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날,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수거함을 보면 헛구역질이 나올 때가 있다. 날파리는 기본이고 뜨거운 열대야에 정체 모를 벌레도 우글우글 꼬인다. 음식물 쓰레기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불쾌한데, 하물며 이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건져서 먹는다면 어떻겠는가. 믿기 힘들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이미 우리의 입으로, 배속으로 유통되고 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이야기의 시작은 한 제보자의 은밀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던 이 남성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아닐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계속 보이는 거예요.”
이 남성은 서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한 농수산물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다. 어둠이 내리깔린 한밤중 시장 거리를 활보하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을 목격했다는 제보자. 처음엔 한두 번이려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2주, 한 달, 반년 이상 매일같이 보이는 수상한 사람 때문에 그는 우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 수상한 사람은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보였는데, 큰 카트를 끌고 다니며 농산물 시장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뒤지거나 바로 옆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에 비치된 거대한 수산물 쓰레기통 주변을 배회했다고 한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재빨라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밤새 반복했고, 텅 빈 카트는 정체 모를 물건들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우리는 미스터리한 사람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제보자가 일하는 서울의 한 농수산물 시장에 잠복하기로 했다.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새벽 1시. 인근 건물 옥상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농수산물 시장을 얼마간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저 멀리서 카트 바퀴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한밤중 정적을 깨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제보자의 말대로 한 여성이 큰 카트를 끌고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농산물 쓰레기를 모아두는 쓰레기장. 그녀를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 이후 카메라에 담긴 장면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매일 밤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수상한 그녀
그녀는 이윽고 카트를 끌고 농산물 시장 옆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으로 향했다. 한밤중이기 때문에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카트를 밀고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수산물 시장으로 따라갔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 곳을 향했다.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시장의 지리를 파악해둔 듯했다. 카트가 멈춰서고, 한 차례 주위를 둘러보더니 상체를 숙여 거대한 통 속에서 무언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전설의 고향’에서 한밤중 무덤을 파헤치는 귀신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파헤치며 던져버리는 물체들은 피가 흥건히 묻어 있거나 터진 내장들이었다.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참으며 카메라를 부여잡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만족한 듯한 그녀는 유유히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시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매일 밤 농수산물 시장에 카트를 끌고 나타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곤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의 정체. 한 주, 두 주… 4주간의 잠복 촬영에 그녀는 거의 매일 모습을 드러냈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녀가 얼마간 이 같은 행동을 해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꽤 오랜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렇게 계속 잠복 촬영을 하던 중 하루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카트만 덩그러니 카메라에 잡혔다. 카트만 남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틈을 타 카트에 도대체 어떤 것이 실려 있는지 재빨리 확인해 보기로 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카트에 가까이 갈수록 정체 모를 물건들의 형태가 점점 또렷하게 드러났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카트에 담겨 있던 건, 상해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조갯살과 이미 죽은지 한참이나 지난 낙지, 물러서 벌레가 꿈틀대는 망고, 누군가 먹다 버린 김치 찌꺼기, 맛이 간 부추, 배추 찌꺼기 등이었다. 그녀가 매일 밤 향한 곳은 농수산물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두는 음식물 쓰레기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상체를 숙이며 파헤친 곳은 생선류의 부산물들과 상한 어류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거대한 수산물 쓰레기통이었고, 그 때문에 생선의 피와 내장들이 사방으로 튄 것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이 음식물 쓰레기를 어디에 쓰려는 걸까.
이윽고 나타난 그녀는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시장을 벗어나 사람의 시선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멈춰 선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은색 승합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더니 카트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를 차에 통째로 옮겨 싣는 것이었다. 승합차를 몰고 온 중년의 남녀는 카트 주인에게 돈을 건네더니 빠른 속도로 차의 시동을 걸었다. 이 모습을 고스란히 촬영하고 있었던 우리도 재빨리 취재 차량에 올라 은색 승합차를 은밀히 추적했다. 승합차는 한참을 달리더니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골목길로 접어들었고 곧이어 멈춰 섰다. 승합차가 멈춰 선 곳은 반찬가게를 겸하고 있는 한식 뷔페 식당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승합차에 실려 있던 음식물 쓰레기는 식당 안으로 옮겨졌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돈 주고 구입했던 중년 남녀는 이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주인 부부였다.
이 식당은 이곳에서 10년간 한식 뷔페로 운영돼왔고, 싼 가격에 많은 반찬 수로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10년간 장사를 계속해왔다는 건 어느 정도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이면 늘 한식 뷔페를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고, 가게 한편에는 각종 반찬들이 정갈하게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다. 반찬 하나에 3천원 선으로 가격도 저렴했다. 뷔페의 메뉴도 각종 나물류, 제육볶음, 낙지볶음, 김치류, 잡채 등으로 풍성했다.
상한 조갯살은 조개젓갈로, 상한 채소는 잡채로 한식 뷔페 상 올라
손님인 척 식당에 들어가 직원에게 물었더니 “사장님 부부가 매일같이 장을 봐서 직접 식재료를 다듬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승합차 한 가득 담긴 음식물 쓰레기가 바로 직원이 말한 식재료였던 것이다. 상해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조갯살은 시뻘건 양념에 버무려진 조개젓갈로 둔갑해 있었고, 이미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난 낙지는 낙지 젓갈과 양념이 강한 낙지볶음으로, 물러서 벌레가 꿈틀대는 망고와 채소 찌꺼기는 그래도 덜 상한 부분만 발라내 샐러드와 잡채로, 누군가 먹다 버린 김치 찌꺼기는 김치 반찬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을 식당 손님들은 한 그릇, 두 그릇 맛있게 뷔페 음식을 먹고 있었고 사장 부부는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친절한 사장 부부의 미소와 손님들의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그로테스크했고 우리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했던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이 이렇게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즉각 송파경찰서 지능범죄 1팀과 강남구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고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의 식당을 불시에 방문해 냉장고며 식자재 보관 창고를 수색한 결과 유통기한이 2년이 지난 돈가스 소스 등의 가공품과 상해 물러 터진 과일, 채소 등이 대거 발견됐다. 압권은 사장 부부의 반응이었다. 한 단어도 보태거나 고친 것 없이 그대로 나열해보겠다.
“이런 걸 팔겠어? 우리가 먹으려다가 기한이 지나니까 못 먹는 거지.”
“그만 좀 하쇼. 누가 먹겠어요? 주면. 먹지도 않지. 우리가 손이 모자라서 냉장고 정리를 못하는 거지. 그냥.”
“그 사람하고 거래 안 하면 되는걸 이제. 안 그래요? 그 여자하고 거래를 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해당 식당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 정지 및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문제는 이런 식당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전국 농수산물 시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줍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채소 찌꺼기를 싣고 서울 각 식당에 납품하는 트럭 운전자, 택시를 불러서 한 가득 상한 채소를 싣고 서울 시내 한 주점에 납품하는 업자 등등 우리가 확인한 것만도 여러 건이었다. 농수산물 시장 측은 우리가 취재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관계 당국의 안일함 때문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적인 취재 영상은 채널A 홈페이지 ‘먹거리 X파일’ 다시보기나, 채널A 홈페이지 보도본부 뉴스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다시보기 http://tv.ichannela.com/culture
채널A ‘보도본부 뉴스 다시보기’ http://news.ichannela.com/society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사진 · 채널A 제공
너무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이야기의 시작은 한 제보자의 은밀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던 이 남성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아닐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계속 보이는 거예요.”
이 남성은 서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한 농수산물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다. 어둠이 내리깔린 한밤중 시장 거리를 활보하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을 목격했다는 제보자. 처음엔 한두 번이려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2주, 한 달, 반년 이상 매일같이 보이는 수상한 사람 때문에 그는 우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 수상한 사람은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보였는데, 큰 카트를 끌고 다니며 농산물 시장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뒤지거나 바로 옆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에 비치된 거대한 수산물 쓰레기통 주변을 배회했다고 한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재빨라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밤새 반복했고, 텅 빈 카트는 정체 모를 물건들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우리는 미스터리한 사람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제보자가 일하는 서울의 한 농수산물 시장에 잠복하기로 했다.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새벽 1시. 인근 건물 옥상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농수산물 시장을 얼마간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저 멀리서 카트 바퀴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한밤중 정적을 깨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제보자의 말대로 한 여성이 큰 카트를 끌고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농산물 쓰레기를 모아두는 쓰레기장. 그녀를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 이후 카메라에 담긴 장면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매일 밤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수상한 그녀
그녀는 이윽고 카트를 끌고 농산물 시장 옆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으로 향했다. 한밤중이기 때문에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카트를 밀고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수산물 시장으로 따라갔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 곳을 향했다.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시장의 지리를 파악해둔 듯했다. 카트가 멈춰서고, 한 차례 주위를 둘러보더니 상체를 숙여 거대한 통 속에서 무언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전설의 고향’에서 한밤중 무덤을 파헤치는 귀신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파헤치며 던져버리는 물체들은 피가 흥건히 묻어 있거나 터진 내장들이었다.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참으며 카메라를 부여잡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만족한 듯한 그녀는 유유히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시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매일 밤 농수산물 시장에 카트를 끌고 나타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곤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의 정체. 한 주, 두 주… 4주간의 잠복 촬영에 그녀는 거의 매일 모습을 드러냈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녀가 얼마간 이 같은 행동을 해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꽤 오랜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렇게 계속 잠복 촬영을 하던 중 하루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카트만 덩그러니 카메라에 잡혔다. 카트만 남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틈을 타 카트에 도대체 어떤 것이 실려 있는지 재빨리 확인해 보기로 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카트에 가까이 갈수록 정체 모를 물건들의 형태가 점점 또렷하게 드러났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카트에 담겨 있던 건, 상해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조갯살과 이미 죽은지 한참이나 지난 낙지, 물러서 벌레가 꿈틀대는 망고, 누군가 먹다 버린 김치 찌꺼기, 맛이 간 부추, 배추 찌꺼기 등이었다. 그녀가 매일 밤 향한 곳은 농수산물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두는 음식물 쓰레기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상체를 숙이며 파헤친 곳은 생선류의 부산물들과 상한 어류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거대한 수산물 쓰레기통이었고, 그 때문에 생선의 피와 내장들이 사방으로 튄 것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이 음식물 쓰레기를 어디에 쓰려는 걸까.
<font color="#333333"><b>1 2</b></font> 농수산물 쓰레기통에서 건진 상한 낙지와 무른 망고.<br><font color="#333333"><b>3 4</b></font>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상한 채소와 과일, 어류 등을 인근 식당에 팔아 넘기고 있는 한 여자.
이윽고 나타난 그녀는 카트를 끌고 농수산물 시장을 벗어나 사람의 시선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멈춰 선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은색 승합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더니 카트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를 차에 통째로 옮겨 싣는 것이었다. 승합차를 몰고 온 중년의 남녀는 카트 주인에게 돈을 건네더니 빠른 속도로 차의 시동을 걸었다. 이 모습을 고스란히 촬영하고 있었던 우리도 재빨리 취재 차량에 올라 은색 승합차를 은밀히 추적했다. 승합차는 한참을 달리더니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골목길로 접어들었고 곧이어 멈춰 섰다. 승합차가 멈춰 선 곳은 반찬가게를 겸하고 있는 한식 뷔페 식당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승합차에 실려 있던 음식물 쓰레기는 식당 안으로 옮겨졌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돈 주고 구입했던 중년 남녀는 이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주인 부부였다.
이 식당은 이곳에서 10년간 한식 뷔페로 운영돼왔고, 싼 가격에 많은 반찬 수로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10년간 장사를 계속해왔다는 건 어느 정도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이면 늘 한식 뷔페를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고, 가게 한편에는 각종 반찬들이 정갈하게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다. 반찬 하나에 3천원 선으로 가격도 저렴했다. 뷔페의 메뉴도 각종 나물류, 제육볶음, 낙지볶음, 김치류, 잡채 등으로 풍성했다.
상한 조갯살은 조개젓갈로, 상한 채소는 잡채로 한식 뷔페 상 올라
손님인 척 식당에 들어가 직원에게 물었더니 “사장님 부부가 매일같이 장을 봐서 직접 식재료를 다듬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승합차 한 가득 담긴 음식물 쓰레기가 바로 직원이 말한 식재료였던 것이다. 상해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조갯살은 시뻘건 양념에 버무려진 조개젓갈로 둔갑해 있었고, 이미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난 낙지는 낙지 젓갈과 양념이 강한 낙지볶음으로, 물러서 벌레가 꿈틀대는 망고와 채소 찌꺼기는 그래도 덜 상한 부분만 발라내 샐러드와 잡채로, 누군가 먹다 버린 김치 찌꺼기는 김치 반찬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을 식당 손님들은 한 그릇, 두 그릇 맛있게 뷔페 음식을 먹고 있었고 사장 부부는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친절한 사장 부부의 미소와 손님들의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그로테스크했고 우리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했던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이 이렇게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즉각 송파경찰서 지능범죄 1팀과 강남구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고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의 식당을 불시에 방문해 냉장고며 식자재 보관 창고를 수색한 결과 유통기한이 2년이 지난 돈가스 소스 등의 가공품과 상해 물러 터진 과일, 채소 등이 대거 발견됐다. 압권은 사장 부부의 반응이었다. 한 단어도 보태거나 고친 것 없이 그대로 나열해보겠다.
“이런 걸 팔겠어? 우리가 먹으려다가 기한이 지나니까 못 먹는 거지.”
“그만 좀 하쇼. 누가 먹겠어요? 주면. 먹지도 않지. 우리가 손이 모자라서 냉장고 정리를 못하는 거지. 그냥.”
“그 사람하고 거래 안 하면 되는걸 이제. 안 그래요? 그 여자하고 거래를 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해당 식당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 정지 및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문제는 이런 식당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전국 농수산물 시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줍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채소 찌꺼기를 싣고 서울 각 식당에 납품하는 트럭 운전자, 택시를 불러서 한 가득 상한 채소를 싣고 서울 시내 한 주점에 납품하는 업자 등등 우리가 확인한 것만도 여러 건이었다. 농수산물 시장 측은 우리가 취재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관계 당국의 안일함 때문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적인 취재 영상은 채널A 홈페이지 ‘먹거리 X파일’ 다시보기나, 채널A 홈페이지 보도본부 뉴스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다시보기 http://tv.ichannela.com/culture
채널A ‘보도본부 뉴스 다시보기’ http://news.ichannela.com/society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사진 ·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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