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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아이도 낳을래요” 비혼 대신 ‘팀플레이’ 택한 MZ들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6. 04. 20

미혼 남녀의 결혼 의향이 2년 연속 상승한 가운데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도 반등하고 있다.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최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한 이유를 취재해봤다.

하염없이 곤두박질치던 인구 그래프에 다시 빨간 상승 곡선이 등장했다. 2024년부터 시작된 혼인 건수 증가세가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데다, 출산율도 함께 반등한 덕분이다. 

통계청의 새로운 이름인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혼인 건수는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4년 22만2000건, 2025년에는 24만370건으로 각각 14.8%, 8.1%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25년 12월 한 달간 혼인 건수는 2만552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4%나 급증하며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령층에서는 30대 초반의 혼인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흐름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는 인식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25년 5월, 만 25~49세 국민 2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72.9%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젊은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포착된 것이 인상적이다. 25~29세 여성 가운데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24년 3월 56.6%에서 1년여 만에 64%로 급격히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1999년 43만5000건에서 2022년 19만2000건으로 절반 이상 하락했던 혼인율이 상승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주택 보급’과 ‘저금리 대출 확대’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얼마 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진행한 박지희(38) 씨와 남자 친구는 “결혼은 지금이 최적기”라며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등 정책적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계획보다 서두르고 있다는 김진수(41) 씨는 “여자 친구나 저나 빨리 팀을 꾸려서 자산을 형성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수입과 적금, 투자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과 시장 변화에 따라서 시기를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 계획에 긍정적인 미혼 남녀가 증가하면서 인구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자녀 계획에 긍정적인 미혼 남녀가 증가하면서 인구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경제적인 부분 못지않게 많이 언급되는 것이 ‘감정’과 ‘파트너십’이다.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유혜진(38) 씨도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30대 초중반에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혼자서 투자나 주택 구매 같은 큰 문제를 결정하다 보니 불안하다”며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혼인율 증가에 따라 나타난 나비효과가 바로 출산율 상승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6.8%)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0.8명을 기록해 2021년(0.81명)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했다. 증가 규모로는 2010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본격 회복되면서 통상 2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출산 증가가 2024~2025년에 가시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로운 혼자 대신 든든한 둘이 좋아, 결혼하는 MZ들 

출산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25년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에서 ‘자녀는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미혼 남녀의 비율이 모두 상승했다. 남성 응답자는 전년 대비 3.6% 상승한 62%가, 여성 응답자는 1.7% 상승한 42.6%가 출산 의향을 밝혔다. 이외에 기혼 남성과 여성도 32.9%와 24.3%로 각각 2% 이상씩 증가해 모든 인구 집단에서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증가했다. 

출산율 상승에는 고용노동부가 2025년 도입한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인상 및 아빠 육아휴직 강제성 강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여섯 살짜리 첫째를 키우고 있는 김희수(42) 씨는 최근 둘째를 고민 중이다. “아이를 좋아해서 둘은 낳고 싶었는데, 첫째 출산과 코로나가 겹쳐서 반쯤 포기했다”는 김 씨는 “요즘 아빠 육아휴직이 보편화되면서 남편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휴직 기간이나 급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재고의 여지를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적인 지원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결혼 3년 차를 맞이한 이현지(37) 씨 부부도 “올해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출산은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육아에 있어서 정책적인 도움이 더해졌으면 좋겠다”며 “아직 시차출퇴근제나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되지 않은 직장에서는 눈치가 많이 보인다. 아빠 육아휴직처럼 정부가 힘 있게 선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혼인신고 소식을 전한 배우 변요한과 가수 티파니 커플.

올해 초 혼인신고 소식을 전한 배우 변요한과 가수 티파니 커플.

10년간의 긴 연애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배우 김우빈·신민아 부부. 

10년간의 긴 연애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배우 김우빈·신민아 부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주거지원 사업, 육아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은 혼인율과 출생률에서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현재의 출산율 증가를 견인하는 30대 초중반의 인구분포 자체가 크다는 점이 변수다.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199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 매해 약 70만 명 내외가 태어난 대규모 인구 집단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출산율 반등은 이들 세대가 출산 적령기에 진입하며 나타난 일시적인 ‘보너스’에 가깝다. 

진정한 위기는 이들 이후 세대의 인구 급감에서 시작된다. 1997년 IMF 이후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5년이 지난 2002년부터는 ‘초저출산 사회’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차 에코붐 세대의 출산 적령기가 끝난 이후에는 출생률이 다시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반등세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인 조영태 교수는 지역 맞춤형 인구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앙 정부에서는 인구정책을 미래 전략 기획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에 지역도 발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각 부서의 정책이 미래 인구 변화에 맞추어 제대로 작동할지 미리 점검하고 조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인구정책이 여성정책 혹은 가족정책이나 청소년정책 등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전략’과 ‘기획’ 쪽으로 나뉘어야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혼 #저출생극복 #출산율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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