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자를 환상에 빠지게 한 드라마가 있다. 배우 윤은혜(신채경 역)와 주지훈(황태자 이신 역)의 케미가 돋보인 드라마 ‘궁’이다. 드라마는 황실이 존재하는 가상의 대한민국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잠들기 전 ‘신채경처럼 갑자기 황태자비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상상에 빠진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렇게 ‘황실’ 로망이 생겼다.
상상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판타지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구현되는 나라가 있다. 5월 6일(현지 시간) 수도 런던서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이 열린 영국이다. 지난해 9월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을 봤다면 왕실 서사에 더욱 ‘과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타지를 찾아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여행 전 꼭 챙길 몇 가지가 있다. 유럽 대륙으로 함께 묶이는 프랑스, 독일 등과 다른 부분이 있어 더 신경 써야 한다. 우선 통화 체계다. 유로존도,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닌 영국은 ‘파운드화’를 쓴다. 최근 많은 해외여행객이 ‘트래블월렛’ ‘트래블페이’ 등 외화 충전 카드를 사용하지만 종종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파운드화 환전은 필수다. 유럽연합 회원국과 다른 콘센트 규격도 알아두자. 독일, 프랑스 등은 동그란 구멍이 2개 뚫린 220V 콘센트를 사용하지만 영국은 네모난 구멍이 3개 뚫린 240V 콘센트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좌측통행이다. 이미 우측통행이 익숙한 한국인에겐 횡단보도 우측서 달려드는 차량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영국에서 길 건널 땐 오른쪽을 보자.
영국에 입국한 여행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곳은 바로 수도 런던이다. 글로벌 도시 런던은 템스강을 기반으로 2000년 동안 발전해왔다. 1700년대 초반 런던 증권거래소가 열렸고 신문사도 생겼다.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친 런던은 급속히 성장해 180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발 닿는 모든 곳이 역사요, 손 닿는 모든 것이 콘텐츠다. 면적만 파리의 15배에 달한다. 여행 시 계획 따윈 없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대중교통 역시 잘 발달돼 있어 배낭여행자에겐 더할 나위 없다. 런던의 상징은 빨간색 2층 버스. 버스를 타면 웬만한 관광지를 모두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에 운행되는 N(나이트) 버스도 있다. 그 덕에 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요금은 1시간에 1.65파운드(약 2700원)인데, 일종의 환승 체계인 호퍼(Hopper) 요금도 도입돼 1시간 안에 버스를 갈아타면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자신의 카드가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하는 신용카드(비자, 마스터)라면 한국에서처럼 단말기에 찍고 탑승하면 된다. 현지인 친구는 오이스터(Oyster)라는 런던교통공사의 교통카드를 추천했다. 보증금을 내고 지하철 기계에서 교통카드를 뽑으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오이스터 카드는 런던 지하철인 ‘런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쓸 수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한국 수도권 전철보다 무려 111년 빠른 1863년 개통했다. 세계 최초 지하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소 소음이 있는 편이고 당황스럽게도 승강장부터 데이터나 전화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덕분에 승객 대부분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판타지를 찾아 헤맨 기자가 가장 먼저 당도한 곳은 런던의 상징, 버킹엄궁전이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위치한 영국 왕실 관저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서거 전까지 주중에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구역은 한정돼 있다. 서관, 동관, 프라이빗 레지던스, 남관을 비롯해 넓이 2만㎡의 호수를 포함한 17만4000㎡짜리 대정원이 있다. 왕실이 휴가를 떠나는 7~9월에는 일반인 관람이 열린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4월 말엔 쇠창살 밖에서 궁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궁 앞은 아주 어수선했다. 궁 안팎을 오가는 차량도 속속 보였고 궁전 앞 빅토리아 여왕 황금 동상 주변으론 대관식 관람 좌석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최신 밈을 따라 궁전 쇠창살을 잡은 채 “버킹엄궁엘 갔는데 뭔가 가슴이 너무 아리고 눈물이 났어… 난 뭐였을까?”라고 말하자 기자의 친구는 “무수리”라는 짧은 답을 줬다.
버킹엄궁전에 오면 잊지 말고 공식 기념품 숍을 들르자. 아기자기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왕실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접시나 찻잔 세트. 도기 외에도 찻잎, 위스키 등을 판매한다. 핑크 드레스를 입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떠오르는 분홍색 접시 세트가 기억에 남는다. 사올 걸 그랬다.
런던탑은 템스강 북쪽에 있는 유서 깊은 성이자 궁전이다.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 이후인 1066년 세워진 요새를 기반으로 건축됐다. 돌로 된 흰색 외장이 어딘가 으스스해 궁전이었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 부슬비가 내린 탓인지 성 안팎엔 냉기가 돌았다. 알고 보니 단지 외관 때문에 음산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런던탑은 17세기 신분이 높은 죄인을 유폐하거나 처형하는 곳으로 쓰였다.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이자 엘리자베스 1세의 친모, 앤 불린 왕비도 그곳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형 집행 전 앤 불린이 “내 목이 얇아서 다행이다”라고 농담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런던탑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런던탑에서 꼭 봐야 할 곳은 ‘크라운 주얼스(The Crown Jewels)’다. 왕실 대관식이나 행사에 쓰인 보석이 전시된 곳이다. 1661년 찰스 2세가 만들고 영국 왕실 즉위식마다 쓰여 왕위 정통성을 상징하는 ‘성 에드워드 왕관’도 만날 수 있다. 전체가 순금으로 이루어졌고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등 값진 보석 장식이 있다. 무게는 무려 2.23kg. 런던탑 입장료는 2023년 5월 기준 어른 29.9파운드(약 5만 원), 아이 14.9파운드(약 2만5000원)다. 런던탑 바로 앞에 있는 타워브리지도 기억하자. 타워브리지는 런던 국회의사당 빅벤과 함께 런던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런던 시내와 랜드마크를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35층 높이의 전망대다. 가장 큰 매력은 무료라는 것. 스카이 가든은 런던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핫플이라 인터넷 예약은 필수.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여유롭게 머무르기 좋다. 밝은 대낮부터 밤까지 언제나 풍경이 아름다워 방문하기 좋다. 타워브리지에서 도보로 12분 떨어져 있다.
스카이 가든 예약에 실패한 기자에게 현지 친구는 ‘더 가든 앳 120’ 방문을 추천했다. 스카이 가든만큼 높이 위치한 전망대는 아니지만, 따로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지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곳이라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1959년 색소폰 연주자 로니 스콧이 문을 연 재즈 바 ‘로니 스콧’이다. 1960년대부터 벤 웹스터, 웨스 몽고메리, 쳇 베이커 등 재즈 거장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티켓 예매가 치열하기 때문에 티케팅에 실패해 이곳을 방문하진 못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Jazz at the Ronnie Scott’s’에서 공연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여유가 있다면 ‘하드록 카페’도 들르자. 이곳에서 공연을 보며 밥을 먹는 등 풍류를 즐겨도 좋겠지만 기자는 기념품인 하드록 카페 티셔츠만 사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런던 3박 4일은 정말 부족하다. 하드록 카페는 독일 함부르크, 일본 후쿠오카 등 유명 도시별로 매장이 있는데, 런던이 본점이다. 도시별 티셔츠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 당일 오프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 우선 런던 레스터 스퀘어에 위치한 할인 판매 부스인 ‘TKTS’에서 전날까지 판매되지 않은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부스가 열린다. 각 공연장 매표소에서 남아 있는 좌석을 구매하는 ‘데이 시트’다. 하지만 이 방법으론 인기 공연 티켓을 얻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하다.
음식이 맛없기로 악명 높은 런던이지만 잊지 말고 맛봐야 할 2가지가 있다. 일명 영국식 아침 식사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영국식 밀크티’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달걀프라이, 베이컨, 소시지, 베이크트 빈즈, 블랙 푸딩 등 다양한 요리로 구성되는 전통 식사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다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진다. 홍차 한 잔을 시켜 우유를 한 방울 떨어트린 영국식 밀크티까지 곁들어 먹으면 명예 영국인 그 자체다. 영국 카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도 우유를 조금 넣겠냐고 물어본다.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중독인 나는 처음엔 놀랐지만 직접 맛보니 쓴맛을 살짝 줄인 홍차와 커피가 썩 나쁘지 않았다.
런던만 가는 건 어딘가 섭섭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취향을 잔뜩 반영해 들른 영국 남부 해안 도시 ‘브라이턴’을 소개한다. 브라이턴은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1997년 브라이턴과 호브 2개의 마을이 통합돼 하나의 도시가 됐다. 정신없는 대도시 런던과 다르게 브라이턴엔 해안가 도시 특유의 여유가 있었다.
가까운 거리와 맑은 해변 덕에 브라이턴은 런더너의 대표 여름휴양지가 됐다. 이런 이유로 브라이턴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살린 축제도 열린다. LGBT 축제인 ‘브라이턴 프라이드’다. 프라이드의 행진만을 보기 위해 이 기간에 브라이턴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다고. 브라이턴의 해변가나 번화가의 개성 있는 펍도 유명하다. 명성에 비해 인파가 붐비지는 않았는데 한 펍 종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그 규모가 확실히 줄었다고. 브라이턴 펍 명물은 도수가 낮은 사과 맥주, 일명 ‘사이다(Cider)‘다. 브라이턴에 가면 꼭 시도해보자.
자갈해안인 브라이턴 해변은 투명하고 맑은 파도가 특징이다. 살짝 쌀쌀한 날씨에도 해변을 따라 농구, 비치발리볼 같은 스포츠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보였다. 해변가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는 브라이턴 항구다. 브라이턴 항구는 이곳의 랜드마크로, 항구에는 빈티지한 놀이공원이 있다. 놀이 기구도 있지만 농구 게임과 인형 뽑기 기계 등을 갖춘 게임장도 자리하는데, 이곳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획득 점수만큼 ‘티켓’을 얻어서 카운터에 가져가면 상응하는 경품으로 바꿔준다. 함께 간 사람과 추억 쌓기에는 참 좋다. 이곳에선 갈매기를 조심하자. 사람 손에 들린 음식을 그대로 물고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외지인이 브라이턴을 찾는 이유다. 현지에서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자연경관이라 부를 정도로 아름답고 이색적인 해안 절벽이다. 7개의 봉우리가 있어 ‘세븐 시스터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하얀 석회질 절벽과 파란 바다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분리하는 지평선은 광활한 대자연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놀라운 점은 지금도 절벽의 모양이 계속 바뀌어 절벽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브라이튼 & 호브역 앞에서 1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탄 후 내려서도 약 1시간 동안 걸어야 하니 편한 운동화는 필수다.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은 깔끔하면서 한편으론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곳곳에 드러난 모습에 ‘해리 포터’ ‘닥터 후’ 등 판타지 명작이 나올 만하다 느껴졌다. 눈에 담고 즐길 것이 많은 영국은 기자의 재방문을 다짐하게 했다. “다음 방문 땐 저녁마다 뮤지컬을 보리라”를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하나 덧붙이자면, 아무리 바빠도 오며 가며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꼭 들르자. 그 유명한 ‘해리 포터’ 속 9와 3/4 플랫폼이 있으니. 1년을 살아도 잘 모를 것 같은 나라, 판타지와의 재회를 기약하며 영국, 시 유(See you)!
#영국 #런던 #브라이턴 #여성동아
사진 이경은 기자 게티이미지
상상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판타지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구현되는 나라가 있다. 5월 6일(현지 시간) 수도 런던서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이 열린 영국이다. 지난해 9월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을 봤다면 왕실 서사에 더욱 ‘과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타지를 찾아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여행 전 꼭 챙길 몇 가지가 있다. 유럽 대륙으로 함께 묶이는 프랑스, 독일 등과 다른 부분이 있어 더 신경 써야 한다. 우선 통화 체계다. 유로존도,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닌 영국은 ‘파운드화’를 쓴다. 최근 많은 해외여행객이 ‘트래블월렛’ ‘트래블페이’ 등 외화 충전 카드를 사용하지만 종종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파운드화 환전은 필수다. 유럽연합 회원국과 다른 콘센트 규격도 알아두자. 독일, 프랑스 등은 동그란 구멍이 2개 뚫린 220V 콘센트를 사용하지만 영국은 네모난 구멍이 3개 뚫린 240V 콘센트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좌측통행이다. 이미 우측통행이 익숙한 한국인에겐 횡단보도 우측서 달려드는 차량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영국에서 길 건널 땐 오른쪽을 보자.
템스강 뿌리 2000년 역사, 런던
버킹엄궁(왼쪽)과 템즈강 북쪽에 있는 런던탑 전경.
대중교통 역시 잘 발달돼 있어 배낭여행자에겐 더할 나위 없다. 런던의 상징은 빨간색 2층 버스. 버스를 타면 웬만한 관광지를 모두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에 운행되는 N(나이트) 버스도 있다. 그 덕에 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요금은 1시간에 1.65파운드(약 2700원)인데, 일종의 환승 체계인 호퍼(Hopper) 요금도 도입돼 1시간 안에 버스를 갈아타면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자신의 카드가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하는 신용카드(비자, 마스터)라면 한국에서처럼 단말기에 찍고 탑승하면 된다. 현지인 친구는 오이스터(Oyster)라는 런던교통공사의 교통카드를 추천했다. 보증금을 내고 지하철 기계에서 교통카드를 뽑으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오이스터 카드는 런던 지하철인 ‘런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쓸 수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한국 수도권 전철보다 무려 111년 빠른 1863년 개통했다. 세계 최초 지하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소 소음이 있는 편이고 당황스럽게도 승강장부터 데이터나 전화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덕분에 승객 대부분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전생에 난 혹시 공주?
버킹엄궁 공식 기념품 숍의 접시와 찻잔 세트.
버킹엄궁전에 오면 잊지 말고 공식 기념품 숍을 들르자. 아기자기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왕실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접시나 찻잔 세트. 도기 외에도 찻잎, 위스키 등을 판매한다. 핑크 드레스를 입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떠오르는 분홍색 접시 세트가 기억에 남는다. 사올 걸 그랬다.
영국의 명과 암이 한곳에
런던탑은 흰색 벽돌로 감싸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런던탑에서 꼭 봐야 할 곳은 ‘크라운 주얼스(The Crown Jewels)’다. 왕실 대관식이나 행사에 쓰인 보석이 전시된 곳이다. 1661년 찰스 2세가 만들고 영국 왕실 즉위식마다 쓰여 왕위 정통성을 상징하는 ‘성 에드워드 왕관’도 만날 수 있다. 전체가 순금으로 이루어졌고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등 값진 보석 장식이 있다. 무게는 무려 2.23kg. 런던탑 입장료는 2023년 5월 기준 어른 29.9파운드(약 5만 원), 아이 14.9파운드(약 2만5000원)다. 런던탑 바로 앞에 있는 타워브리지도 기억하자. 타워브리지는 런던 국회의사당 빅벤과 함께 런던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현지인에게도 인기
런던 대표 번화가 소호 거리.
스카이 가든 예약에 실패한 기자에게 현지 친구는 ‘더 가든 앳 120’ 방문을 추천했다. 스카이 가든만큼 높이 위치한 전망대는 아니지만, 따로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지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곳이라고.
런더너의 ‘불금’ 핫플
소호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한 구역으로 19세기부터 런던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이다. 소호 거리에는 정말 많은 바와 클럽이 있었다. 빼곡하게 붙어선 적갈색 건물 사이사이로는 경차 하나 겨우 지나갈 법한 좁은 골목이 나있다. 해가 질 무렵 거리를 걷다 보니 하나둘씩 영업을 시작하는 바가 보였다. 그 앞으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상상해온 런던의 모습 그대로가 소호 거리에 집약된 느낌이었다.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1959년 색소폰 연주자 로니 스콧이 문을 연 재즈 바 ‘로니 스콧’이다. 1960년대부터 벤 웹스터, 웨스 몽고메리, 쳇 베이커 등 재즈 거장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티켓 예매가 치열하기 때문에 티케팅에 실패해 이곳을 방문하진 못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Jazz at the Ronnie Scott’s’에서 공연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런던에서는 한 번쯤 뮤지컬을 관람하자.
런던에서 ‘명예 영국인’ 되는 법
런던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은 뮤지컬 관람이다. 티켓 예매 전문 웹사이트 마이리얼트립이나 클룩에서도 대리 예매가 가능하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로 높은 퀄리티의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노벨로 극장에서 ‘맘마미아’를 관람했다. 오후 10시 ‘맘마미아’를 보고 나온 기자는 그 분위기에 푹 빠져 숙소까지 가는 내내 ‘맘마미아’ OST를 흥얼거렸다. ‘레 미제라블’ ‘라이언킹’ ‘마틸다’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 상시 공연하는 뮤지컬 작품도 매우 많아 선택 폭이 넓다.공연 당일 오프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 우선 런던 레스터 스퀘어에 위치한 할인 판매 부스인 ‘TKTS’에서 전날까지 판매되지 않은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부스가 열린다. 각 공연장 매표소에서 남아 있는 좌석을 구매하는 ‘데이 시트’다. 하지만 이 방법으론 인기 공연 티켓을 얻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하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달걀프라이, 베이컨, 소시지, 베이크트 빈즈, 블랙 푸딩 등 다양한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런더너의 여름휴양지, 브라이턴
브라이턴에는 개성넘치는 펍이 많다.
가까운 거리와 맑은 해변 덕에 브라이턴은 런더너의 대표 여름휴양지가 됐다. 이런 이유로 브라이턴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살린 축제도 열린다. LGBT 축제인 ‘브라이턴 프라이드’다. 프라이드의 행진만을 보기 위해 이 기간에 브라이턴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다고. 브라이턴의 해변가나 번화가의 개성 있는 펍도 유명하다. 명성에 비해 인파가 붐비지는 않았는데 한 펍 종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그 규모가 확실히 줄었다고. 브라이턴 펍 명물은 도수가 낮은 사과 맥주, 일명 ‘사이다(Cider)‘다. 브라이턴에 가면 꼭 시도해보자.
자갈해안인 브라이턴 해변은 투명하고 맑은 파도가 특징이다. 살짝 쌀쌀한 날씨에도 해변을 따라 농구, 비치발리볼 같은 스포츠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보였다. 해변가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는 브라이턴 항구다. 브라이턴 항구는 이곳의 랜드마크로, 항구에는 빈티지한 놀이공원이 있다. 놀이 기구도 있지만 농구 게임과 인형 뽑기 기계 등을 갖춘 게임장도 자리하는데, 이곳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획득 점수만큼 ‘티켓’을 얻어서 카운터에 가져가면 상응하는 경품으로 바꿔준다. 함께 간 사람과 추억 쌓기에는 참 좋다. 이곳에선 갈매기를 조심하자. 사람 손에 들린 음식을 그대로 물고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석회질 절벽과 파란 바다의 하모니
브라이턴의 대표 명소 ‘세븐시스터즈’는 흰 석회질 절벽이 특징이다.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은 깔끔하면서 한편으론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곳곳에 드러난 모습에 ‘해리 포터’ ‘닥터 후’ 등 판타지 명작이 나올 만하다 느껴졌다. 눈에 담고 즐길 것이 많은 영국은 기자의 재방문을 다짐하게 했다. “다음 방문 땐 저녁마다 뮤지컬을 보리라”를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하나 덧붙이자면, 아무리 바빠도 오며 가며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꼭 들르자. 그 유명한 ‘해리 포터’ 속 9와 3/4 플랫폼이 있으니. 1년을 살아도 잘 모를 것 같은 나라, 판타지와의 재회를 기약하며 영국, 시 유(See you)!
#영국 #런던 #브라이턴 #여성동아
사진 이경은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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