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테이블 다이닝 레스토랑, 유용욱바베큐연구소
6~8인이 바비큐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원 테이블 다이닝 공간은 조리실 안쪽에 위치해 있다.
“공간을 물색하던 중에 지인 추천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분위기에 압도돼 바로 계약했습니다. 부피가 큰 바비큐 장비나 장시간 훈연이 필요한 메뉴를 고려했을 때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고요.”
유용욱바베큐연구소는 아케이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바비큐를 연구하는 공간과 조리&다이닝 공간이 서로 마주하는 구조다. 연구실에는 고기로 가득 찬 업소용 냉장고를 비롯해 바비큐 장비와 관련 서적들이 눈에 띈다. 맞은편에는 유리 통창 뒤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스모크 그릴이 자리한 조리실이 있고, 이곳을 통과하면 안쪽에 최대 8인까지 식사 가능한 원 테이블 형태의 다이닝 공간이 나온다. 유용욱바베큐연구소는 바비큐를 주제로 한 다양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소갈비를 한식 간장 양념에 재워 장시간의 수비드를 거친 후 참나무 연기로 훈연해 만든 ‘단짠’ 매력의 비프 립과, 이베리코 흑돼지를 소금에 5일간 절이고 8시간 훈연해 완성한 이베리코 베이컨이다. 코스에는 육류뿐 아니라 스모크 향을 입힌 제철 해산물과 채소 메뉴도 눈에 띄는데, 다양한 식재료와 다채로운 조리법을 사용해 일관되게 바비큐 요리로 풀어낸 것이 흥미롭다.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유용욱 소장은 다이닝 신(scene)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로 지난 한 해 SNS를 통해 푸디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바비큐 천재’ ‘수비드 마술사’ 등으로 불리는 그는 알고 보면 고기와 바비큐 덕후로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해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성덕’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혼 때 마트에서 웨버 그릴을 산 게 시작이었고 어린 시절 바비큐에 대한 추억이 한몫했다.
바비큐 성덕, 유용욱 소장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키친 전경. 오른쪽 문을 열면 다이닝 공간이 나온다.
음식을 해 먹고, 해 먹이는 것을 좋아한 그는 그때부터 부지런히 자신과 가족, 지인들을 위해 바비큐를 굽고 연구했다. 유튜브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인터넷을 찾아봤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아마존에서 바비큐 관련 원서를 찾아보며 노하우와 지식, 레시피를 차곡차곡 축적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자 창업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렸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경기도 수원 이목리의 가족 농장을 제 바비큐 놀이터로 만들어주셨어요.”
마땅한 공간이 생기자 그의 열정은 더욱 불타올랐고 하나둘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이목리유용욱바베큐연구소’라는 이름의 소셜 다이닝을 운영하게 됐다. 한동안 SNS를 뜨겁게 달궜던 바비큐 핫 플레이스는 그렇게 탄생한 것.
1 유용욱 소장이 원하는 스펙에 맞게 문래동 철공소에서 맞춤 제작한 대형 스모크 그릴. 2 바비큐 코스에서 디저트로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옥수수 크렘브륄레가 담긴 병. 3 유용욱 소장이 바비큐와 조리법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아마존에서 구입했던 원서들. 4 탐침 온도계로 고기 내부 온도를 확인하는 유용욱 소장.
현재 진행형인 유용욱의 바비큐
소고기를 한식 간장 양념에 재워 장시간 수비드한 후 참나무 연기로 훈연한 시그니처 비프 립(왼쪽)과 정통 방식으로 만든 이베리코 베이컨.
“제가 요리에 정통한 셰프가 아닐뿐더러 미국식 정통 바비큐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라서 바비큐 하우스 같은 상호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특정 카테고리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바비큐를 사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계획이고, 지금도 계속 요리를 공부하며 메뉴를 개발 중이라 연구소란 이름 말고는 제 요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하는 단어가 없더라고요.”
남영동에서 이목리 때와 같이 원 테이블 구조를 고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용욱 소장은 메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소통이라고 결론을 냈다.
“테이블 여러 개 깔아놓고 만들어진 요리를 주는 것보다는 메뉴와 조리 방법에 대해서 충분히 소개하고 피드백도 받고 싶었어요.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좋아해서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오실까, 기대감도 있고요.”
현재의 모습만 보면 혜성처럼 등장한 것 같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한 발짝씩 바비큐를 향해 다가가며 초석을 다지고 있었던 유용욱 소장. 당분간은 바비큐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그는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넥스트 스텝도 착착 준비 중이다.
“바비큐 메뉴를 상품화해보고 싶고 제대로 된 바비큐 전문점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고기를 워낙 좋아하니까 기회가 되면 육가공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현재 코스로 운영되는 메뉴를 각각 독립시켜 별도의 브랜드로 론칭할 계획도 있고요.”
그의 수많은 계획들이 초기 창업자의 의욕만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높은 장벽을 뚫고 요식업계에 안착했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상반기 예약은 이미 마감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기는 정성과 시간을 더하면 부가 가치가 극대화되는 정말 정직한 카테고리인 것 같다”고 말하는, 고기와 바비큐를 향한 그의 순수한 ‘덕질’이 앞으로 다이닝 신을 얼마나 더 다채롭게 장식할지 벌써부터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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