효과를 더한 ‘업그레이드 주얼리’를 개발했다. 그는 또한 돌덩이를 녹인 후 재결정처리과정을 통해 더욱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많은 양의 보석으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을 완성해낸 보석박사다.
그가 최근에 탄생시킨 고품격 주얼리 브랜드 ‘리토(LITHO)’는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판 끝에 이루어낸 집념의 소산이다. 리토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의 저력을 알고 있기 때문. 그는 이미 99년 5월 인사동 갤러리에서 ‘예술과 보석의 만남’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예술적인 보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키도 했다.
김교수가 ‘리토’라는 브랜드를 만든 것은 무엇보다 무한한 시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 이렇다 할 보석 명품이 없는 현실을 전문가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리토’의 차별화 전략으로 ‘전문가’를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리토’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디자인부터 세공은 물론 신기술개발과 인재육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대리점의 인테리어나 매장직원 교육에도 세심한 신경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교수는 진정한 전문가의 길은 보석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다고 충고한다. 어떤 보석이라도 자기의 손을 거친 것은 훗날 세상을 밝혀줄 빛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교수는 하루종일 보석과 함께 산다. 심지어 잘 때도 연구중이던 보석들을 옆에 두고 잔다. 눈앞에 보석이 안보이면 허전하다는 그의 보석 사랑은 남다르다.
“제가 보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원석의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현미경으로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작품처럼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같은 보석이라도 디자인과 커팅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로 다가오거든요. 또 보석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보석이 나쁜 일에 쓰이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 또 진정 감사하는 사람에 대한 선물 등,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습니까. 보석을 통해 교감이 이루어지는 거죠. 한번은 입대 전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어머님께 선물한다며 반지를 사간 남학생이 있었는데 참 보기 좋더군요(웃음).”

그의 보석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부모님 소유의 건물에 세 들어 있던 보석 커팅 공장을 수시로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금속이나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그것이 계기가 되어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 보석 신소재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졸업 후 선진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미국 클리블랜드 오하이오에 있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고, KIST에서 보석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 국내 유일의 공학박사 출신의 보석전문가가 됐다.
현재 그는 한양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보석신소재공학과 재료공학을 강의중이며 대학원에 보석공학과를 신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보석정보센터 소장, 리토 대표이사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미국과 영국의 유수한 저널에 귀금속 관련 논문을 발표할 만큼 일 욕심이 많다.
“제 생김새가 보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정합니다(웃음). 섬세하고 미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잖아요. 주위에선 ‘보석박사’가 결혼반지도 안 끼고 다닌다고 놀립니다. 뭐 꼭 보석을 착용해야만 맛입니까. 보기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데요. 대신 제 집사람이 보석을 끼고 다니는 즐거움을 좀 아는 편이죠. 저만 보면 보석 타령을 하니 말입니다(웃음). 집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선물은 브라질산 자수정반지예요. 자기 분위기랑 잘 어울린다면서 자주 하고 다니는데, 건강에도 좋다고 하더군요.”
진정한 보석은 장신구의 역할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김교수. 금이나 은반지를 착용하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고, 서양에서는 자수정이 암 퇴치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비취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정설이 돼 있을 정도라고. 심지어 음식이나 화장품에도 금가루 등 보석 바람이 부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보석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일 것 같다는 게 김교수의 진단이다.
“보석은 고가일수록 감정상태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커져요.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의 경우 감정등급에 따라 7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니까요. 또 보석을 잘못 보관해 흠집이 생기거나 표면에 이물질이 끼면 그 가치가 상실됩니다. 보석의 감정방법과 가격형성, 올바른 보석 보관방법에 대한 상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보석의 가치를 오래 지속시킨다는 점뿐만 아니라 재산손실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중 보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교수는 보석 정보 센터(www. jewelryinfo.co.kr)를 통해 보석에 관한 정보제공은 물론 최첨단 연구 발표 자료를 게재, 더욱 폭넓고 전문적인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김교수는 현재 안산 중앙역점과 서울 군자점 두 곳으로 시작한 리토를 전국에 걸쳐 50개 이상의 매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비록 몸은 고달프지만 리토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망을 이루어나간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행복하다며 웃는다.
프랑스에는 카르티에, 미국엔 티파니, 이탈리아엔 불가리가 있듯 한국에도 리토라는 브랜드가 명품으로 자리잡기를 원하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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