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우석 @prada
최근 급부상한 신예들의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주목받은 배우 체이스 인피니티는 작품 속 반짝이는 존재감으로 단숨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군에 거론됐다. 이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마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긴밀한 협업을 이어온 루이비통의 눈에 띄었고, 지난해 루이비통 공식 홍보대사로 발탁됐다. 이후 그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라색 루이비통 커스텀 드레스를 입으며 배우로서의 오라를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

글로벌 스타의 프로듀서로 등극한 명품 브랜드
샤넬이 선택한 새로운 얼굴, 올리비아 딘 역시 마찬가지다. 2026년 그래미어워즈 수상자인 그녀는 파리 패션위크 프런트 로를 장악하며 샤넬의 새로운 뮤즈로 급부상했다. 배우 변우석 또한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아시아 전역에서 화제를 모은 후, 프라다와 까르띠에 앰배서더를 동시에 거머쥐며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이처럼 럭셔리 하우스는 단순한 협찬을 넘어 신인 특유의 날것 이미지를 정제하고, 새로운 서사를 덧입히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분위기다. 배우들은 스타성을 충분히 입증하기 전부터 브랜드가 구축한 미학과 강력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이러한 전략은 배우의 커리어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드라마 ‘글리’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로 유명한 극본가 라이언 머피의 새 드라마 ‘러브 스토리’로 스타덤에 오른 사라 피전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뉴욕 사교계를 이끈 트렌드세터 부부인 JFK 주니어와 그의 아내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그녀는 캐롤린 베셋 케네디 역할을 맡아 높은 싱크로율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사라 피전은 배역을 위해 검은 머리를 금발로 바꿨고, 프레스 투어와 시상식에서도 캐롤린을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스타일링을 꾸준히 이어갔다. 특히 2026년 베니티 페어 오스카 애프터 파티에서는 캘빈 클라인이 그녀를 위해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모던한 실루엣의 반짝이는 슬립 드레스는 생전 캘빈클라인 홍보 담당자였던 그녀의 이미지를 현실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캐롤린 베셋 케네디가 지녔던 패션 아이콘 이미지가 사라 피전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인지도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패션을 통한 이미지 리브랜딩은 배우를 기존 이미지에서 해방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변신에 성공한 사례로는 제시 버클리를 꼽을 수 있다. 과거 비비안웨스트우드와 로다테 의상을 즐겨 입으며 자유롭고 펑키한 인디 뮤즈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녀는 최근 켄달 제너, 알렉사 청, 조 크라비츠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다니엘 골드버그와 손잡고 완전히 다른 방향의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더로우, 샤넬, 보테가베네타의 절제된 실루엣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개성파 배우를 넘어 영화계가 선호하는 클래식한 이미지로 진화 중이다.

과한 노출, 부작용은 있다
물론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일이 언제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 드라마 ‘유포리아’로 급부상한 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사례는 무분별한 브랜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는 미우미우의 앰배서더로 활약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동시에 진행된 아메리칸이글 캠페인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녀를 내세워 ‘jeans(청바지)’와 ‘genes(유전자)’를 대비시킨 광고가 문제였다. 이는 특정 인종의 외형적 특징을 우월한 유전자로 미화한다는 인상을 주며 백인우월주의 논란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시드니 스위니 특유의 신비감은 옅어졌고, 배우 본연의 모습보다는 상업적인 섹시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만 빠르게 소모됐다.이런 상황에서 메릴 스트립은 라이징 스타들에게 흥미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녀는 수십 년의 커리어 동안 특정 브랜드와의 전속 파트너십 없이 독보적인 오라를 유지해왔다. 발렌티노, 셀린, 랑방, 아르마니 등 수많은 브랜드의 의상을 입었지만 단독 모델이나 앰배서더로 활동하진 않은 것. 또한 패션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며, 오랜 시간 워스트 드레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현재 어떤 브랜드에도 속박되지 않은 메릴 스트립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영원한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결국 스타와 럭셔리 브랜드의 관계는 양날의 검에 가깝다. 브랜드는 막강한 자본과 네트워크로 신인 스타에게 날개를 달아주지만,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얼마나 주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 레드카펫 위에서 진짜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브랜드가 만들어낸 화려한 환상이 아니다. 그 이미지 너머에서도 끝까지 자신만의 오라와 방향성을 잃지 않는 독자적인 힘이다.
#라이징스타 #패션브랜딩 #럭셔리앰배서더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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