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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esign #interior

네가 사는 그 집

editor 안미은 기자

2017. 09. 14

새집을 마련하면 누군가 초대해서 자랑하고 싶어진다. 배우 유아인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장호석도 마찬가지다. 그가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한 달간 공개적인 ‘집들이’를 가진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듯, 재즈가 흘러나오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장호석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작가’라는 호칭을 떼어달라고 부탁했다. 금방 내린 커피를 친근하게 건네고 마치 제 집인 양 익숙하게 소파로 가서 앉는다. 그러고는 반가운 친구를 대하듯 집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진짜 여기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호석 개인의 취향이 가득해 보인다.
뉴욕에서 살던 집을 그대로 옮겨왔다. 협탁 위에 놓인 작은 액자 하나까지도. 10년간 뉴욕에 살면서 수집한 소장품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전시를 준비하는 한 달간 여기서 먹고 자고 했으니까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게 맞겠지.



혹시 마초인가? 차가운 회색 벽과 빈티지 오브제, 인더스트리얼 가구, 곳곳에서 남성미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마초는 아니다.(웃음) 빈티지 숍을 좋아해서 그런 감성에 끌리는 것뿐이지. 보이는 외모와 달리 섬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번 〈Housewarming〉 전시가 공식적인 국내 첫 데뷔 무대라고 들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됐나? 유아인이 소속된 스튜디오 콘크리트와의 인연도 궁금하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친구들이 이끄는 브랜드다. 그 인연으로 유아인 씨 집을 정기적으로 스타일링하고 있고. 이곳은 내게 친구들 만나 맥주 한잔 하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한 달 전쯤인가. 지금처럼 두런두런 얘기 나누다가 집들이 말이 나왔는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틀에 찍어낸 듯 비슷하게 인테리어하고 살지 않나. 뉴욕의 자유로운 감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럼 여기서 전시해”라고 부추기더라.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다. 바쁘게 준비하느라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졌다.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건 쉽지 않다.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 갔다 집에 돌아오면 잠자기 바쁘고.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없다.     
꼭 여유가 있어야만 스타일링이 가능할까? 한국 사람들은 스타일링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식 디자인의 높은 침대를 보고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데, 그냥 매트리스 2개를 포개면 되는 거다. 거실에 놓인 하얀 손 모양 조각상도 원래 용도는 벽에 거는 고리 장식이다. 그냥 여기저기 늘어놓기만 해도 공간을 통일하는 오브제가 된다. 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거창하게 돈 들여서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가장 오래 머무르며 아끼는 공간은 어디인가?
거실. 책을 읽고, 작업을 하고, 친구들 불러 얘기 나누고. 모든 영감과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대개 사람들이 거실에 TV를 많이 두는데, 나는 반대다. 거실은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TV 보다 잠자러 들어갈 거면 굳이 거실이 필요할까.

그래서일까, 거실에서 애착이 느껴진다. 소품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제대로 봤다. 여기 있는 소품들을 가지고 책을 쓰라고 하면 10권 정도는 거뜬히 나올 거다. 거실 협탁 위에 올려둔 드라이플라워는 2년이 넘은 거다. 뉴욕에서 서울로 돌아와 처음으로 간 곳이 꽃집인데, 그때 산 꽃을 말려서 보관했다. 전시를 위해 소품을 옮길 때도 드라이플라워만은 직접 안아서 가지고 왔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더 예뻐 보이지 않나. 이처럼 공간에는 사는 사람의 얘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게 모여서 개성이 되고 취향이 된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여행 가서 길을 헤매다 나타난 빈티지 골목에서 산 거야. 5달러인데 어렵게 깎아서 3달러에 샀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 그런 물건이라면 뭐가 됐든 멋지지 않을까.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전시를 보고 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획자인 장호석의 답이 궁금하다.  
말장난 같지만 편하고 좋은 게 가장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편안한 책상, 침대, 의자. 상투적인 말 같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이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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