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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IN TEMPLE

담백하고 소박한 사찰 요리에 반하다

대안 스님이 일러주는 느림의 미학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현일수 기자 || ■ 참고도서 열두달 절집 밥상(웅진 리빙하우스) ■ 요리 대안 스님

2010. 08. 18

곡식과 채소를 주재료로 향신채를 일절 넣지 않고 만드는 사찰음식. 특별한 재료나 조리법 없이 그저 간단하게 무치고 삶고 볶고 끓이지만 자연의 맛과 향이 음식 안에 고스란히 담겨 깊은 맛이 난다.

담백하고 소박한 사찰 요리에 반하다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라.
제철 음식을 먹어라.
골고루 먹어라.
과식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하라.
-‘사분율(四分律)’ 중에서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공양도 일종의 수련과정으로 여겨 겸허하게 진행된다. 스님들이 공양할 때는 발우라고 불리는 네 개의 나무 그릇을 사용해 각각 밥과 물, 국, 반찬을 담는데, 발우에 담긴 음식은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공양은 단지 밥을 먹는 것뿐 아니라 한 알의 곡식도 소중히 여기고 음식에 욕심을 내지 않는 마음을 길들이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절밥을 맛보면 그동안 얼마나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화학조미료는 물론 마늘·파·부추·달래·양파 등 향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과 향을 살리기 때문이다.
자급자족이 기본 원칙인 절에서는 장을 담그는 것에서부터 요리가 시작된다. 11월에 콩을 수확하면 메주를 만들어 정월에 장을 담그고, 3월에 장독에서 꺼내 된장과 간장으로 분리한 뒤 1년 동안 발효시켜 먹는다. 고추장은 늦가을 고추 수확이 끝나면 한 달 정도 있다가 담그기 시작한다. 물에 담가놓은 엿기름을 걸러 가마솥에서 익힌 뒤 삭혀 고춧가루를 넣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이 과정이 3개월 정도 걸린다. 이런 느림의 미학이 담긴 장으로 맛을 내니 사찰음식은 특별한 재료 없이도 깊은 맛이 우러날밖에.
불교 계율서 ‘사분율’ 중 ‘제철 음식을 골고루 먹고, 과식과 육식을 피하라’는 구절에는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지혜가 담겨 있다. 조계종 공식 사찰음식점 ‘발우 공양’의 총 책임자인 대안 스님은 “봄에는 산과 들에 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고, 여름에는 향긋한 과일이 열리고, 가을에는 들판과 땅속에 열매가 익어간다. 겨울에는 가을에 거둬둔 곡식과 열매가 있어 걱정이 없다”며 “이런 순리에 따라 밥상을 차리면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아 저절로 건강해지는데 그것이 사찰음식의 기본이다”라고 말한다.

사찰 요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01 요리 재료가 몸을 살리는 약이다 사찰요리는 특별한 양념 없이 제철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다. 몸에 해로운 화학조미료를 그만큼 덜 섭취하는 것. 양념의 주재료인 간장이나 된장 등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몇 십 년 동안 발효시켜 사용하니 그 자체가 몸에 좋은 약이 된다.
02 면역력 증진시킨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식 위주 식사는 인체 면역력을 키워주고, 질병의 자연치유력을 높인다. 반면 육식은 동물성 지방이 몸속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노폐물도 체내에 남기며 성인병과 노화를 촉진한다.
03 다이어트에도 효과적 육류를 먹지 않으므로 다이어트 최대의 적인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같은 요리라도 어떤 양념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칼로리가 천지차이인데, 주재료인 채소를 다시마가루·표고버섯가루·검은콩가루·들깨가루 등으로 맛을 내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미네랄 등이 풍부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04 소식으로 속이 편해진다 스님의 식사법은 하루에 한 끼만 제대로 먹는 것이다. 아침·저녁은 선식이나 죽을 먹고 점심 한 끼만 제대로 섭취한다. 이런 소식에 길들여지면 속이 편해지고 과식에 지쳤던 소화기관 기능도 회복된다.
05 착한 음식으로 환경보호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이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기를 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들이 지구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것. 산과 들에서 자란 채소로 만든 사찰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에 동참하게 된다.

“사찰요리는 거친 음식이다.
부드러운 백미 대신 현미나 잡곡으로 밥을 짓고,
검은깨·들깨·은행·밤·버섯 등에 채소를 섞어서 죽을 만든다.
여름에는 들깨즙에 순두부와 미나리를 넣고 만든 미나리즙탕이나
콩물에 감자를 넣은 감자국수를 별미로 먹는다.”



감자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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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풋콩·물 1컵씩, 소금 1작은술, 감자 2개, 오이 ½개, 검은깨 1작은술
만들기
1 풋콩은 삶은 뒤 믹서에 물과 소금을 넣고 갈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긴 뒤 감자국수기에 넣고 돌려 국수가락을 뽑는다. 국수기가 없을 때는 필러로 얇게 저며 채썬다.
3 오이는 곱게 채썬다.
4 그릇에 감자국수를 담고 콩물을 부은 뒤 오이를 올리고 검은깨를 뿌린다.

미나리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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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미나리 ½단, 들깨 2컵, 물 5컵, 순두부 1봉지, 소금 약간
만들기
1 미나리는 다듬어 물에 씻은 뒤 3cm 길이로 자른다.
2 들깨는 물에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믹서에 물과 함께 넣어 곱게 간다. 면보에 내려 국물을 밭는다.
3 냄비에 ②의 들깨즙을 넣고 끓이다가 순두부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미나리를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불을 끄고 소금으로 간한다.




버섯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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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느타리버섯·팽이버섯·표고버섯·목이버섯 1줌씩, 소금 약간, 미나리 ⅓단, 홍고추 2개, 양념(조청 1큰술, 고추장·고춧가루·설탕 ½큰술씩, 간장·참기름 1작은술씩, 물 3큰술, 통깨 약간), 식초 ½큰술
만들기
1 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은 손으로 잘게 찢고, 표고버섯은 0.5cm 두께로 저며썰어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각각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손으로 물기를 짠다.
2 목이버섯은 따뜻한 물에 불린 뒤 손으로 비벼가며 불순물을 제거해 손으로 잘게 찢는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손으로 물기를 짠다.
3 냄비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약한 불에서 한소끔 끓이다가 불을 끄고 식힌 뒤 식초를 넣고 섞는다.
4 미나리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 5cm 길이로 썬다.
5 홍고추는 5cm 길이로 채썬다.
6 볼에 버섯과 미나리, 홍고추를 담고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우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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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우엉 4대, 밀가루 ½컵, 물·식용유 약간씩, 양념장(고춧가루 1큰술, 간장 3큰술, 참기름·참깨가루 2큰술씩)
만들기
1 우엉은 껍질을 칼로 살살 긁어 15cm 길이로 자른다. 찜기에 찐 뒤 반으로 칼집을 내 두드려 편다.
2 밀가루에 물을 섞어 만든 반죽에 우엉을 섞는다.
3 식용유를 두른 팬에 ③을 한 숟가락씩 떠넣어 부친다.
4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과 함께 낸다.

“채소와 곡류가 주재료인 사찰요리는 불이 필요 없는
일품요리가 많아 여름에 만들어 먹기 더없이 좋다.
죽순, 오이, 버섯, 당근, 청포묵을 잣겨자소스에 버무린
죽순탕평채나 열무물김치에 냉면을 넣어 만든
열무물김치가 대표적 여름 사찰요리다.”

죽순탕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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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죽순 500g, 쌀뜨물 적당량, 된장 ½큰술, 소금·참기름·간장·단촛물 약간씩, 당근·오이 ½개씩, 표고버섯 4개, 석이버섯 30g, 청포묵 200g, 잣겨자소스(잣 3큰술, 식초 ½큰술, 배즙 3큰술)
만들기
1 죽순은 세로로 잘라 옥수수 껍질 벗기듯 껍질을 벗긴다. 냄비에 쌀뜨물을 붓고 된장을 푼 뒤 죽순을 넣고 센 불에서 20분 정도 삶아 아린맛을 없앤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삶은 죽순과 당근은 각각 채썰어 참기름을 두른 팬에 소금을 살짝 넣어 볶는다.
3 오이는 돌려깎아 채썬 후 단촛물에 살짝 절인다.
4 표고버섯은 채썰어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무친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볶는다.
5 석이버섯은 곱게 채썰어 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한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볶는다.
6 청포묵은 0.5cm 두께로 채썰어 7cm 길이로 자른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넣어 무친다.
7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잣소스를 만든다.
8 그릇에 죽순, 청포묵, 표고버섯, 당근, 오이를 담고 잣소스를 뿌린 뒤 석이버섯을 올린다.

열무물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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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얼갈이열무물김치(얼갈이배추·열무 ½단씩, 소금·고춧가루 ½컵씩, 물 9컵, 감자 2개, 다시마 50g, 생강 10g, 풋고추 3개, 홍고추 1개, 소금 2큰술,), 초절임무(무 30g, 비트 20g, 식초·설탕 1큰술씩, 소금 1작은술), 열무물김치 1컵, 수박즙 ½컵, 솔잎효소 1큰술, 깨 1작은술, 냉면사리 1인분
만들기
1 얼갈이배추와 열무는 다듬어 소금을 뿌리고 30분간 절인 뒤 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물과 4등분으로 썬 감자, 다시마를 넣고 끓여 감자가 익으면 건진다.
3 ②의 국물에 감자를 강판에 으깨 넣은 뒤 체에 걸러 식힌다.
4 ③의 국물에 베보자기에 넣은 고춧가루를 넣고 주물거려 김칫물을 만든다.
5 ④에 다진 생강과 절인 얼갈이배추, 열무, 어슷 썬 고추를 넣어 열무물김치를 완성한다.
6 무를 길고 납작하게 썬 뒤 비트와 소금, 식초, 설탕을 넣고 절여 초절임무를 만든다.
7 물김치국물 1컵에 수박즙과 솔잎효소를 섞은 후 냉장고에 넣고 3일간 숙성시킨다.
8 냄비에 물을 넉넉히 넣고 끓인 후 냉면을 삶아 얼음물에 씻는다.
9 그릇에 냉면을 담고 열무건더기와 절임무, 숙성시킨 김칫국물을 붓고 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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