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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권우중 셰프의 시골 장터 이야기

안동 중앙시장

닭발편육에 안동 막걸리 한 잔~

기획·이진이 기자 | 글& 사진·권우중

2013. 01. 07

한식을 요리하는 권우중 셰프가 전국 장터를 다니며 특색있는 재료와 향토음식을 소개한다. 셰프의 시골 장터 탐방기.

안동 중앙시장


시골 장터를 구경하는 것은 참 설레고 재미있는 일이다. 시장을 둘러보며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고 싱싱한 재료를 살 수 있어 셰프에게는 마치 숨겨진 보물창고와 같다. 지방 시장에 갈 때는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5일장 날짜와 날씨다. 상설 시장을 갖춘 곳에 5일장이 함께 열리는 날은 규모가 평소보다 2~3배 커진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가 늘어난다. 가고 싶은 시장이 있다면 5일장 날짜에 맞춰 방문하는 게 좋다.
날씨도 중요하다. 바닷가 인근 시장을 방문할 때 특히 그렇다. 방문하는 날 날씨보다 전날 날씨를 체크하는 게 포인트. 바닷가 근처 시장은 해산물과 생선의 보고이기 때문에 전날 날씨가 나쁘면 어선들이 출항을 못 해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과 생선을 찾기 어렵다. 서해와 동해, 남해는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서해가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동해는 바다가 깊어 날씨가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출항하는 큰 배들이 많아 싱싱하고 좋은 해산물과 생선을 찾을 수 있다. 남해안은 양식을 많이 하므로 자연산을 포기한다면 싱싱한 것을 고를수 있다.
이달 애초에 가려고 한 곳은 서해안이다. 전날 밤부터 바람이 거세고 파고가 높다는 얘길 듣고 출발 직전 내륙 쪽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떠난 곳은 경북 안동. 마침 2일과 7일에 열리는 5일장 날짜와도 맞아 기대를 품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국도를 이용해야 하므로 거리상으로는 포항 위쪽에 위치하지만 시간은 더 걸린다. 안동의 상설 전통시장은 안동 중앙신시장, 안동 중앙구시장이다. 시장은 2개지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편에 있다.
안동은 유서 깊은 종가집이 많고 제례를 중요시하는 지역이므로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먹거리나 식재료도 제사와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띈다. 내륙임에도 생선 가게가 많은데 서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어고기 ‘돔배기’가 눈에 들어온다. ‘토막 내 간을 친 상어고기’라는 뜻의 돔배기는 안동에서 제사상에 꼭 올리는 재료다. 조림이나 탕, 전 등으로 요리를 해서 올리기도 하고 껍질로 상어피편을 만들어 제사상과 손님상에 내놓기도 한다. 상어 피편은 상어 껍질을 2~3시간 이상 뭉글뭉글 끓여서 국물과 껍질에 각종 지단을 넣고 굳힌 요리로 상어 껍질의 젤라틴 때문에 맛이 쫄깃하다. 안동에 간다면 별미로 먹어보는 것도 좋다.
닭발편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닭발을 고아 상어피편처럼 만든 것으로, 각종 고명을 화려하게 얹어 손님상에 올리는 향토 음식이다. 닭발편육은 1만원어치만 사도 맛보기에 충분한데, 장터 주점에 들러 지역 막걸리와 같이 먹으면 안동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안동 근교에는 사과로 유명한 청송,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가 위치해 장터에서 품질 좋은 사과와 곶감, 감을 많이 볼 수 있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재배된 사과는 달고 아삭거린다. 청송에는 큰 시장이 없어 도매를 제외한 품질 좋은 사과는 안동 과일이 으뜸일 듯싶다.
5일장의 큰 재미는 시골 할머니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는 향토적인 식재료다. 이번 장터에서 살짝 쪄낸 메뚜기를 한바가지 샀다. 메뚜기는 농약 친 논에서 살지 못하니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오염 안 된 곳에서 잡힌 것들이다. 빨간 고무 대야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선들은 민물고기인데, 메기며 붕어며 꿈틀거리는 민물장어까지…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하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식재료들이 넘쳐난다.
뭐니 뭐니 해도 안동에 오면 안동소주를 사야 한다. 상어피편, 닭발편육에 안동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나오니 안동소주가 생각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시장을 벗어나 안동소주 명인 ‘조옥화 할머니’ 소주를 사러 할머니 댁으로 갔다. 공장식 대량생산 소주는 한잔도 못 마시지만, 안동소주는 향과 목 넘김으로 맛을 느낀다. 부드럽고 은은하면서 속까지 싸해지는 맛!
안동은 내륙이라 겨울에 볼 것도, 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재미있고 좋은 식재료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역시 시골 장터는 와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1닭발을 고아 상어피편처럼 만든 닭발편육은 각종 고명을 화려하게 얹어 손님상에 올리는 향토 음식이다.
2 안동 근교에 사과로 유명한 청송,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가 위치해 장터에서는 품질 좋은 사과와 곶감, 감을 많이 볼 수 있다.
3 안동에서는 안동소주의 명인 조옥화 할머니 소주를 맛봐야 한다. 부드럽고 은은한 향과 목 넘김이 일품. 조옥화 할머니와 권우중 셰프.
4 돔배기는 안동에서 지내는 제사상에 꼭 올리는 재료로 조림이나 탕, 전 등으로 요리하기도 하고 껍질로 상어피편을 만들기도 한다.
5 안동 중앙시장의 정겨운 분위기. 5일장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안동 중앙시장


권우중 셰프는…
경희대학교 조리과학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활동했으며 올리브TV, SBS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 이스트빌리지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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