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순랭 가이드 | THE MICHUNLIN GUIDE | 구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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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여행지였던 핀란드는 근래 들어 상당히 가까워진 느낌이다.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이 인기고, 핀란드 국민 캐릭터 ‘무민’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한국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는 핀에어가 유일하다. 헬싱키로 가는 핀에어 항공편은 매일 오전 10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10시간 정도면 헬싱키 반타국제공항에 도달한다.
올해로 한국 취항 10주년을 맞은 핀에어는 기내식 서비스를 특화하기 위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레스토랑 가티(GATI)와 한식 주점 뎐(DYEON)을 운영하는 남성렬 셰프와 기내식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해 남 셰프의 요리를 직접 맛본 핀에어 본사 직원들은 “한식임에도 북유럽의 감성이 느껴지는 깔끔함이 인상적”이라며 그를 파트너로 발탁했다. 핀에어는 해당 메뉴를 지난 5월 9일부터 인천발 항공편 비즈니스석 기내식에 적용 운영 중이다.
남 셰프가 참여한 핀에어 기내식에는 두 가지 세트가 있으며 핀란드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 마리메꼬의 그릇에 서빙된다. 첫 번째 세트는 오미자에 절인 농어에 된장으로 숙성시킨 초장을 곁들인 애피타이저와 한국의 대표 식재료인 전복과 전복 내장, 성게알 등이 첨가된 영양밥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세트는 겨자 소스로 맛을 낸 한우 편채와 액젓이 들어간 부추 페스토를 곁들인 농어전이 나온다. 항공법상 기내식 전문 위탁 운영사에서 만든 음식은 외부로 반출이 금지된다. 이달 미순랭 가이드는 한식 주점 뎐에서 남 셰프가 직접 기내식 메뉴를 실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식당 요정이 맛본 메뉴는 한우 편채와 농어전 구성이다. 농어전은 남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기도 하다. 한우 편채는 딱 석 점. 오미자색이 도드라지는 플레이팅에서 한국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한우에서는 훈연의 맛과 함께 상큼한 냉채 겨자 소스의 향이 가득 느껴진다. 이어 나온 농어전은 부드러운 농어가 페스토 소스와 어우러져 미각을 자극한다. 인상적인 것은 농어 옆에 있는 로메스코 소스를 곁들인 구운 대파다. 한국식 농어전에 스페인 스타일 대파 구이의 조화에서 셰프가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 셰프는 “한국적 색채와 북유럽 감성을 조화롭게 담았다”며 “핀에어에서 재료비는 신경 쓰지 말고 셰프가 만들고 싶은 메뉴를 내달라고 했다”고 자랑했다.
또 올게요!
음식만 맛보았을 뿐인데 핀란드에 도착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기내에서 특급 셰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헬싱키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남 셰프의 요리가 제공되지 않는다.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 참고할 것.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이지은사진제공 핀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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