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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맥의 베니티 페어’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 세기의 결혼

김명희 기자

2025. 07. 23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의 3일간의 결혼식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렸다.
대운하 위의 성당부터 중세 조선소까지를 무대로 한 이 결혼식은 돈과 권력,
그리고 인맥의 결합이 보여준 세기의 이벤트였다.

지난 6월 말, 전 세계의 시선이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 위로 쏠렸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2400억 달러(약 325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3위 부호 제프 베이조스(61)와 멕시코계 사업가 로렌 산체스(55)가 이곳에서 장장 3일간의 호화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그들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베니스의 대성당과 중세 조선소를 무대로 영화 같은 축제를 벌였고, 관심받기 좋아하는 글로벌 셀러브리티와 억만장자들이 기꺼이 조연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결혼식이 더욱 주목받은 건 세기의 이혼 후 벌어진 재혼이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1993년부터 26년간 함께한 전처 매켄지 스콧과 2019년 이혼하며 아마존 주식 약 4%(1970만 주)를 재산분할로 넘겼다. 이들 부부의 파경은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매켄지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이혼 직후 언론을 통해 그가 로렌 산체스와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폭스TV 앵커 출신으로,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6년 직접 항공촬영 회사 블랙옵스 에이비에이션을 설립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항공촬영 프로젝트에 파일럿으로 참여하며 베이조스와 가까워졌고, 결국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로렌 산체스는 지난 5월 배우 케이티 페리, CBS 앵커 게일 킹 등 5명의 여성과 함께 블루 오리진이 발사한 로켓을 타고 우주 비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베니스에서 3박 4일간 축제 같은 결혼식을 올린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 커플.

베니스에서 3박 4일간 축제 같은 결혼식을 올린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 커플.

제프 베이조스는 그녀의 상냥함과 유쾌한 성격에 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과 친한 미디어 재벌 배리 딜러는 “로렌 산체스가 베이조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언급했다. 베이조스는 전처와의 사이에 3남 1녀의 자녀가 있다. 로렌 산체스는 전 미식축구 선수 토니 곤잘레스와의 사이에서 1남, 할리우드 거물 에이전트인 패트릭 화이트셀과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있다.  

3박 4일간의 결혼 축제는 두 사람이 수상택시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고풍스럽고 비싼 호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만 베니스에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호텔은 2014년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 아말 알라무딘의 결혼식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웨딩 기간 동안 아만 베니스는 단 한 커플을 위해 통째로 비워졌고, 하루 숙박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스위트룸이 3일간 손님 없이 닫혔다. 6월 26일에는 베니스의 ‘마돈나 델로르토 성당’ 인근 폐쇄된 수도원에서 환영 파티가 열렸다. 하객들에겐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로 준비된 피자와 페이스트리가 제공됐고, 그중에서도 특별 제작된 레몬 케이크는 ‘산체스 스타일’을 상징하는 디저트로 불렸다. 이날 로렌 산체스는 디자이너 브랜드 스키아파렐리의 오트쿠튀르 코르셋 드레스를 입었다. 베니스시 당국은 성당 인근 전체가 파티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이날 저녁부터 자정까지 성당 주변 보도와 수상 교통을 완전히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식은 6월 27일 베니스 대운하 맞은편의 조용한 섬 ‘산 조르조 마조레’의 조르조 치니 재단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기업가 비토리오 치니가 베네딕트 수도원 자리에 설립한 이 재단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됐던 곳이기도 하다. 식장으로 향할 때는 디올의 화이트 스커트 정장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매치했던 산체스는 결혼식장에는 돌체앤가바나에서 특별 제작한 머메이드 실루엣의 하이넥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가늘고 긴 레이스 베일이 그녀의 뒷모습을 감쌌다. 그녀는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드레스가 “1958년 영화 ‘하우스보트’ 속 소피아 로렌이 입은 옷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신랑 베이조스는 깔끔한 블랙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두 사람은 마테오 보첼리가 축가를 부르는 동안 반지를 교환했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결혼 당일 ‘보그’를 통해 웨딩 사진과 인터뷰가 공개됐다. 산체스는 인터뷰에서 “나는 가장 친한 친구,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내가 존경하는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게 됐다.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라고 말했다.  

피로연을 앞두고 아만 베니스 호텔 발코니에서 포착된 로렌 산체스.

피로연을 앞두고 아만 베니스 호텔 발코니에서 포착된 로렌 산체스.

수상택시를 타고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제프 베이조스.

수상택시를 타고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제프 베이조스.

결혼식 비용만 600억 이상, 이탈리아 문화유산에 대한 오마주도

마지막 날 밤, 베니스의 옛 조선소 ‘아르세날레’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Dolce Notte(달콤한 밤)’라는 테마 아래 고급 파자마 파티 형식의 피로연이 진행된 것. 로렌 산체스는 이번에도 또 하나의 ‘작품’을 입고 등장했다. 350시간에 걸쳐 장인이 손으로 수놓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로즈핑크 컬러 실크 시폰 드레스로, 아틀리에 베르사체에서 그녀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라고. 남성 하객들에게는 벨벳 슬리퍼가, 여성 하객들은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플러시 소재의 슬리퍼가 선물로 제공됐다. 킴 카다시안은 타이트한 코르셋, 허벅지까지 오는 스타킹을 신어 드레스 코드를 충실하게 반영했고, 배우 올랜도 블룸은 검은색 티셔츠 위에 검은색과 흰색의 물방울무늬 파자마를 입었다. 디카프리오는 실크 파자마와 블레이저를 입었는데, 흥미롭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여자 친구 비토리아 세레티는 그의 전 여자친구 지젤 번천이 2003년 멧 갈라에서 입었던 돌체앤가바나 드레스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 결혼식이 ‘사건’이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초대 손님들의 위용이다. 이들은 모두 개인 제트기와 헬리콥터, 요트 등을 타고 베니스에 도착했고, 결혼식이 열리는 동안 이들이 수상택시로 이동하는 모습이 파파라치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파트너인 폴라 허드와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들 커플은 결혼식 기간에 베니스의 미술관 등을 함께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는 아들 후세인 왕세자와 며느리, 손녀를 대동하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도 결혼식 내내 목격됐다. 킴 카다시안과 카일리 제너를 비롯한 카다시안 패밀리, 오프라 윈프리, NFL(미식축구 리그)의 레전드 톰 브래디도 참석했다.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

그러나 모든 것이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베니스는 기후 변화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데다 시민들은 오버 투어리즘으로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이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이탈리아 시민단체들은 도시를 상품화하는 부자들의 놀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No Space for Bezos(베니스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일부 장소는 보안 문제로 변경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관광업계는 이 결혼식을 통해 상당한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 차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용이 최소 4000만 유로(약 6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의 다양한 요소들이 이탈리아 문화유산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다. 로렌 산체스가 결혼식 축제 기간 중 입은 드레스 브랜드 스키아파렐리(현재는 프랑스에 본사가 있지만 브랜드를 론칭한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이탈리아인이다), 돌체앤가바나, 아틀리에 베르사체 모두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렌 산체스의 웨딩드레스에 영감을 준 소피아 로렌 역시 이탈리아 출신 배우다. 축가를 부른 마테오 보첼리는 이탈리아 출신 유명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아들이다. 부부는 결혼식 물품의 80% 이상을 베니스 현지에서 조달했으며, 약 300만 달러를 지역사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은 수상택시를 타고 베니스를 떠났다. 산체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로 변경하며 공식적인 ‘베이조스 부인’의 시작을 알렸다.

#제프베이조스 #로렌산체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로렌 산체스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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