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한 비비드 컬러와 메탈릭의 조화로 생기 넘치는 거실. 최영옥 씨가 어릴 적부터 수집해온 대형 피규어가 공간에 위트를 더한다.
결혼 12년 차를 맞은 문준규·최영옥 부부는 지난해 6월, 이제 막 준공을 마친 신축 아파트에 세 번째 보금자리를 꾸렸다. 새 아파트라 굳이 손댈 곳은 없었지만 구조와 컬러, 마감재 등 여러 면에서 ‘살고 싶은 집’과 거리가 멀었다. 이에 부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음에 들게 고치겠다’는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결심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인테리어는 무채색을 위주로 한 모던하고 깔끔한 모습이 정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신혼집에서 완전히 생각을 고쳐먹게 됐지만요(웃음). 그 집은 채광이 다소 부족한 1층 구축 아파트였는데, 볕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 그레이와 화이트 일색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컬러가 아닌,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한 색이니 제 눈엔 더 칙칙해 보일 수밖에요. 그때 생각했어요. 집을 꾸밀 때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건 취향이라는 것을요.”

화려한 집 내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관 인테리어는 최대한 힘을 뺐다.
문준규·최영옥 부부의 집은 가정집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일랜드 식탁, 강렬한 비비드 컬러의 가구와 소품들,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살림살이 덕분에 전형적인 아파트가 아닌 쇼룸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전 집에서의 경험이 쌓인 터라 부부의 인테리어 방향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째, 살림살이를 최대한 숨길 수 있게 많은 수납장과 보조 주방을 만들 것. 둘째는 샤부샤부, 스키야키 등 즉석에서 조리해 먹는 전골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일랜드 식탁을 마치 레스토랑의 바처럼 길게 제작할 것. 마지막은 부부 침실도 전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개방감 있게 디자인할 것 등이다. 최영옥 씨의 컬러 취향도 적극 반영됐다. “시작은 주방의 수전이었어요. 예전부터 볼라 브랜드의 주황색 수전을 꼭 설치하고 싶었거든요. 공간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포인트 컬러로 주황색과 노란색을 주로 활용했는데, 대담하고 개성 있는 컬러들이 집 안에 생동감과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무광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눈길을 끄는 주방. 가늘고 일정한 결이 한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 헤어 라인 작업을 한 소재를 사용해 스크레치 걱정을 줄였다. 뒤로 보이는 문을 통해 보조 주방으로 들어간다.
쇼룸 같은 집의 비밀
140㎡(약 42평)의 이 집은 방 3개, 화장실 2개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구성원은 부부와 10세, 8세 두 살 터울의 어린 남매. 그럼에도 육아와 생활의 흔적이 희미하고, 잘 꾸며진 쇼룸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전형적이지 않은 구성의 레이아웃과 영리하게 숨겨둔 수납공간에 있다. “생활의 흔적을 지우고, 카페처럼 디자인에 집중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 살림살이를 최대한 잘 숨겨야 해요. 특히 키큰장은 여러 개 만들길 적극 권해요. 크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소품과 가전을 수납할 수 있고, 키큰장 문을 닫으면 마치 벽처럼 보여 디자인과 수납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거든요. 또 주방 상부장만 제거해도 가정집 분위기를 많이 지울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참고하세요.” 시공을 맡은 디자인코멘트 황서혜 실장의 조언이다.

부부침실 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파우더룸 겸 드레스룸. 당일에 입었던 외투를 걸어둘 때나 옷을 다릴 때 따로 만들어둔 오픈 행거가 꽤 요긴하게 활용된다.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거친 주방의 변신도 이 집의 관전 포인트. 주방 옆으로 자리한 알파룸을 없애고 일반 크기의 약 2배가량 되는 6m 길이 스테인리스 대형 아일랜드 식탁을 배치했는데, 소재와 크기가 주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주방 뒤편으로 마련한 보조 주방도 쇼룸 같은 집을 만든 일등 공신. “주방 살림살이를 최대한 숨기고 싶었어요. 주방 뒤편으로는 노출되지 않는 저만의 작업 공간을 갖고 싶기도 했고요. 평소 청소하는 걸 좋아하고, 집이 늘 깔끔하게 유지되도록 공을 들이는데, 보조 주방 덕분에 언제나 실내가 정돈돼 보이는 것 같아 좋아요.”

부부침실은 파티션과 바닥 단차를 이용해 하나의 세트장처럼 디자인했다. 침실 반대편은 벽을 따라 키큰장으로 채워 수납력을 높였다.

아이방 책상은 성장에 맞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가구를 선택했다.
가족 중심 인테리어가 포인트
전형성을 탈피한 디자인은 부부 침실에서도 발견된다. 공간에 가구를 놓는 것이 아닌, 하나의 세트처럼 파티션을 두르고 바닥에 단차를 두어 분리된 ‘침실 공간’ 느낌을 낸 것. 여기에 침대 매트리스만 더해 미니멀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프레임이 없는 심플한 침대, 계단처럼 오르는 침실, 개방된 구조이되 분리된 느낌을 주는 장치가 있는 침실을 원했어요. 파티션과 단차 아이디어로 원하는 분위기의 침실이 만들어진 듯해요.”

가정집 욕실에서 잘 볼 수 없는 비비드한 컬러의 스트라이프 타일을 활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준규·최영옥 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는 단순히 예쁜 모양새를 갖춘 공간이 아니라, 가족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서로를 향한 관심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다. 거실 한편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은 가족이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자리이자 집의 중심. 아침과 저녁에는 모두 둘러앉아 식사하고, 아이들은 독서와 놀이를, 부모는 각자의 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온기를 나눈다. 부부 침실 한편에 큰 원형 테이블을 둔 것도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부의 마음을 담아 결정했다. 함께하는 순간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이들 가족. 이 집에서 흐르는 시간이 더욱 포근하고 충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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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제공 디자인코멘트