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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기안84·BTS 진·지예은 ‘대환장 기안장’으로 배우는 인생 성공 비결 3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5. 26

‘효리네 민박’의 정효민 PD가 민박집 주인장과 아르바이트생을 바꾼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좌충우돌하는 기안84와 BTS 진, 지예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기면서도 감동이 몰려온다. 예능에서 인생을 배운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일종의 민박 버라이어티다. 기안84가 디자인한 기안장에서 BTS 진과 지예은까지 3명이 숙박객들을 맞이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일단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기안장’은 거대한 놀이공원 같다. 1층에는 입구가 없어 매번 클라이밍으로 2층에 올라가야 하고, 갑판으로 나올 때는 미끄럼틀로 내려와야 한다. 내부에는 코어를 길러주는 디지털 디톡스 티타임 존과 굴뚝 없이 아궁이만 있는 부엌, 벨트를 하고 자야 하는 공중 침대가 있다. 압권은 119 소방대 출동 시스템을 본뜬 봉. 실내에서 층간 이동을 하려면 봉을 이용해 오르내려야 한다. 민박집 곳곳이 효율은 제로지만 의외로 낭만 넘치는 기안장 덕분에 ‘대환장 기안장’은 공개되자마자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6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기안84, BTS 진, 지예은이 각자의 방법으로 숙박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예능을 넘어 ‘저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울림이 있었다. 

먼저 지난 2023년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인 기안84는 단순히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가 아니었다. 열흘 가까이 함께 지내며 기안84를 지켜본 지예은은 그에 대해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더라”고 평했다. 실제로 “조금 불편해도 그 안에서 최대한 낭만을 만든다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기안적 사고’로 빚어낸 모든 공간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했다. 여기에 고생을 낭만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킥이 있었으니 바로 멀미로 고생하면서도 손님들을 챙긴 책임감이다. 기안84는 머무는 동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안장을 디자인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어린이 손님을 위해 비 오는 날 물을 퍼 날라 워터 파크를 열어주는가 하면, 드릴로 식판에 손님 이름을 새겨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념품을 선물했다.

기안84의 책임감, 진의 뚝심, 지예은의 중도 

자신의 설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님들에게 미안해한 마음 여린 기안84만큼이나 의외였던 인물이 또 있다. 두말하면 입 아픈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의 맏형 진은 비가 와도 꿋꿋하게 공중 침대에 매달려 잘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FM’ 직원이었다. 기안84가 자리를 비워도 숙박객들을 설득해 다 같이 손으로 밥을 먹고, 클라이밍 대신 미끄럼틀로 2층에 올라간 사람이 있으면 내려왔다가 다시 클라이밍으로 올라가라고 단속했다. 특히 기안84가 1층에 문을 내야 하나 흔들릴 때 “그러려고 여기 온 거다. 한 번쯤은 기안84처럼 살아보고 싶었다”며 중심을 잡아주는 장면은 평범했던 대학생 진이 어떻게 월드 클래스에 올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진은 원칙을 지키며 주어진 모든 환경을 즐겼다.   

기안84가 그린 디자인 초안을 거의 그대로 살린 기안장.

기안84가 그린 디자인 초안을 거의 그대로 살린 기안장.

예능 블루칩 지예은의 경우 ‘오버’와 ‘러블리’ 사이를 재치 있게 오갔다. 지예은은 2층에서 봉으로 내려오지 못할 때, 잠시 놀고 오자는 의견이 진에 의해 기각됐을 때 특유의 쇳소리로 불만을 쏟아냈다. 그런데 지예은은 기가 막히게 선을 지켰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때면 튀어나오는 “아, 기안84!”는 분명 욕은 아니지만, 지예은이 ‘SNL 코리아’에서 시원하게 내지르는 욕처럼 맛깔났다. 또 타협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 지예은은 다소 스타일을 구기더라도 구명조끼를 입은 자신을 2층에서 끌어 올리는 방법에 순응했다. 여배우가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망가진 모습이 짠하고 귀여웠다. 특히 숙박객들의 이동을 위해 배 면허를 딴 사실은 지예은이 단순한 투덜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3개월에 걸쳐 배 면허를 따고 한강에서 비 맞아가며 연수를 받았다고. 아마 요령 피우지 않는 진과 대척점에 선, 알고 보면 열정 있는 투덜이 지예은이 없었다면 ‘대환장’하는 느낌이 덜 살았을 터다.  



‘대환장 기안장’ 이소민 PD가 본 세 사람
“마음 여린 주인장과 모든 일에 진심인 진, 가장 적게 자며 일한 막내”

촬영 전 출연진에게 기대했던 롤은 무엇이고 실제로 보니 어땠나요.

기안84는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이자 핵심이었습니다. 기안장의 ‘설계자’이자 ‘주인장’으로서 어떤 공간을 만들고 손님에겐 어떻게 대할지, 과연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기대도 됐어요. ‘주인장’ 기안84에게 가장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마음이 약한 주인장이었다는 것이에요. 숙박객이 불편을 호소하면 누구보다 먼저 당황하고, 스스로 만든 기안장을 자책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이 민박을 진짜로 생각하고 고민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진의 경우는 기존 방송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10분의 1도 채 공개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환장 기안장’을 통해 진짜 김석진의 인간미를 한껏 끌어내 보고 싶었어요. 촬영을 시작한 뒤 진은 울릉도라는 낯선 환경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어요. 사장님을 다독이는 데도, 손님과 어울리는 데도 진심인 자세를 보며 처음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인간적 매력을 발견했어요.

지예은은 기안84가 먼저 제안한 인물이기도 했고, 두 오빠 사이에서 기가 눌리거나 말리지 않는 자기 색깔이 확실한 막내 역할로 기대하며 섭외했습니다. 실제 촬영에선 에너지 좋은 막내 역할 외에도 수면 시간이 가장 짧았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보트 운전하며 손님을 실어 나르고, 두유를 만들고, 숙박객을 챙기는 책임감 넘치는 직원의 모습을 봤습니다.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 있는 장면을 하나씩 꼽아본다면요.

기안84는 마지막 회 불꽃놀이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민박집 운영 마지막 밤 직접 준비한 불꽃놀이는 이벤트로도 의미가 있지만, 겉보기엔 장식처럼 여겨진 첨탑에서 불꽃이 터지도록 설계를 숨겨둔 점이 마지막까지 ‘기안’스러웠습니다. 숙박객들에게 낭만적인 마무리를 선물하는 호스트로서의 책임감과 감정이 전달됐죠.

진은 기안84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홀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그날 밤 티타임 존에서 생각에 잠긴 기안84와 술 한잔 나누며 다독여주던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민박 운영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정서적인 지지까지 건네는 진의 인간적 매력이 폭발한 순간이었죠. 말보다는 행동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진만의 매력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지예은은 미끄럼틀을 통해 캐리어를 끌어 올리는 장면이요. 입사 첫날부터 기안장이 어떤 곳인지 온몸으로 체험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는데요. 괴상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나오는 지예은의 현실적인 반응들 덕분에 더 재미있는 장면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정말 위기 상황이다 싶을 때가 있었나요.

‘프로그램 제목 따라간다’는 방송가 속설 때문인지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대환장’ 순간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촬영 첫날 맞닥뜨린 태풍이었어요. 태풍이 몰아쳐 기안장 본관 오픈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플랜B였던 산속 별관에서 첫 손님을 맞기로 결정했죠. 본관에서 준비 중인 수십 명의 스태프가 이사를 단행하고 다시 세팅하느라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어요. 하지만 울릉도 바다 위 민박집이라는 설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현실적 변수이자, 오히려 ‘기안적인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도 숙박객 체크아웃을 즉흥적으로 연장하거나 숙박객의 과외 학생을 갑자기 기안장에 초대하는 등 매 순간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어요. 돌발 상황을 통제했다면 나오지 못했을 에피소드입니다.

#대환장기안장 #기안84 #BTS진 #여성동아

사진출처 넷플릭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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