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재벌 아빠가 라이벌, 아이 넷 낳고 삶이 완성됐어요”

저출생 시대 유쾌한 ‘반칙왕’들 문현준 & 조안나 부부

김명희 기자

2026. 05. 27

네 아이 키우는 전업주부 남편과 바깥양반 아내의 재벌 부럽지 않은 인생 이야기.

5월 20일 개봉한 영화 ‘반칙왕 몽키’. 제목을 듣는 순간 추억의 애니메이션 ‘피구왕 통키’의 속편인가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이 작품은 저출생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햇볕 쏟아지는 모래사장에서 불꽃 슛을 날리던 통키처럼, ‘몽키’ 문현준 씨 역시 매일 아침 자신만의 전장으로 나선다. 그의 무대는 피구 코트가 아닌 ‘육아’라는 이름의 삶의 현장이다.

문현준·조안나 부부는 2008년 ‘국토대장정’에서 처음 만났다. 포항에서 임진각까지 열흘을 함께 걸으며 영혼의 단짝인 듯 대화가 잘 통했던 두 사람은 7년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현재는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딸 둘과 1학년 아들, 그리고 다섯 살 막내까지 네 아이를 키우는 12년 차 부부다. 돈이 없으면 결혼도 출산도 사치라 여겨지는 시대, 이들 가족의 삶은 통념을 깨는 ‘반칙’으로 가득하다. 고물가 시대에 외벌이를 자처하고, 아내가 아닌 남편이 전업주부로 살아가며, 내 아이 키우기도 벅찬 현실 속에서 마을 아이들까지 함께 돌본다.

문현준 씨는 스스로를 ‘하우스홀드 마에스트로’라 부른다. 그의 라이벌은 ‘재벌 아빠’다. 좋은 아빠의 기준이 오직 경제력뿐이라면 애초에 승부조차 되지 않겠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꽃 슛을 날린다. 오토바이 앞뒤로 네 아이를 태우고 마을 언덕을 넘나드는 그의 등 뒤에는 재벌조차 가질 수 없는 자산이 실려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사교육 대신 공동체 안에서 쌓아가는 ‘관계’다.  

몽키가 무대 위 주인공이라면, 안나 씨는 그 세계를 가능하게 만든 설계자이자 또 다른 반칙왕이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신뢰와 웃음이 가득했다.

이 영화는 가족의 10년을 곁에서 지켜본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이웃사촌 박홍열 감독과 황다은 작가 부부가 제작해 의미를 더한다. 홍상수·이창동 감독과 작업해온 박홍열 촬영감독의 날카로운 시선과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을 집필한 황 작가의 따뜻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결혼은 돈이 있어야 하고 출산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낸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 대신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문현준·조안나 부부에게 가족과 육아, 그리고 행복의 또 다른 가능성을 물었다.



전업주부 아빠의 경쟁력은 시간과 관계

‘반칙왕 몽키’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몽키 | 제가 방과 후 교사와 마을 교사로 활동하던 시절, 박홍열 감독님 가족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만난 감독님의 자녀가 또래보다 생각이 깊고 성숙해서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감독님 부부는 공동주택에 살면서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읽어주기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셨어요. 저도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참여하게 됐는데, 첫 만남에서 저를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라고 소개한 것이 인상 깊으셨나 봅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을 오랫동안 지켜보시다가, 넷째를 낳은 뒤 제가 “우리가 원하던 삶을 드디어 이뤘다”고 말하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하셨어요.

‘반칙왕’이라는 수식어는 어떻게 붙게 된 건가요.

몽키 | 감독님이 붙여주신 별명입니다. 보통 반칙은 규칙을 어기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을 뜻하지만, 기존의 질서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반칙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 가족의 모습은 조금 낯설고 특이해 보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왜 저렇게 살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방식이 정말 정답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붙여주신 이름 같아요. 개인적인 계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둘째가 엄마와 보드게임을 하며 자꾸 반칙을 하기에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린아이가 어른과 게임을 해서 이기려면 반칙 외엔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사회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배경 덕에 손쉽게 앞서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 힘든 구조 속에 놓인 아이들도 존재하죠. 그런 현실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과 아빠의 ‘존재감’, 그리고 ‘관계’를 맺는 힘이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향해 제가 날릴 수 있는 ‘반칙’이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어떤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요.

안나 | 저는 그저 수용을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웃음).

몽키 | 감독님은 사실 우리 둘 다 ‘반칙왕’이라고 하셨어요. 지금의 삶은 아내의 선택 없이는 결코 불가능했습니다. 아내는 넷째를 낳기 위해 10년 넘게 다닌 직장을 내려놓았고, 한때는 6인 가족이 기초생활수급 수준의 소득으로 버티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지도사 1급이라는 경력을 뒤로하고 사회복지사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용기도 냈죠. 이 모든 과정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내는 지금 우리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낸 진정한 설계자입니다.

지난해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영 당시 총출동한 문현준 씨 가족.

지난해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영 당시 총출동한 문현준 씨 가족.

문 씨는 어릴 때 잠시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한다. 

문 씨는 어릴 때 잠시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한다. 

처음부터 아이 넷을 계획하셨나요.

안나 | 네. 아이들이 복작거리는 가정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처음부터 아들 둘과 딸 둘, 아이 넷을 낳고 싶었죠.

몽키 | 가정을 꾸리려면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다수 부부가 집, 차, 해외여행 같은 경제적 지표를 목표로 삼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졌어요. 아이 넷을 낳아 행복하게 키우는 것은 우리 둘의 선택과 책임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목표잖아요. 

‘전업주부 남편’과 ‘직장인 아내’라는 역할 분담은 어떻게 자리 잡게 됐나요.

몽키 | 첫째 때는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맞벌이를 했습니다. 그러다 둘째를 낳을 무렵 제가 무심코 “장모님이 또 봐주시겠지”라고 말했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럼 우리 엄마의 삶은 어떻게 해?” 그 한마디에 제가 누군가의 희생을 너무 당연시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했죠. 이후 넷째까지 낳으며 역할은 상황에 맞게 계속 변했습니다. 제가 공사 현장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벌기도 했고, 출산 후에는 육아를 위해 둘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했어요. 

아내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안나 |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 넷을 키우려면 반드시 부모 중 한 명은 집에 있어야 했고, 당시 저는 정규직인 반면 남편은 계약직이었기에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남편도 틈틈이 방과 후 교사 등 아르바이트 등을 하기도 했고요. 

몽키 님은 살림과 육아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아요.

몽키 | 살림 실력이 뛰어나다기보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간을 조율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잘한다고 자부합니다. 지휘자 같은 역할이죠. 회사 업무는 공을 들여도 그 성과가 온전히 내 삶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집안일은 내가 쏟은 에너지가 곧장 가족의 행복으로 치환되거든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만족감이 크니 자연스레 ‘가족과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해볼까’ 고민하게 됩니다.

집안일 중 특별히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것도 있나요.

몽키 | 제가 빨래를 잘 못 합니다(웃음). 그래서 빨래와 청소는 아내가 많이 도와주는 편이에요.

안나 | 대신 남편은 군대 취사병 출신이라 요리 솜씨가 일품이에요. 저는 손이 커서 양 조절을 잘 못 하는데, 남편은 정해진 재료 안에서 양도 맛도 기가 막히게 잡아냅니다.

아빠 육아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아빠와 의논한다. 

아빠 육아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아빠와 의논한다. 

깊은 고민은 엄마와, 하고 싶은 일은 아빠와 의논

‘아빠 육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몽키 | 체력이죠. 엄마는 출산이라는 큰 과정을 몸으로 겪잖아요. 네 번의 출산을 모두 곁에서 지켜봤는데, 그때마다 체력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부모가 되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저도 사진, 영상 촬영, 스케이트보드, 유도처럼 좋아하는 취미가 많았는데, 둘째가 태어난 후 ‘이제는 다 접어야 하나 보다’ 싶어서 기구를 지인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런데 셋째를 낳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혼자 즐기던 취미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니 다 하겠더라고요. 사진과 영상으론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고, 보드는 아이들과 함께 타고 있어요. 유도는 YMCA 유도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수련하고 있고요. 그곳에서 다섯 살 막내부터 70대 어르신, 외국인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함께 운동해요. 아이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세대와 어울리고 낯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경험을 통해 어떤 상황에든 유연하게 적응하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전업주부로 지내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몽키 | 처음엔 사람들이 ‘왜 남자가 살림을 하느냐’고 묻는 시선이 두려워 3년 동안 답변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셋째를 키울 때까지 아무도 묻지 않더라고요. 다들 아이가 많으니 육아휴직을 길게 쓰는 줄 알았대요(웃음). 주변의 시선보다 제 안의 고정관념, 그러니까 남들에게 우리 삶을 이해시켜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힘들었던 거예요.

영화 카피에 언급된 몽키 님의 라이벌, ‘재벌 아빠’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몽키 | 경제력이 곧 좋은 아빠의 척도라면 저는 출발선에도 설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은 최고의 교육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경쟁의 종목을 바꿨습니다. 재벌 아빠들이 바쁜 일정 탓에 놓치기 쉬운 것들, 즉 아이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 삶의 전 과정에서 곁을 지켜주는 존재감, 그리고 깊은 유대 관계를 제 무기로 삼았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잠시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의 모든 성장 과정을 함께 걷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부자 아빠들과 아주 치열하게 경쟁 중입니다(웃음).

아이들과는 평소 어떤 식으로 대화하나요.

몽키 | 우리 집은 미디어 시청이나 게임,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진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요즘 뭘 보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늘 관찰하려고 해요. 아이의 관심사를 알아야 대화도 가능하니까요. 깊은 감정 대화는 아내가 더 잘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나 새로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고요.

안나 | 첫째가 그러더라고요.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엄마한테 말하고,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아빠한테 말하면 될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구나 싶었습니다.

양육 철학에 대한 부부간의 이견은 없나요.

안나 |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들리는 교육 정보나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이 시기엔 영어를 해야 한다, 사교육이 필수다” 같은 말들에 불안해지죠. 그럴 때마다 남편이 중심을 잡아줍니다. “학원 안 보내도 우리 아이들 충분히 잘 크고 있다.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걸 찾도록 기다려주자”고요.

몽키 | 저는 아이들이 성적의 압박에서 조금 자유로웠으면 합니다. 90점을 맞았다면 틀린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잘해낸 부분을 먼저 칭찬해주고 싶어요. 점수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나 |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낄 때 “영어 시험 공부 좀 도와줘”라며 먼저 다가옵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면 남편의 철학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죠.

아이들이 인생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길 바라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몽키 | 제가 세상의 통념을 뒤집어본 것처럼, 아이들도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에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업주부라는 역할이 충분히 보람차고 가치 있다는 것을 제가 증명하듯, 아이들도 남이 정한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언어로 삶을 해석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안나 | 가족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이자 팀입니다. 서로 조율하고 맞춰가는 이 과정 자체가 행복의 결과물이죠. 삶의 정답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몸소 느끼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길 응원합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몽키 | 우리 가족이 단순히 ‘특이한 가족’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삶의 방식 외에도 충분히 다른 길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출생 #반칙왕몽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문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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