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저, 생김새와 먹는 것이 영 딴판이랍니다. 깍쟁이처럼 생긴 저에게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해요. “지은씨, 먹는 거 별로 안 좋아하죠?” 하지만 저와 며칠만 같이 있어 보면 저의 식탐에 놀란답니다. 음식도 별로 가리지 않고요.
하지만 주기만 하면 무엇이든 잘 먹을 것 같은 저의 신랑, 의외로 음식을 가려먹는답니다. 음식점에 가면 저는 처음 보는 메뉴를 과감하게 시키는데 신랑은 먹어보지 않은 것은 절대 입에 대지 않지요. 본인의 말에 의하면 ‘검증된 음식’만 먹는다나요?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사골국이나 곰국 등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아요. 보통 신혼집에서는 사골국물을 페트병에 넣어 얼려두고 만두국이나 고기국 등을 끓일 때 사용하잖아요, 저희 집은 이런 일이 절대 없답니다. 왜 안 먹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사골이나 곰국, 이름이 너무 징그럽지 않니? 그걸 어떻게 먹어” 하니 참 할 말이 없습니다(한번은 제가 버섯이 곰팡이라고 알려주자 그 다음부터 버섯에 손도 안 대는 거 있죠~).
국 끓이기에 도전하다
이렇게 독특한 신랑의 입맛 때문에 저희 집에서 국을 끓이려면 너무나 많은 제약이 따른답니다. 일단 사골국물을 쓰면 절대 안되고, 빨리 만들 수 있어야 하며(며칠 전 신랑이 콩나물국 끓인다며 콩나물 꼬리 따다가 힘들다며 쓰러졌답니다!)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제 입맛에 맞게 맛이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요리 선생님께 저희 부부 이야기를 했더니 쇠고기무국과 시금치조개된장국, 그리고 황태무국을 추천해주셨어요. 맛이 깔끔하고 빨리 만들 수 있고, 영양도 만점이라고요.
특히 쇠고기무국은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국이라 아주 열심히 배웠답니다. 사실 집에서 직접 끓인 적은 없고 시집이나 친정에서 얻어먹기만 했거든요.
몇번 쇠고기무국 끓이기를 시도하려 했지만 육수에서 고기냄새가 날까 봐 걱정이 되어 못 끓이겠더라고요. 요리 선생님의 비법에 의하면 쇠고기에 마늘과 대파를 넣고 미리 국물을 끓이면 된다는 거예요. 고기국에 기름이 뜨는 것은 싫다고 하니 양지머리를 살 때 지방이 없는 것으로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선생님과 함께 끓여보니 별다른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집에서 가져다 먹던 바로 그 국맛이 나더라고요. 황태국과 시금치된장국도 생각보다 훨씬 쉬웠답니다. 재료도 많이 필요하지 않아 부담도 덜하고요.
쇠고기무국을 냄비에 가득 끓여 시집과 친정에도 갖다드려야겠어요. 솜씨 자랑도 하고 그동안의 감사함도 표시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초보인 저희 부부도 조금씩 요리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답니다. 차근차근 함께 배우다 보면 저희도 장금이 못지않은 요리사가 될 수 있겠죠?
■ 이런 재료가 필요해요
쇠고기 양지머리 300g, 무 400g, 향신채(마늘 4~5쪽, 대파 1대), 물 6컵,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후추·국간장 약간씩
■ 요리 선생님에게 배운 담백한 쇠고기무국 끓이기
1 쇠고기는 기름 없는 양지머리 부위로 준비하세요. 고기만 잘 골라도 이미 맛이 결정된다고 해요. 양지머리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 두세요. 그냥 끓이면 국물이 탁해진대요. 시간이 없다면 키친타월로 꾹꾹 눌러 핏물을 빼도 좋아요.
2 쇠고기는 마늘, 대파와 함께 뭉근하게 끓여주세요. 꼬챙이로 찔러보아 핏물이 묻어나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에요. 마늘과 대파를 건져낸 후 국물을 사용하면 된답니다. 더 맑은 국을 원하면 체에 한번 거르는 것도 좋겠죠?
3 삶은 고기는 결대로 찢어두세요. 칼로 써는 것보다 손으로 쭉쭉~ 찢는 것이 훨씬 맛있어 보인답니다. 고기도 더욱 쫄깃한 맛이 나고요.
4 고기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 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두세요. 양념한 고기는 국에 넣고 같이 끓이는 것보다 따로 두었다가 얹어 내는 것이 음식이 훨씬 깔끔하답니다.
5 무는 얄팍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두세요. 무를 모양대로 얇게 썬 후 가장자리를 조금 잘라 네모나게 만들고 6등분하면 딱 먹기 좋은 크기로 썰 수 있어요.
6 고기국물에 무를 넣은 후 끓여주세요. 무가 투명해지면 다 익은 것이랍니다. 한가지 더! 시간이 없을 때는 팬에 고기와 무를 볶은 후 물을 붓고 국을 끓이면 아주 간단하게 쇠고기무국을 끓일 수 있다고 해요.
7 마지막으로 국간장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춰주세요. 국을 끓일 때는 국간장으로 간해야 더 맛있는 거 아시죠? 진간장을 넣으면 색이 탁해지고 국에서 단맛이 나게 되거든요. 깊은 맛도 없어지고요.
시금치조개된장국
■ 준비할 재료
모시조개 200g, 시금치 400g, 국물내기용 멸치 300g, 물 6컵, 실파 적당량, 청주 1큰술, 된장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 만드는 법
① 모시조개는 소금을 약간 넣은 물에 담근 다음 신문지를 덮어서 해감을 토하게 한다.
② 시금치는 깨끗하게 손질해 삶은 후 찬물에 헹궈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다.
③ 분량의 물에 멸치를 넣어 15분간 끓인 후 멸치를 건져내고 청주와 된장, 다진 마늘을 넣어 끓인다.
④ 국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조개를 넣고 익히다가 조개 입이 벌어지면 시금치를 넣어 살짝 끓인다.
⑤ ④에 실파를 썰어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황태무국
■ 준비할 재료
마른 황태 1마리, 무 300g, 물 6컵, 실파 8~9대,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참기름 1작은술, 녹말가루 1큰술, 달걀 1개, 참기름 1작은술
■ 만드는 법
① 황태는 머리를 자르고 물에 살짝 적신 후 방망이로 두드려 껍질과 뼈를 발라낸다.
② 발라낸 황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국간장과 다진 마늘, 소금, 후추,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다.
③ 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썰고, 실파는 4cm 길이로 자른다.
④ 냄비에 분량의 물을 붓고 황태머리와 무를 넣어 끓인다. 한소금 끓으면 황태머리를 꺼낸다.
⑤ 황태에 실파와 녹말가루, 달걀, 참기름, 후추를 넣어 잘 섞은 후 끓는 국에 한 숟가락씩 떠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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