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교수는 비만을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방치할수록 우리 몸이 점점 더 살찌기 쉬운 상태로 변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며칠 굶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평생 몸의 균형을 돌봐야 하는 만성질환의 특징도 가지고 있죠. 게다가 살이 조금 빠졌다고 방심하면 우리 몸은 용수철처럼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재발성까지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엔 3개월만 집중해서 빼자’는 식의 단기 접근은 사실상 요요를 예약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박 교수가 주사 치료를 ‘매우 비싸고 훌륭한 참고서’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서가 성적을 대신 올려주진 않지만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바꿔 말하면, 환자의 동기부여와 생활 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약물은 치료의 보조 수단일 뿐, 다이어트의 핵심은 결국 식습관과 생활 태도에 있다. 주사 치료만 믿고 있는 지금, 자신이 정말 살을 빼고 있는 것인지 혹은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박철영 교수를 만나 건강한 감량을 위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오해는 ‘이 약만 맞으면 무조건 다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두 번째는 단기간, 그러니까 몇 개월만 집중적으로 맞고 체중을 확 줄여서 ‘새로운 나’로 변신하겠다는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목적은 의료진이 생각하는 ‘체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만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진행성을 띠고, 만성적이며, 재발하는 질병이에요. 우리가 당뇨 약이나 고혈압 약을 3개월 집중 치료하고 완치됐다며 끊지 않잖아요. 비만 치료도 똑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질병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해 없이 주사제에만 의존해서 무리하게 살을 빼면 자칫 병을 키우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단기간 체중을 줄이는 ‘속도전’식 다이어트가 위험하다고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만 치료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100m 달리기는 몇 초에 들어오느냐가 중요하지만, 마라톤은 완주 그 자체가 목표죠. 그런데 대부분 100m 달리기하듯 ‘몇 개월 안에 몇 kg을 빼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세워요. 자기 능력을 벗어난 속도로 달리면 결국 중간에 지쳐 쓰러지거나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더 심각한 건 급격한 감량 과정에서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같이 빠진다는 점이에요. 근육은 우리 몸의 대사 엔진입니다. 이 엔진이 줄어드니 에너지를 소비하는 효율 자체가 떨어지게 되죠. 다이어트를 할수록 점점 더 살 빼기 어려운 ‘대사 기능 저하’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 꼴입니다. 또한 우리 몸은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작동합니다. 3년에 걸쳐 서서히 찐 살을 3개월 만에 강제로 빼겠다는 건 몸의 시스템을 역행하는 일입니다. 결국 요요는 시간문제고, 그 과정에서 대사 시스템만 더 망가지게 됩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자주 드리는 비유가 있어요. 이 치료제는 ‘매우 비싸고 훌륭한 참고서’와 같다는 거예요. 참고서를 샀다고 해서 성적이 저절로 오르던가요? 아니죠. 하지만 학생이 공부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실제로 책을 펼쳐 열심히 공부하면 이 참고서는 성적을 올려주는 아주 명쾌한 솔루션이 됩니다. 비만 치료제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체중을 관리해야겠다는 의지와 동기부여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제 효과를 발휘하죠. 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약부터 찾는 건 그 비싼 참고서를 사놓고 책장에만 꽂아두는 것과 같아요. 저는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분들께는 차라리 시작하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비싼 치료제 비용을 낭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치료에 실패하고 나면 다음번에 같은 약물을 써도 몸이 내성을 가지게 돼 효과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죠.
다이어트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들이 권하는 극단적인 절식이나 간헐적 단식이 왜 위험한가요.
인류는 오랜 기간 먹고살기 힘든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 몸은 에너지를 아끼고 저장하려는 ‘절약 유전자’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요. 절식이나 단식을 하면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에너지를 간에 지방 형태로 필사적으로 축적하기 시작하죠. 그러다 단식이 깨지면 보상 심리에 의한 폭식이 찾아오고, 이때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오히려 식욕이 폭발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치솟고, 이는 인슐린의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하는 원인이 됩니다. 결국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계속해서 쏟아내야 하는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들어오는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쓰기보다 지방으로 저장하죠. 단기적 효과를 보일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성공이 어려운, 한마디로 먹는 족족 지방으로 쌓는 ‘살찌기 가장 좋은 몸’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많은 이들이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우려해 단기 처방을 고집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계열의 비만 치료제들은 장기적인 안전성과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까지 이미 충분히 입증된 약입니다. 중요한 건 약 자체의 위험성보다 식약처가 정한 ‘치료 대상’에 해당하느냐를 따지는 것이죠. 단순히 “주사제 처방해주세요”라고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체성분 분석과 꼼꼼한 병력 청취를 통해 자기 몸이 정말 이 약을 써야 하는 상태인지, 혹시 숨겨진 위험 요인은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갑상선수질암이나 췌장염 병력이 있다면 신중해야 하고, 당뇨 환자는 급격한 혈당 변동으로 인한 망막증 악화 가능성이 있어 안과 검진이 필수입니다.
물론 세상에 부작용 없는 전문의약품은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약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방하는 의료진과 환자가 약을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며 쓰느냐입니다. 무작정 빨리 살을 빼겠다는 조급함으로 약을 찾기보다 자기 몸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일이 우선이에요. 그리고 위험 요인을 철저히 배제한 곳에서 제대로 검사받고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도 주사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요.
비만 치료제는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도 허가된 안정적인 약제로 사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약물은 어디까지나 ‘심각한 비만으로 인해 아이의 건강이나 성장이 위협받는 경우’를 고려해야 하며, 전문가와의 상의 후 접종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외형을 바꾸기 위해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 것은 결코 권장할 일이 아니죠.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제는 약이 아니라 ‘가정 내의 환경’입니다.
아이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은 부모, 특히 엄마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거울처럼 반영하거든요. 요즘은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비만 단계도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이 ‘지금은 살이 쪄도 나중에 키로 간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시죠. 이는 아주 위험한 옛말입니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비만은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직결됩니다. 약물치료보다 선행되어야 할 건 아이의 몸에 ‘살찌기 쉬운 세팅 값’을 심어주는 일상적인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이의 식생활 패턴을 면밀히 점검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의 롤 모델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의 평생 대사 능력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적게 먹어라’ ‘운동을 더 하라’는 말이 다이어트를 망친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적게 먹으려 애쓰지 말고, 필요한 만큼 먹으라”고 강조할 때가 있어요. ‘나는 지금 적게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뇌는 계속해서 ‘참고 있다’는 감각을 쌓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우울감과 폭식으로 이어집니다. 참는 다이어트는 지속할 수 없어요. ‘적게’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 몸에 필요한 만큼’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다이어트가 고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일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필요한 ‘적정 체중’과 ‘식사량’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키 대비 적정 체중’은 사실 의학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 기준대로라면 현재 체중에서 3분의 1을 감량해야 하는 사람들도 나오거든요.
적정 체중은 단번에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가 아니라 단계별로 나누어 설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는 반드시 진료를 통해 본인의 기저 질환, 체성분 분석 결과, 허리둘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찾아가야 하고요.
흥미로운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체중 감량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어떤 분들에게는 체중계 숫자보다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건강한 몸으로 가는 핵심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남들이 말하는 기준이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만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다이어트의 시작입니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가는 현실적인 방법은 뭘까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는 미식가들은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요. 오히려 한 가지 자극적인 맛에만 길든 ‘다식가’들이 체중 문제를 겪죠. 우리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그리고 지방의 맛까지 6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정작 채소 하나하나의 미묘한 맛은 제대로 느껴본 적이 별로 없어요. 단맛이나 고지방 음식의 맛에만 길들어 있다 보니 다른 맛은 ‘맛없다’고 느끼는 거죠. 그런데 쓴맛이 나는 채소나 향이 강한 채소도 계속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맛있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맛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바뀌어야 건강한 식습관으로 가는 길이 비로소 열리는 거예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권하는 건 ‘12시간 공복’이에요. 저녁 7시에 식사를 마쳤다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즉 하루의 절반은 공복 시간을 갖는 거죠. 이것만 지켜도 몸이 훨씬 편안해지고, 다음 날 피로감이 줄어들어요. 여성분들이 힘들어하는 부종도 줄어듭니다. 사실 간헐적 단식을 하겠다는 분들도 이 12시간 공복조차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화려한 단식법을 시도하기 전에, 야식부터 끊어보세요. 야식으로 먹은 음식을 소화하느라 간과 위는 밤새 쉬지 못하고, 그게 다음 날의 피로로 이어집니다.
내 몸을 지키는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다이어트 치료는 최소 1년 이상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치료가 아니라, 평생 유지할 생활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주사제를 맞으면 식욕이 줄고 입맛이 없어지는데, 바로 이때가 가장 중요해요. ‘내가 평소 이런 문제를 갖고 있었구나’ ‘이만큼 식사량을 줄였을 때 내 몸이 이렇게 변하는구나’를 깨닫고 식습관을 교정해나간 사람과, 단순히 속이 불편해서 억지로 굶어 10kg을 뺀 사람은 1년 뒤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돼요. 같은 10kg 감량이라도 체성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같은 건강 지표는 천차만별이거든요. 주사를 맞고 몸무게가 줄어드는 데만 매몰되지 말고 식습관과 ‘내 몸의 신호’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선이 꼭 필요해요. 체중계의 숫자라는 일시적인 지표보다, 자기 몸이 가진 본연의 항상성을 지키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바라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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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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