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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rinkology

드리퍼만 바꿔도 달라지는 핸드드립 커피

오홍석 기자

2023. 04. 13

홈 카페 인구가 증가하며 집에서 핸드드립을 시도하는 홈 바리스타가 많아지고 있다. 핸드드립의 묘미 중 하나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커피 취향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드리퍼 하나 바꿨을 뿐인데 달라지는 맛의 차이는 브루잉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린다. 

하리오(HARIO) V60

‘유리의 제왕’이라는 뜻의 하리오는 1921년부터 실험실에서 쓰이는 내열유리 도구를 만들어온 회사다. 가정용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내놓은 제품이 ‘V60’. V60가 출시된 지는 기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지만 커피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지는 불과 10여 년 남짓밖에 안 된다. 2010년대 세계 핸드드립커피 대회인 ‘월드 브루어스 컵 챔피언십’에서 V60를 사용한 챔피언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V60란 이름은 60도 각도의 V 자 원뿔 디자인에서 기인한다. V60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의 나선형 리브(rib). 리브는 드리퍼의 가파른 각도 그리고 큰 추출구와 시너지를 내며 물의 유속을 증가시켜 빠른 시간 안에 커피를 추출한다. 짧은 추출 시간은 가벼운 보디감과 산뜻한 맛의 커피를 만들어낸다. 다만 유속이 빠르고 원뿔형이라는 특성상 물이 떨어지는 지점에 따른 낙차가 일정치 않아 미숙련자는 일관된 추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V60가 각광받는 이유는 최근 유행하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와 궁합이 좋아서다.

어울리는 원두 | 과일, 꽃 뉘앙스가 선명한 라이트 로스팅 원두

칼리타 웨이브(Kalita Wave)

칼리타 웨이브는 V60와 함께 한때 핸드드립 드리퍼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칼리타 웨이브의 특징은 평평한 바닥과 3개의 추출 구멍, 벽면을 따라 둘러진 원형 리브, 20개의 주름이 있는 종이 필터. V60가 가벼운 보디감, 산미에 강점이 있다면 칼리타 웨이브는 느린 추출 속도로 단맛과 풍부함이 도드라지는 커피를 만들어낸다. V60와 달리 물의 낙차에 따른 변수가 적어 일관된 맛의 커피를 선보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미분을 많이 내는 그라인더를 사용하면 추출 속도가 지연되면서 커피가 과잉 추출돼 의도치 않은 맛이 첨가될 수 있다는 것.

어울리는 원두 | 단맛에 강점이 있는 원두

미스터 클레버(Mr.Clever)

핸드드립과 침지식 추출 방식인 프렌치 프레스가 합쳐진 도구. 추출이 지극히 단순하다. 블루밍(뜸) 이후 물을 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추출 방법이 단순하다 보니 변수가 적어 다른 드리퍼에 비해 일관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단점으로는 추출 방식 특성상 미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라인더의 성능이 뒷받침돼야만 좋은 맛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울리는 원두 | 원두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케멕스(CHEMEX)

케멕스는 1941년 독일의 발명가 페터 슐룸봄이 만들었다. 유려한 곡선의 유리 본체와 가죽 손잡이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은 케멕스의 오랜 인기 요소. 드리퍼와 서버가 하나로 된 일체형이라 공기가 빠져나올 구멍이 작고, 전용 필터가 두꺼워 여과율이 높다. 추출 시 물과 커피의 접촉 시간을 늘려 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각각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라이트 로스팅 원두보다 진한 커피 맛을 내는 다크 로스팅 원두와 궁합이 좋다. 주방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시킬 소품이 필요하거나 진한 커피를 선호한다면 케멕스는 훌륭한 선택이다.

어울리는 원두 | 진한 향을 뽑아내야 하는 미디엄 로스팅 원두, 진한 커피 맛이 특징인 다크 로스팅 원두

오리가미(ORIGAMI)

형형색색의 본체와 20개의 리브가 돋보이는 오리가미 드리퍼는 성능보다 포토제닉한 디자인으로 먼저 인지도를 얻었다. 2019년 중국의 바리스타 두 지아닝이 월드 브루어스컵 챔피언십에서 오리가미 드리퍼를 사용해 챔피언이 되면서 성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리가미에는 V60 필터와 칼리타 웨이브 필터, 둘 다 호환된다. V60의 산뜻함과 칼리타 웨이브의 달콤함 사이 밸런스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어울리는 원두 | 과일, 꽃 뉘앙스가 선명한 라이트 로스팅 원두

오홍석의 Drinkology
마시는 낙으로 사는 기자. 시큼한 커피는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대 안 가리고 찾는다. 술은 구분 없이 좋아하지만 맥주와 위스키를 집중 탐닉해왔다. 탄산수, 차, 심지어 과일즙까지 골고루 곁에 두는 편. 미래에는 부업으로 브루어리를 차려 덕업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



#핸드드립 #홈카페 #드리퍼 #드링콜로지

사진제공 로스팅아라비카 미스터클레버 칼리타 하리오 Clarity Coffee Mighty Good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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