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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권우중 셰프의 시골 장터 이야기

영덕 강구항 시장

찬바람 불면 대게가 제철

기획·이진이 기자 | 글& 사진·권우중

2013. 01. 25

영덕 강구항 시장


기온이 떨어질수록 맛있어지는 게 있다. 포획 금지 기간이 끝나 12월부터 잡을 수 있는 대게가 그것이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는 영덕대게와 울진대게가 유명한데 사실 맛은 비슷하다. 출하량은 울진대게가 가장 많다. 맛있는 대게를 맛보기 위해서는 산지 시장에 가서 직접 보고 사는 게 가장 좋다. 이달에 찾은 곳은 경상북도 영덕의 강구항 시장이다.
모든 어촌, 어시장들이 비슷하듯이 영덕 역시 배에서 갓 잡아 올린 대게나 생선 경매가 아침에 열린다. 대게를 잡는 어선들은 새벽뿐 아니라 오전 10~11시경 영덕 강구항에 많이 들어온다. 가장 바쁜 시기인 요즘은 어부들이 하루에 2번 조업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 늦은 오후를 제외하곤 대게를 잡은 어선들을 만날 수 있다.
배가 들어오는 곳 바로 앞에서 강구항 좌판시장이 열린다. 배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이나 대게를 바로 좌판으로 가지고 와 판매하므로 품질 좋은 자연산 생선과 대게를 살 수 있다.
대게를 구입할 때는 몇 가지 알아둘 게 있다. 대부분 대게는 클수록 맛있고, 다리가 곧은 박달대게가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큰 대게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수입산이라고 특별히 맛이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유통 과정이 길다 보니 살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다. 대게는 수족관에서 몇 개월도 살 수 있는데 껍질은 그럴 듯하지만 먹이를 먹지 못해 속살이 빈약할 때가 종종 있다.
수입 대게와 국산 대게를 구별하는 요령이 있다. 바로 플라스틱 견장인데, 선주협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견장이 있다면 국산 대게가 확실하므로 구입할 때 반드시 확인한다. 물론 견장이 붙어 있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다. 대게의 맛에 대해서는 어부들과 언론에서 내놓는 의견이 각기 다르다. 대게를 직접 잡는 어부는 수심 150~250m 연안에서 그물로 잡은 대게를 최고로 친다. 이 대게들은 깊은 바다에서 살지 않아 껍질이 얇고 크기도 크지 않다.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박달대게는 좀 더 깊은 심해에서 잡힌다. 연안의 대게는 살이 야들야들하고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다. 맛이 달콤하면서 바다 내음을 살짝 풍기고 단 냄새도 어우러진다. 대게의 관절을 꺾으면 살이 길게 쏙 빠진다. 반면 심해에서 잡힌 박달대게는 몸이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살이 단단하다. 단맛은 비슷하지만 좀 더 맛이 진하다. 그렇다면 연안 대게는 어디서 살까? 항구 옆 좌판시장에 가면 연안에서 잡은 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나는 오전 11시쯤 들어오는 대게 배에서 8마리를 5만원에 구입했다. 2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잡아온 대게를 배 선창 수족관에서 꺼내줘 선도는 최상이다. 인근 가게에 8천원만 내면 강한 불로 찜통에 쪄주는데 그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가 막힌 맛’이다.
영덕 강구항에 간다면 또 하나 맛봐야 할 것이 있다. 팔다 남은 대게와 다리가 많이 떨어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게를 잔뜩 넣고 푹 고아서 끓인 게 육수로 담근 배추김치다. 포획 금지 기간이 풀리는 12월 이후에 담그기 때문에 1월 말이나 2월에 제대로 맛이 든 대게김치를 맛볼 수 있다. 제대로 맛이 든 대게김치를 먹으러 다시 강구항에 갈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1 대게를 잡는 어선들은 새벽뿐 아니라 오전 10~11시경 영덕 강구항에 많이 들어온다.
2 어부는 수심 150~250m 연안에서 그물로 잡은 대게를 최고로 친다.
3 4 포획 금지 기간이 끝난 12월부터 잡히는 대게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맛이 좋다.
5 국산 대게는 선주협회에서 관리하는 플라스틱 견장이 붙어 있다.


영덕 강구항 시장


권우중 셰프는…
경희대학교 조리과학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활동했으며 올리브TV, SBS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 이스트빌리지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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