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알 파리 2024’ 내 아워홈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즉석 조리한 K푸드를 시식하는 모습.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음식 사업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아워홈 인수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남매들 사이의 아워홈 경영권 분쟁과 오너 일가에 보장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이 그것이다. 아워홈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설립한 회사다. 2022년 타계한 구자학 회장은 생전에 장남과 세 딸에게 아워홈 주식 40%, 20%, 20%, 20%를 나눠줬다. 현재는 아워홈 지분을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회장이 19.28%, 차녀 구명진 전 이사가 19.6%,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 보유하고 있다.
이들 남매 가운데 구본성 전 회장과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16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원래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에 입사해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아왔으나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6년 경영에 참여하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이 뒤로 밀려났다. 2019년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했는데, 구지은 전 부회장이 이를 반대하면서 남매간 갈등이 격화됐다.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후에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전 부회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된 지난해 6월부터는 장녀인 구미현 씨가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1조5000억 원 몸값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김동선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와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도 김동선 부사장만큼이나 음식 사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 오빠와의 갈등으로 여러 차례 경영권을 빼앗겼지만 번번이 권토중래할 만큼 사업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해임된 후 대표이사에 복귀했을 땐 적자에 시달리던 아워홈을 흑자로 전환했을 만큼 경영 능력도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주식 우선매수청구권까지 갖고 있다. 창업주 구자학 회장이 생전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장치를 만들어뒀다. 주주 중 한 사람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먼저 매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의 지분은 한화 측에 앞서 구명진 전 이사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먼저 매수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구지은 전 부회장 입장에선 한화 측이 제시한 주당 6만5000원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지은 전 부회장도 몇 년 전 아워홈 경영권 확보를 위해 구본성 전 부회장 등의 지분을 인수하고자 실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 한화가 제시한 가격은 당시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실사 후 책정한 가격보다 훨씬 더 높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화 측이 아워홈 몸값을 지나치게 높게 매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 측은 부족한 인수 자금을 채우기 위해 국내 사모펀드(PEF) IMM크레딧솔루션을 재무적투자자(FI)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화는 왜 아워홈에 1조5000억 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하는 걸까. 한화는 1995년부터 운영해오던 식자재 유통 및 단체 급식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2020년 약 10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단체 급식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중동, 남아메리카 등으로 수출도 늘고 있다. 또 영업이익은 높지 않지만 업황이 안정적이며 현금 흐름 창출에도 용이하다. 본업인 한화갤러리아의 부진 속에 외식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온 김 부사장에겐 매력적인 신성장동력으로 비친 것이다.
한화의 아워홈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자녀들 간 체급 맞추기란 분석도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에너지 등 방산, 에너지, 우주 산업을 아우르는 알짜 계열사를 맡고 있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는 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를 맡고 있지만 형들에 비해 사업 규모가 작다. 형제들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동선 부사장의 아워홈 인수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이미 여러 차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으나 구지은 전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우선매수권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보고, 구 전 부회장 측에 지분 매각 의사를 최종적으로 묻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반면 구 전 부회장 측은 아직 우선매수권 행사 제안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고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양측이 이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 한화가 아워홈을 품에 안고 급식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워홈 #한화김동선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아워홈 한화갤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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