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표는 1994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삼성생명 교육팀에서 11년간 근무한 뒤, 금융 교육 강사와 방송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KBS Joy ‘국민 영수증’에서 소비 습관을 직설적으로 짚으며 ‘돈으로 혼쭐내는 남자’란 별명을 얻었고, 이후 유튜브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도 부를 만들 방법’을 전파해왔다. 종잣돈 모으기를 다룬 그의 책 ‘딱 1억만 모읍시다’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김경필 대표를 만나 지금 상황에 필요한 재테크와 시장 분석 및 전망을 들었다.
회사 그만두고 15년간 매일 후회
‘부티플’ 채널 구독자 100만 돌파를 축하드립니다.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100만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4년 전 송은이, 김숙 씨와 ‘국민 영수증’을 하면서 소비 습관에 대한 뼈 때리는 조언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저 좀 혼내주세요” 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알고, 누군가가 혼내주면 묘하게 시원함을 느끼거든요. “영상 보고 1억 모았습니다” “이제 집 샀어요” 같은 얘기를 들을 땐 정말 뿌듯하죠. 지하철이나 강연장에서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연예인인가?” 하면서 쳐다보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채널 운영의 원칙이 있다면요.
“이 주식이 좋다” “여기에 투자하라”보다는 사람들이 투자할 때 혹시 위험은 없는지, 어떤 실수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달에 50만 원도 저축하지 못하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나스닥을 본다면 그건 순서가 잘못된 거예요. 청년이라면 우선 청년도약계좌부터 시작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저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과몰입하면 안 됩니다. 반대로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되고요. 재테크는 절제, 저축, 기본기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
실제 자산 포트폴리오가 궁금합니다.
저는 수백억 원대 자산가가 아니라,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형, 삼촌’ 같은 사람이에요. 삼성그룹에 입사해 10년을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뒀는데, 솔직히 ‘이 정도 커리어면 밖에서도 잘 버틸 수 있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나오니 현실은 전혀 다르더군요. 월급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밖에서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으로 배웠죠. 자산의 90% 이상은 부동산이에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조금 일찍 내 집을 마련했던 덕분에 지금의 자산이 생겼지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현금이 풍족한 건 아니잖아요. 한강이 보이는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그 집을 팔지 않는 한 유동성이 부족한 게 현실이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오래 일하며 수입을 만드는 구조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제 동기들은 지금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거나 퇴직을 고민하는데, 저는 계속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노후 대비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후회한 적도 있나요.
그만둔 다음 날부터 15년 동안 아침마다 “내가 미쳤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물론 지금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동기들은 다 연봉 1억 원씩 받는데, 저는 불안정한 프리랜서였거든요. 제가 매년 책을 한 권씩 썼어요. 뭔가 될 듯 될 듯 안 되니까 손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또 절제가 몸에 배었습니다. 주식으로 하루에 0.5% 오르내리는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게 훨씬 확실한 수익이거든요.
채널에서 “과소비=상처받은 마음”이라고 하셨죠.
최근에 충동적으로 돈을 쓴 순간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행복할 때가 아니라 불안하거나 답답할 때일 거예요. 사람은 기분이 좋으면 오히려 소비를 절제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면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를 선택합니다. 실제로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행복한 장면을 본 사람보다 우울한 영상을 본 사람이 같은 물건에 훨씬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거예요.
최근 크게 소비한 게 있다면요.
안마의자요. 예전보다 소득이 많이 늘었는데도, 여전히 결제할 때마다 ‘이걸 꼭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도 막상 카드 결제를 하려면 손이 잘 안 나가요. 그런데 작년부터 안마의자가 너무 갖고 싶었어요. 가격이 몇백만 원이라 쉽게 결정을 못 내리다가 백화점에서 직접 체험을 해봤는데, ‘이게 집에 있으면 진짜 천국이겠다’ 싶을 정도로 좋더라고요. 6개월을 망설이다가 결국 샀는데, 생각보다 자주 쓰진 않더라고요. 6개월은 짧고, 한 1년은 고민해야 했나 봅니다(웃음). 저는 물건을 사서 얻는 행복보다, 통장 잔고로 얻는 행복이 더 큽니다.
재테크는 ‘원금×기간×수익률’의 균형
절제 외에 재테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 뭔가요.재테크는 ‘원금×기간×수익률’의 균형이에요. 많은 분이 이 중 하나만 극단적으로 높이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안전이 최고야”라며 예금만 고집하면 수익률이 낮고, “나는 6개월 안에 돈을 불려야 해” 하면 기간이 너무 짧아 기회를 놓치게 되죠. 반대로 수익률만 좇으면 불안정해지고 투자 전체의 리듬이 깨집니다. 주변을 보면 “코스피가 미쳤다” “하이닉스가 몇 배가 됐다” 이런 얘기들로 시끄럽죠. 실제로 비트코인은 3년간 500% 넘게 올랐어요. 하지만 원금이 10만 원이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투자는 ‘10년의 시각’으로 봐야 이깁니다. 단기적으로는 오르고 내리는 파도에 흔들리기 마련이죠. 직장인들이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 1~2년 안에 결혼, 차, 내 집 마련 등으로 돈을 써야 하니까 장기투자가 어렵거든요.
작년 말부터 유튜브에서 “내년엔 국장(코스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는데, 올해 국장이 크게 올랐습니다. 전망의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모든 자산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죠. 당시엔 미국 장은 좋고 한국 장은 부진했는데, 원 달러 환율이 5년 이상 계속 오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내려가면 국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코스피가 좋은 흐름을 보였는데, 그건 제가 맞혔다기보다 ‘공이 와서 맞은’ 셈이에요. 다만 지금 코스피가 많이 올랐는데도 원 달러 환율이 안 떨어지고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가 3년 전보다 10% 이상 빠졌는데, 원화는 그보다 더 약세예요. 말하자면 원화가 ‘왕따’인 셈이죠. 그래서 지금 시점에선 특정 시장에만 베팅하기보단 균형 있게 투자하되, 굳이 무게중심을 둔다면 저는 미국 시장(미장) 쪽을 봅니다. 다만 고점 부담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정이 오면 두려워하기보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셔야 해요. 과거 닷컴버블 때처럼 75% 급락해 14년간 회복 못 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조정이 오더라도 짧고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경필 대표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부티플이 최근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운맛, 보통 맛, 순한 맛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매운맛이 아주 강한 곳은 나스닥입니다.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 AI 기술주 중심으로 급등락이 심하죠. 보통 맛은 S&P500입니다.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운송·공업 등 산업 전반이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방어적이에요. 순한 맛은 미국의 전통 소비재·배당주입니다. 10년 같은 장기 관점으로 본다면 수익률은 당연히 매운맛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변동성을 버틸 자신이 없다면 자기 성향에 맞게 순한 맛도 함께 담는 게 좋아요. 개별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지수를 사는 게 정답입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덜 빼앗기면서 시장 전체를 담는 방법이 지수 투자입니다.
최근 위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근거가 궁금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 금융위기나 IMF처럼 ‘응급실에 실려 오는 급성질환’이 아니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에요. 가계부채는 폭증하고, 자영업은 무너지고, 기업 도산율도 높습니다. 그런데 겉으론 반도체, 자동차가 잘 팔리니 ‘괜찮다’ 착각하죠. 원 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신호입니다. 달러 인덱스는 떨어졌는데 원화만 약세예요. 결국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겁니다. 세계가 보호무역으로 돌아섰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불리하죠. 결국 원화 약세, 체감 없는 빈곤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점심값 1만 원 정도, 지하철 요금 1550원이라 어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은 계속 가난해지고 있어요.
부동산은 10·15 대책 이후 다소 소강상태인데, 전망은 어떤가요.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25개 구 중에서 실제로 가격이 오른 데는 10곳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묶이니 주민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죠. 거래가 막히면 단기적으로는 정책 효과를 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강력한 카드를 한꺼번에 썼다는 겁니다. 수요 억제 측면에서 이보다 센 규제는 없어요. 다음에 쓸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이런 반(反)시장적 정책이 10년, 20년 계속될 수는 없어요. 결국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고, 그 후에는 다시 폭탄 돌리기처럼 미래로 부담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냉정히 보면 집값 상승률은 한강 벨트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강남, 서초 등 핵심 입지가 아니면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 즉 1~2%대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 상승률은 결국 10년 만기 국채금리+1~2% 수준, 대략 연 5% 안팎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과도한 대출을 끼고 사서 얻을 실익은 크지 않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4%대 대출금리를 감당하면서 연 5% 오르는 집을 산다면, 계산상 실질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안정적인 주거를 원한다’가 목적이라면 괜찮지만, ‘손해 보기 싫다’가 투자 목적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국채금리 흐름 보면 기준금리도 예측 가능
시장을 분석할 때 어떤 지표들을 참고하면 좋을까요.저는 매일 주요 지표 10가지 정도를 직접 기록합니다. 원 달러 환율, 달러 인덱스, 위안화·유로화 환율 같은 지표와 나스닥, S&P500, 코스피 같은 주가지수, 그리고 미국 2년·10년물, 한국 3년·10년물 국채금리까지가 기본입니다. 이 숫자들을 눈으로만 보면 흐름을 놓치기 쉬운데, 직접 적으면 어제·그제와 비교가 되면서 방향성을 알 수 있고 뉴스보다 훨씬 유용한 통찰이 생깁니다. 시장의 파도보다는 그 파도를 만드는 ‘바람의 방향’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환율이나 주가지수는 등락에 따라 쉽게 흐름을 알 수 있는데, 국채금리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국채금리를 볼 때 가장 기본은 단기금리(한국 3년·미국 2년)와 장기금리(10년물)입니다. 돈을 2년간 빌려주는 것보다 10년간 빌려줄 때 더 위험하니 그만큼 프리미엄이 붙게 되고, 그래서 보통 10년물 금리가 더 높습니다. 그런데 가끔 두 금리가 비슷해지거나, 심지어 단기금리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건 시장이 ‘지금은 금리가 높아도 앞으로는 경기 둔화나 금리 인하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움직임, 특히 기준금리와 직접 연결됩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단기 국채금리도 거의 즉각 반응합니다. 장기금리는 앞으로의 물가(인플레이션)와 경제 전망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미래의 물가가 많이 오를 거라고 예상되면 국채 보유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고, 반대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이 예상되면 금리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차를 보면 시장이 앞으로의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대략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장기금리가 미국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는 것은 한국 경제가 향후 높은 물가나 강한 경기 회복을 만들어내진 않을 거라는 시장의 시그널로 읽히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단기금리가 기준금리 변동의 ‘예고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2년물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라면 시장은 ‘다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 정도는 내릴 수 있겠다’며 먼저 반영하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도 연준은 그 신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브리싱 랠리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일 텐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재테크나 노후 준비는 단거리 승부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어떤 구간에서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 배워서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겁니다. 자산 시장은 결코 일직선으로 오르지 않습니다. 반드시 조정이 오고, 그때가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평소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계획해두고, 무엇보다 원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저축이 부족하면 사람은 투기적으로 변합니다. ‘친구들은 5년 만에 1억 원을 모았는데 나는 3000만 원뿐이야’라는 생각이 들면 저축보다는 한탕을 노리게 되죠. 그래서 저는 충분한 원금 확보를 강조합니다. 적어도 월 150만~200만 원 이상은 저축해야 나스닥이나 S&P500, 코스피 같은 자산 투자를 논할 수 있습니다. 저축액이 월 50만 원 이하라면 굳이 해외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눈 돌릴 필요 없이 안정적 상품에 저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돈쭐남 #김경필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출처 부티플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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