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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이 위해 꾸민 동화 같은 복층 아파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5. 08. 14

복층 공간에서 미감과 실용성을 모두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부부의 취향과 아이의 즐거움까지 모두 충족한 이상적인 복층 집을 찾았다.

확 트인 높은 층고 덕에 개방감이 돋보이는 거실.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펜던트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확 트인 높은 층고 덕에 개방감이 돋보이는 거실.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펜던트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아기자기한 다락방과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높은 층고, 여름이면 아이에게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옥상에 매료된 곽성빈·김효주 부부는 경기도 용인 수지의 복층 아파트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에너지 넘치는 다섯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활달한 성격이라 층간 소음 걱정을 덜 수 있는 1층과 복층 위주로 집을 알아보던 중 다락이 있는 이곳을 만나게 되었죠. 다락방을 보는 순간 이곳이 아이의 비밀 공간이 되어줄 것 같아 너무 설레더라고요. 다락과 연결되는 옥상과 높은 층고를 통해 펼쳐진 거실 밖 숲 뷰까지, 여러모로 저희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부부와 아들 도현이가 단란하게 살고 있는 146㎡(44평) 아파트는 이들 가족의 네 번째 집이다. 몇 번의 전셋집을 거쳐 장만한 첫 내 집이기도 하다. 구조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지만 지은 지 15년이 돼 어느 정도의 리모델링은 필요했다. “처음엔 주방 정도만 고치려고 했어요. 거실과 주방 사이에 큰 파티션이 있어 공간이 답답해 보이고, 무엇보다 옛날 스타일의 주방 구조라 벽을 보며 요리와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주방과 어울리게 다른 곳들도 조금씩 손을 보다 보니 결국 전체 리모델링이 되어버렸네요(웃음).” 

계단의 위치를 옮긴 덕에 만들 수 있었던 대형 수납공간엔 가족의 추억이 담긴 소품들을 전시해놓았다. 

계단의 위치를 옮긴 덕에 만들 수 있었던 대형 수납공간엔 가족의 추억이 담긴 소품들을 전시해놓았다. 

줄눈이 없는 빅슬랩 타일로 시공해 깔끔한 인상을 주는 현관. 팬트리와 신발장 문에는 격자무늬를 더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줄눈이 없는 빅슬랩 타일로 시공해 깔끔한 인상을 주는 현관. 팬트리와 신발장 문에는 격자무늬를 더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곽성빈·김효주 부부가 원하는 집의 모습은 아들 도현이로 귀결된다. 이 집에서의 시간이 아이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하고, 엄마 아빠와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곳곳에 변화를 준 것. 그래서인지 독특하고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아이방이다. 주로 부부 침실로 이용되는 가장 큰 방을 도현이에게 내주었고, 아이방과 그 옆을 지나는 계단 사이에 아이가 오갈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쪽창을 만들어 평범한 벽을 놀이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욕실에도 도현이를 위한 엄마 아빠의 마음이 담겼다. “도현이가 목욕 놀이를 좋아해요. 시공 전 실장님께서 이전 집에서 아쉬웠던 점을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욕실이 추워서 아이가 맘껏 놀이를 즐기지 못했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욕실에는 이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애썼어요. 일단 오랜 시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따뜻한 물을 받으면 바닥이 말랑말랑해지는 소프트 욕조를 들였어요. 따뜻한 색감의 마감재로 아늑한 느낌을 낸 것은 물론, 난방 기능도 더했고요. 그 덕에 가족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되는 그런 장소가 되었죠.”

침대와 그림, 조명만으로 심플하게 꾸민 부부 침실.

침대와 그림, 조명만으로 심플하게 꾸민 부부 침실.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대면형 주방으로 설계했다. 수납장은 정리하기 편하도록 내부를 작게 분리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대면형 주방으로 설계했다. 수납장은 정리하기 편하도록 내부를 작게 분리했다. 

데드 스페이스의 변신 

복층 구조는 개방감이 뛰어나고 공간을 기능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계단 등으로 인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데드 스페이스가 많아지기 쉬운 구조인 셈. 층고가 낮은 2층은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어려움이 있어 짐을 보관하는 창고로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 곽성빈·김효주 부부는 이런 복층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큰 변화를 준 곳은 계단이다. 벽에 부착된 형태의 계단을 따로 떼어 재설치했는데, 그 결과 벽은 물론 계단 하부까지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층은 도현이의 놀이방으로 공간 콘셉트를 잡고 다락방 특유의 아늑함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자작나무 판으로 벽 전체를 감싸고, 위트 있는 디자인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니 부부가 꿈꾸던 상상 속 다락방의 모습이 완성됐다. 도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공간이 된 것은 물론이다. “복층 아파트의 2층은 단열이 취약하고 층고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도와는 다르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방지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공간의 성격을 명확하게 정하세요. 놀이방, 서재, 침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한다면 복층 아파트만의 매력을 맘껏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시공을 담당한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이지수 실장의 조언이다. 

이 집에서의 시간이 아이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부부는 가장 크고 채광이 좋은 방을 아이에게 내주었다. 폴딩도어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테라스에서는 주로 그림을 그리며 논다.

이 집에서의 시간이 아이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부부는 가장 크고 채광이 좋은 방을 아이에게 내주었다. 폴딩도어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테라스에서는 주로 그림을 그리며 논다.

 벽면을 자작나무 판으로 마감하고 은은한 조도의 조명을 더해 아늑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다락방. 아이 전용 놀이 공간이자 가족의 오락 공간으로 활용된다. 

 벽면을 자작나무 판으로 마감하고 은은한 조도의 조명을 더해 아늑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다락방. 아이 전용 놀이 공간이자 가족의 오락 공간으로 활용된다. 

타일 대신 페인트 작업을 해 깔끔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내는 욕실. 목욕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따스한 물을 받으면 바닥이 말랑말랑해지는 소프트 욕조를 설치했다. 

타일 대신 페인트 작업을 해 깔끔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내는 욕실. 목욕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따스한 물을 받으면 바닥이 말랑말랑해지는 소프트 욕조를 설치했다. 

온 가족이 소통하는 집

이 집은 말 그대로 ‘소통하는 집’이다. 주방도, 욕실도, 하물며 스위치에도 가족의 소통 창을 활짝 열어뒀다. “아이에게 이 집에서의 시간이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그 기억 속에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큰 부분으로 차지했으면 하고요. 그래서 서재와 같은 개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폐쇄된 곳 없이 가족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아이와 마음을 나누며 많은 추억을 쌓고 싶은 부부의 바람은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방과 거실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파티션을 제거한 것은 물론, 아일랜드 조리대를 대면형으로 변경해 폐쇄적이던 주방을 개방형으로 바꾸었다. 거실과 아이방 사이에는 귀여운 쪽창을 만들어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설계했다. 아이방에 있는 욕실에는 더블 세면대를 놓아 아이와 함께 양치질하거나 손을 닦으며 소통 창구로 활용한다. 이 집에선 스위치에도 이야기가 담긴다. “테크노라인의 바우하우스 스위치를 설치했어요. 디자인이 예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유리 재질이라 보드 마커 같은 걸로 자유롭게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아이가 스위치마다 그림을 그리거나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두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아이를 향한 부부의 사랑으로 하나하나 쌓아간 이곳에서의 시간은, 도현이가 훌쩍 자란 이후에도 마음 깊은 곳에 의지가 되는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이 가족은 오늘도 추억을 한 겹씩 쌓아 올리고 있다. 

#복층아파트 #아이방인테리어 #여성동아 
‌사진제공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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