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된 구조의 거실과 주방. 베란다로 들어가는 문은 간살도어를 덧달아 인테리어 효과를 살렸다.
집 본연의 아름다움은 ‘비움’에서 시작된다. 집 안 구석구석에 쌓인 짐들과 장식을 들어낼 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집의 여백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안겨준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미니멀 인테리어가 유행한 것도 집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민우 · 한정임 부부의 155㎡ 집은 진정한 ‘쉼’의 공간이다. 물건이 아닌 공간으로 부부의 취향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부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여백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편안함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디자인이 다른 2개의 팬던트 조명이 공간 분위기를 한층 더 우아하게 만든다.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이 집에 계속 살고 싶어서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를 원했어요. 제가 주로 집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이 중요한 나이라 구성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춘 공간 디자인도 중요했죠. 디자인 측면에서 저희 부부가 의견을 낸 것은 화이트와 우드 컬러를 주조색으로 하고 싶다는 것과 칸막이 형태의 그릇장 설치 등 몇 가지에 불과해요. 그 외에 대부분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께 요청했어요. 디자인만큼은 전문가에게 자율권을 드려야 결과물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단, 원하는 공간의 성격과 분위기는 명확히 말씀드렸고 미팅에는 아이들도 참여시켰어요. 직접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게 하니 디자이너도 빨리 이해하시더라고요. 시공 후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았죠.”
공간의 재구성
팬트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세탁실. 베란다에 있던 세탁실을 옮겨와 동선이 개선되었다.
강민우 · 한정임 부부 집에서 구조 변경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세탁실이다. 보통 세탁실은 욕실 안쪽처럼 깊숙한 곳에 자리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복도에 세탁실이 있다. 현관에 위치한 팬트리를 제거하고 세탁실을 만들었기 때문. “리모델링 전 이 집의 세탁실은 안방 베란다에 있었어요. 집안일을 하기에 효율적인 동선이 아니라 판단했죠. 마침 현관 팬트리가 떠올랐어요. 신발장 공간이 넉넉하던 터라 팬트리 활용을 고민 중이었거든요. 세탁실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리모델링을 담당한 실장은 부부와 상의 후 곧장 실행에 옮겼다. 손빨래가 필요한 경우까지 고려해 간이 세면대를 만들고, 물이 닿을 수 있는 공간의 특성상 바닥은 관리가 편한 타일로 시공했다. 세탁실 문은 좁은 복도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닫이문으로 결정했다.
맞춤형 가구 제작으로 불필요한 공간을 없앤 주방. 오픈장과 수납장 모두 크기를 다양하게 해 수납 활용도를 높였다.
주방과 다이닝 룸 그리고 거실 구획은 개방감을 살려 재구성했다. 이들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조명. 크기와 모양이 다른 우아한 분위기의 조명 2개를 함께 걸어두니 세련된 느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소재의 특징을 영리하게 살려 집 안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활용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오픈된 구조이지만 물을 많이 쓰는 주방 바닥재는 거실과 달리 타일을 선택한 것, 아일랜드 조리대의 상판은 오염에 강한 세라믹 소재를 고른 것 등이 그것.
디테일로 완성한 집
템바보드로 시공한 현관. 유려한 곡선이 집의 첫인상을 인상적으로 만든다.
이 집은 유독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재미는 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드러운 곡선의 템바보드가 인상적인 현관은 신발을 신고 벗을 때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요청으로 디자인되었다. “현관을 신발장으로만 채우면 수납공간은 넓어지겠지만 집에 들어서자마자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현관을 좀 더 쾌적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신발장과 함께 하부장이나 벤치장 설치를 권합니다. 벤치만 놓아도 좋지만, 이번 시공처럼 디테일을 더한다면 장식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더욱 근사해요.” 카멜레온 현은지 실장의 조언이다.
TV 시청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문은 히든 도어로 디자인했다.
마치 문이 없는 것처럼 연출한 부부 침실의 히든 도어도 재미있다. TV를 볼 때마다 TV와 연장선상에 있는 부부 침실 문이 신경 쓰일 것 같아 벽면처럼 깔끔해 보이도록 히든 도어를 제작한 것인데, 별도의 손잡이 없이 여닫는 형태라 공간의 흐름을 끊지 않아 만족스러운 아이템 중 하나라고.
책상 옆 작은 책장은 침대를 가리는 파티션 역할을 한다.
각 방도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했다. “문을 열었을 때 바로 침대가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한 둘째 아이의 방 침대 곁엔 파티션을 두었다. 내년에 고3 수험생이 되는 큰아이 방 책상은 독서실처럼 칸막이 형태로 설치했다.
침대로만 이루어진 부부 침실. 벽면 전체를 침대 헤드로 제작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부부 침실에는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싱글 침대보다 살짝 큰 모션베드 2개를 놓았다. 그리고 벽면 전체를 침대 헤드로 제작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집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강민우 · 한정임 씨 가족. 이 집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물건보다 공간이 더 잘 보이는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쉼을 주는 공간, 집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이 아닐까.
시크릿 공간인 파우더 룸에만 테라조 타일과 스트라이프 벽지로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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