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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vegan

라면부터 떡볶이, 햄버거까지, 비건 음식

글 이현준 기자

2021. 03. 04

 CU ‘채식주의 도시락’.

CU ‘채식주의 도시락’.

한국채식연합(KVU)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백50만 명으로 2008년 15만 명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채식주의자 중 동물성 식품(육류, 유제품, 난류, 어류 등)을 전혀 먹지 않고 채소와 과일만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 부른다. 비건이 되는 이유는 동물권 보호뿐 아니라 환경보호, 건강 등으로 다양하다. 국내 5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점차 신장되고 있는 동물권과 환경에 대한 인식에 힘입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그동안 소수의 문화로 여겨졌던 비건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는 모양새다. 비건 제품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비건 제품 부문 성장세로 이를 엿볼 수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비건 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2018년 대비 563% 성장했다. 대체육 판매량이 지난해 2019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으며 샐러드용 채소와 우유 대신 마실 수 있는 음료류 상품이 인기를 견인했다. 이와 같은 비건 제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굵직한 식품·유통 기업들이 앞다퉈 비건 맞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1 동원F&B ‘비욘드 소시지’.
2 농심 베지가든의 ‘브이민스’와 ‘숯불향 떡갈비’.
3 롯데푸드 ‘제로미트 베지 너겟’.

1 동원F&B ‘비욘드 소시지’. 2 농심 베지가든의 ‘브이민스’와 ‘숯불향 떡갈비’. 3 롯데푸드 ‘제로미트 베지 너겟’.

동원F&B는 미국 식물성 고기 생산 업체인 비욘드 미트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3월부터 국내에 대체육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론 버거용 패티 ‘비욘드 버거’가 있으며 지난해 ‘비욘드 비프’와 ‘비욘드 소시지’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콩과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대체육이다. 롯데푸드는 2019년부터 통밀, 콩 추출 단백질을 사용한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제품으론 닭고기의 풍미와 식감을 내는 ‘제로미트 베지 너겟’, ‘제로미트 베지 가스’와 햄버그스테이크 맛을 내는 ‘제로미트 베지 함박 오리지널’ ‘제로미트 베지 함박 매쉬드 포테이토’ 등 4종이다. 

농심도 올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히며 비건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대체육 제품으론 ‘브이민스(다짐육)’ ‘브이패티(패티)’가 있으며 대체육을 활용한 조리 냉동식품으론 ‘숯불향 떡갈비’ ‘바삭 탕수육’ 등이 있다.



기업은 시장 확장하고 브랜드 가치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

롯데리아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

롯데리아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

패스트푸드 업계에도 비건 바람이 불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월 비건 버거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패티는 콩과 밀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을 사용했고 소스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했다. 지난해 10월까지 2백20만 개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롯데리아는 11월에 또 하나의 비건 버거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를 출시했다. 미라클 버거와는 달리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 농축액을 가미해 패티를 제조한 것이 특징이다. 


GS25 ‘매운 떡볶이’.

GS25 ‘매운 떡볶이’.

비건 맞춤 간편식도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그린가든 만두’와 ‘그린가든 카레볶음밥’ ‘그린가든 모닝글로리볶음밥’을 출시했다. 세 제품 모두 마늘, 양파, 당근 등의 채소만을 원료로 사용했다. 편의점에서도 채식 간편식을 찾을 수 있다. CU는 지난해 ‘채식주의 도시락’을 선보였다. 콩불고기 바질파스타, 단호박 크랜베리로 만든 파스타형 도시락으로,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펜네 파스타 면과 각종 채소를 바질 페스토에 버무린 제품이다. GS25도 지난해 비건 간편식 떡볶이 2종(매운 떡볶이, 짜장 떡볶이)을 출시하며 비건 시장에 가세했다. 숙성 고추장과 춘장, 다시마 등을 사용해 감칠맛 나는 특제 소스를 개발했고 일절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스무디킹의 비건 베이커리 3종.

스무디킹의 비건 베이커리 3종.

1 롯데제과 나뚜루의 ‘캐슈바닐라’.
 2 풀무원다논 ‘식물성 액티비아’.

1 롯데제과 나뚜루의 ‘캐슈바닐라’. 2 풀무원다논 ‘식물성 액티비아’.

유제품을 먹지 않는 비건을 위한 상품도 등장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스무디킹은 지난해부터 비건 베이커리 제품 3종(블루베리 크럼블 케이크, 애플 크럼블 케이크, 초콜릿 칩 머핀)을 판매하고 있다. 달걀, 우유,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두유와 식물성 기름으로 이를 대체했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지난해 5월 비건 아이스크림 2종(코코넛 파인애플, 캐슈바닐라)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들은 우유나 달걀 대신 식물성 원료인 코코넛밀크와 캐슈너트 페이스트, 천연 구아검 등을 사용해 제조된 것이 특징이다. 롯데제과는 올해 2월 중 ‘퓨어코코넛’을 라인업에 더할 예정이다. 요구르트 전문 기업 풀무원다논도 1월 비건 요구르트 ‘식물성 액티비아’를 선보였다. 기존 요구르트의 주원료인 우유 대신 코코넛, 콩, 오트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

1 오뚜기의 라면 ‘채황’과 간편식 ‘그린가든 카레볶음밥’. 2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1 오뚜기의 라면 ‘채황’과 간편식 ‘그린가든 카레볶음밥’. 2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1 풀무원 ‘김치 렐리쉬 스윗&칠리’. 2 풀무원 ‘깔끔한 썰은김치 Vegan’.

1 풀무원 ‘김치 렐리쉬 스윗&칠리’. 2 풀무원 ‘깔끔한 썰은김치 Vegan’.

비건 라면도 눈길을 끈다. 오뚜기가 2019년 고기 육수를 사용하지 않은 채소 라면 ‘채황’을 선보인 데 이어 풀무원 역시 지난해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출시했다. 정면은 4개월 만에 2백만 봉지가 넘게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함께 먹으면 좋을 비건 김치도 있다. 기존 김치는 채소가 주재료라 원래 비건 식품이라 여기기 쉽지만 동물성 원료인 젓갈이 들어 있어 비건이 먹을 수 없었다. 비건 김치는 지난해 풀무원이 출시한 젓갈을 뺀 김치 ‘김치 렐리쉬’와 ‘깔끔한 썰은김치 Vegan’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비건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한다. 기업과 소비자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가장 큰 이슈는 환경 문제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비건이 아닌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라며 “기업도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비건 제품을 판매하면 ‘행동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시장을 확장하는 동시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대세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건 제품에 대한 소비는 대표적인 ‘가치 소비(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본인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소비하는 게 특징)’라고 볼 수 있다. 또 자신의 소비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들도 행동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행동주의 소비로도 볼 수 있다”며 “반려 인구의 증가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인터넷을 통해 동물복지·비건 제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과거 한국의 경제적 수준이 낮았을 땐 어려웠지만 이젠 높아져 비건·친환경 등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는 소비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제공 BGF리테일 GS리테일 농심 동원 롯데GRS 롯데제과 롯데푸드 오뚜기 풀무원 풀무원다논 신세계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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