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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라이프 │ 지상특강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 1일 강사로 나선‘네모 공주’ 박경림

■ 기획·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글·조희숙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2. 10. 07

꺽꺽대는 쉰 목소리에 각진 얼굴, 사방으로 뻗친 듯한 ‘동충하초 머리’까지, 어디를 봐도 예쁜 구석은 없지만 방송인 박경림에게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그가 얼마 전 ‘2002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에 1일 강사로 나섰다. 내년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라는 박경림이 털어놓은 꿈과 희망.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 1일 강사로 나선‘네모 공주’ 박경림
“여러분,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습니까?”
지난 9월12일 여의도 종합전시장에 마련된 특설 이벤트 무대. 여성부 멘토(mentor, 길잡이)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박경림(24)이 무대에 올라서자 마치 ‘교주를 맞이하는 신도’들처럼 수많은 여학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낸다.
박경림이 참가한 무대는 여성부 주최로 개최된 ‘2002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 그는 이날 10대들의 직업 도우미를 자청하며 1일 강사로 나섰다. 무대 위에 선 그는 자신이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왔고, 또 연예인이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학생들의 질문에 조목조목 성심껏 대답해주었다.
박경림은 유난히 10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팬클럽 회원 중 90% 이상이 여자다. 질그릇 깨지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 네모나게 각진 얼굴에 작은 키 등 연예인으로서 ‘치명적 결점’들을 당당하게 극복하고 빛나는 스타로 거듭난 그에게 10대 여학생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그가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은 동명여고 재학 시절. 당시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데뷔 무대인 셈. 하지만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바비인형’처럼 예쁜 여자 연예인들과 외모로 승부를 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대신 그는 다른 승부수를 걸었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과감하게 정면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쉰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꿀에 절인 마늘을 먹던 것도 중단했다. 그리고 ‘옆집 언니’ 같은 부담 없는 외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를 내세워 당당히 방송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평소 소신은 ‘익숙하면 예뻐보인다’는 것. 겉모습은 소위 ‘방송용’에 적합하지 않지만 자주 보면 친근해질 것이고, 친근해지면 예뻐보일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 아래 부지런히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 각종 오락, 토크, 시트콤 등에 출연하면서 그의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진행솜씨는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KBS <파워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게스트를 당혹스럽게 했던 패널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익숙하게 만든 후, <어사출두> <자유선언 MC> <시트콤 논스톱> 등의 프로그램을 두루 거치며 진행은 물론 연기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뿐인가. ‘듣기 거북한 목소리’라는 단점을 도리어 무기삼아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맡아 인기 프로그램으로 단박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노력해서 성공해야 오래 간다는 부친의 말 가슴에 새겨
올해로 방송경력 6년째.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질리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박경림은 “항상 지금의 생활에 감사하고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그도 방송에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린단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꿈은 훌륭한 MC가 되는 것. 소풍 가서 옆반 반장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았던 그는 오락시간 2시간 내내 전교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만 보고 살 수 있는 직업이 MC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무조건 장래 희망을 MC로 정해버렸다.
그후로 MC를 향한 그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학교 오락시간은 MC가 되기 위한 실습 무대였고, 그의 입담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 담장을 넘어 이웃 학교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MC라는 직업이 말만 잘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닐 터.
“풍부한 지식도 함께 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되도록 사람들을 많이 사귀려고 노력했고, 아침마다 신문도 꼬박꼬박 챙겨 읽었어요.”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 1일 강사로 나선‘네모 공주’ 박경림
박경림의 인간관계는 방송가에서 이미 유명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의 별명은 ‘빨대’. 한번 만나면 누구나 그의 매력에 푹 빠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별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늦은 밤 친구를 불러내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는 17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탈하고 솔직한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좋다. 특히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유학을 떠나는 박경림을 위해 손수 추천서를 써주었을 정도라고. 평소 “누구를 만나든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녹화나 촬영장 분위기를 항상 밝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가난 때문에 설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것이 부끄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회장 선거에서 부잣집 아들과 맞붙었을 때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전교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부친 박우철씨(53)의 따뜻한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IMF 시절 명예퇴직을 한 후 지금까지 고등학교 수위로 근무중인 박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점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안해했지만, 대신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은 포기하지 말고 꼭 하라”고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박경림은 박씨가 근무하는 수위실로 친구들을 몰고 와 위문 공연을 할 정도로 속이 꽉 찬 딸이었다. 그는 지금도 “빽으로 성공한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하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면 오래 갈 수 있다”는 부친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는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미국 유학을 앞두고 선택한 두개의 프로그램 중 유독 MBC 의 ‘길거리 특강’에 애착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행사에는 되도록 참석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팬들이 대부분 10대인 이유도 있지만 학창시절 제가 꿈을 키워오고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요즘 본격적으로 정통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SBS 드라마 <라이벌>에서 주인공 소유진의 친구 고은새 역할을 맡은 것. 주연을 빛내주는 감초 같은 조연이지만 그라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주연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드라마에 힘이 될 수 있다면 조연이든 주연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게 그의 소감.올초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쌓기 위해 내년 초 미국 뉴욕으로 떠날 계획이다. 구체적인 분야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공연과 커뮤니케이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그의 오랜 꿈은 오프라 윈프리 같은 훌륭한 토크쇼 진행자가 되는 것. 얼마전 한 방송사로부터 토크쇼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아직 연륜이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재치 있는 입담꾼으로, 때로는 익살스러운 개그맨으로, 혹은 진지한 연기자로 우리를 유쾌하게 만드는 만능 방송인 박경림. 몇년 후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멋진 이야기 파트너 하나를 더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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