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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호랑이 무늬 닮은 울릉도 칡소는 무슨 맛?

엄하람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 연구원

2023. 07. 20

소고기를 떠올려보자. 불판에 구운 꽃등심부터 나이프로 썰어 먹는 안심스테이크, 집에서 만든 갈비찜, 일본 와규 야키니쿠, 이탈리아 피렌체의 티본(T-bone) 스테이크 등 국내외에서 접했던 다양한 소고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소고기의 맛은 부위와 조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소의 품종’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품종은 생물학,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식재료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소고기의 맛과 향, 식감을 결정한다.

각 국가에는 토종소 혹은 재래소라고 불리는 대표 소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누런색 털의 한우, 일본은 검정색 털의 와규(和牛), 이탈리아에는 하얀색 털을 지닌 키아니나(Chianina)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의 품종에 대해 물어보면 젖소나 육우를 가장 많이 대답할 듯하다. 젖소(얼룩소)는 홀스타인종으로 우유를 생산하는 얼룩소의 암컷을 의미하고, 육우는 수컷 얼룩소로 한우와 동일하게 고기 생산을 위해 사육된다. 좀 더 영역을 넓혀보면, 제주도에는 검정빛의 털색(毛色)을 가진, 황우(한우)보다 체구가 작은 ‘흑우’가 있다. 제주흑우는 약 350여 마리 사육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흑우 전문 식당에서 파는 소고기는 살코기가 많고 지방질이 적어 고소한 풍미를 오래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황우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닌 제주흑우를 추천한다. 흑우를 제주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내륙에 있는 흑우는 ‘내륙흑우’로 별도 구분하고 있으며 약 100여 마리 사육되고 있다.

필자는 오로지 소고기를 먹기 위해 몇 시간의 뱃멀미를 견디며 울릉도에 간 적이 있다. 울릉도는 유니크한 무늬를 자랑하는 칡소가 명물이기 때문.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또는 검은색의 세로줄 무늬가 있고, 이 무늬는 호랑이와 유사해서 호반우(虎斑牛)라고도 불린다.



울릉도 칡소는 지역에서 나는 해양 심층수를 마시고 울릉도 자생 산야초를 먹고 자란다. 일반 황우와 완전 다른 육색과 육향, 식감, 마블링을 가지고 있다. 칡소만의 독특한 풍미와 감칠맛은 입맛을 돋우기 충분하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칡소를 관리하고 있으며, 울릉도를 포함해 국내에 약 23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취향 저격 재래소 찾기

재래소는 모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누런색은 한우, 검정색은 흑우, 호랑이 무늬는 칡소(호반우)다.

재래소는 모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누런색은 한우, 검정색은 흑우, 호랑이 무늬는 칡소(호반우)다.

재래소는 모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누런색은 황우, 검정색은 흑우, 호랑이 무늬는 칡소(호반우)인 것. 이탈리아 키아니나 소처럼 우리나라 재래소에도 흰색 소 백우가 있다. 백우는 망막과 털에 색소가 없는 알비노증(백색증)의 소로, 현재 멸종위기종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30여 마리를 보존 및 사육하고 있다. 하루빨리 백우의 사육이 확대되어 일반 소비자도 맛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재래소는 황우, 제주흑우, 내륙흑우, 칡소, 백우 총 5계통으로 나뉜다. 백우를 제외하고 모두 맛볼 수 있으니 취향에 맞는 소고기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다양한 재래소 중 황우가 대중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육되고 있는 각 재래소는 황우의 0.1%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찾으려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일제의 심사 규정으로 누런 모색을 가진 황우만 ‘한우’로 인정됐기 때문. 그로 인해 황우를 제외한 재래소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내륙이 아닌 제주, 울릉도의 재래소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것도 이 때문이다.

칡소는 울릉칡소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울릉호랑약소플라자’에서 맛볼 수 있다. 또 전라남도 담양에 위치한 우성목장에서 약 450여 마리의 칡소를 사육하고 있으며, 우성목장 정육점에서 판매한다. 신선한 정육뿐만 아니라 칡소를 활용한 떡갈비와 사골 국물 등 다양한 식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충청남도 아산의 아침목장에는 화식(火食) 칡소를 ‘웻에이징(Wet-aging)’으로 2주간 숙성한 상품을 판매한다. 화식은 소가 소화하기 쉽게 사료와 풀을 푹 쪄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흑우는 제주도 한림읍에 위치한 거믄쇠영농조합법인의 여러 흑우 목장(혁신목장·오소장목장·남당목장·혜광축산 등)에 있으며, ‘검은쇠 몰고 오는’이라는 외식업체에서 맛볼 수 있다. 또한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와우목장에서는 사료용 귤을 재배해 소에게 급여하고, 소의 분뇨를 귤의 비료로 사용하는 경축순환농법을 구현하고 있다. 축산, 식품, 육가공 전문 기업인 ‘돈마루’에서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하다. 서울에서도 칡소와 제주흑우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우다이닝 울릉’에서 울릉도의 칡소를, 강남 ‘보름쇠’에서 제주흑우를 판매하고 있다.

#소고기 #한우 #소고기맛집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농촌진흥청 엄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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