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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emory

참 따뜻했던 사람 김주혁

editor 정희순

2017. 12. 07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참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가 떠난 자리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차다.

내년 개봉 예정인 고인의 유작 ‘독전’의 시나리오 리딩 모습.

내년 개봉 예정인 고인의 유작 ‘독전’의 시나리오 리딩 모습.

“영화로는 상을 처음 타봅니다. 올해로 연기 생활한 지 20년이됐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드리고요. 이 상은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열린 ‘제1회 더 서울 어워즈’에서 영화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주혁이 수상대에 올라 한 말이다. 이 영광스러운 수상 소감은 안타깝게도 그가 공식석상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비보가 전해진 건 지난 10월 30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 지인이 카카오톡으로 배우 김주혁의 부고 기사를 보내왔다. 너무 놀라 서둘러 뉴스 기사를 검색해보니 몇몇 언론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속보로 전하고 있었다.
 
한 정거장을 채 지나기도전에 같은 칸에 있던 한 여성은 “어머, 이게 뭐야? 말도 안 돼!”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어곳곳에서도 작은 탄식이 이어졌다. 배우 김주혁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마흔다섯 살, 젊은 배우의 목숨을 앗아간 건 교통사고였다. 김주혁의 차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부근에서 다른 승용차를 추돌한 후 곧장 질주해 인도를 넘어 아파트 계단 밑으로 추락, 전복되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 원인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건강 이상설을 비롯해 약물, 급발진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부검에서 약물이나 음주 등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차량에서 발견된 블랙박스에서도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서울강남경찰서와 도로교통공단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분석에 들어갔고, 그 결과는 12월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고인의 발인식은 11월 2일 오전 11시 40분경, 서울 풍납동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유족과 친지, 고인의 연인이던 배우 이유영은 앞줄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떨궜다. 평소 고인과 가족같이 지낸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고인과 ‘1박 2일’을 함께했던 차태현, 김준호, 김종민, 데프콘과 유호진 PD 등 제작진이 그 뒤를 따랐다. 고인을 친형처럼 따랐던 가수 정준영은 ‘정글의 법칙’ 해외촬영으로 비보를 뒤늦게 전해 들어 발인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밖에 배우 김지수, 정진영, 문근영, 황정민, 오지호, 유준상, 천우희 등도 김주혁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으며, 일반인 조문객들도 장례식장 앞에 모여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측은 “고인의 따뜻하고 올곧은 인품과 열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세상을 떠난 고인과 깊은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헤아려주시고 생전 아름다운 행보를 걸어온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김주혁의 발인식에 참석한 배우 이유영. 그녀는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추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김주혁의 발인식에 참석한 배우 이유영. 그녀는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추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김주혁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참착한 사람이었다”고 추억했다. 그런 그의 성품은 이미 대중도 잘 알고 있다. 그는 허당미 넘치는 ‘구탱이 형’이었고,동생들을 먼저 다독이는 ‘우리 모두의 형’이었다.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던 배우
배우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20년 차를 맞이한 배우였다. 원로 배우 김무생의 아들로 30~40편의 작품에 출연해 톱스타로서의 인기를 누렸지만 늘 겸손했다.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던, 일흔 살이든 여든 살이든 연기를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던 배우가 바로 그였다. 

김주혁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참착한 사람이었다”고 추억했다. 그런 그의 성품은 대중도 잘알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1박 2일’에서 그는 허당미 넘치는‘구탱이 형’이었고, 동생들을 먼저 다독이는 ‘우리 모두의 형’이었다. “배우 본업에 집중하겠다”며 재작년 이맘때 ‘1박2일’에서 하차하고 지난해와 올해 스케줄을 작품 활동으로 빼곡히 채웠다.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통해서 세계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었고, 올해 5월에 개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한층 무르익은연기를 보여줬다. 또 올 초 선보인 ‘공조’에 출연해 역대 최고의 악역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방영된 tvN ‘아르곤’은 김주혁의 명품 연기가 회자되며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주혁은 그렇게 아직 보여줄게 많은 배우였다. 팬들의 마음이 이렇게나 쓰린 이유다.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던 고인의 유작은 영화 ‘흥부’와 ‘독전(가제)’이다. 아직 후반 작업이 남긴 했지만 두 작품 모두 김주혁 촬영 분은 끝이 났다. 고전 ‘흥부전’을 재해석한 ‘흥부’는 조선 헌종 재위 당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이다. 김주혁은 백성을 돌보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양반 조혁 역을 맡아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촬영을 마쳤고, 해당 영화는 내년 설을 전후로 개봉일을 논의 중이다. ‘독전’은 대한민국 최대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형사가 조직의 멤버와 손을 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인은 중국 마약 시장의 거물 하림 역으로 출연했다. 김주혁은여전히, 스크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photographer
지호영 기자 designer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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